2020년 5월 30일, 21대 국회가 문을 연 후 사실상 제대로 된 ‘결과’를 만들어낸 첫 회기가 지난 4일 끝났다. 국민의 주거안정을 위한 부동산 관련 11개 법안을 비롯해 체육계 성폭력 근절, 고위공직자의 비리수사 실현을 위한 법안들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시행되거나 시행을 앞두게 됐다.
하지만 7월 임시국회에 대한 국민들의 평가는 혹독했다. 여론조사기관 한국갤럽이 지난 4일부터 6일까지 사흘간 만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이 각자의 역할을 잘 이행 했는가’를 조사해 7일 발표한 결과(신뢰수준 95%, 표본오차 ±3.1%p), 민주당이 여당 역할을 잘했다는 응답은 38%, 통합당이 야당 역할을 잘했다는 답은 20%에 불과했다.
반대로 민주당이 여당의 역할을 잘못하고 있다는 응답은 53%, 통합당이 야당의 역할을 잘못하고 있다는 답변은 69%에 이르렀다. 한마디로 잘 못했다는 말이다. 그런데 청년층들의 평가는 더욱 심각했다. 쿠키뉴스가 20대부터 40대까지 시민 30여명에게 ‘21대 국회에서 협치가 이뤄지고 있다고 생각하는가’란 질문을 던지자 응답자 모두가 “협치는 없었다”고 답했다.
‘협치가 무엇이냐’는 질문에는 표현에 차이가 존재했지만 “국민을 위해 의견을 조율하고 조정하는 것”이라는 식의 답을 내놨다. ‘협치를 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가장 필요할 것인가’란 물음에는 ▲국민과 국익을 우선으로 생각하는 마음 ▲비난을 위한 비난이 아닌 경청과 대화를 꼽았다. ‘21대 국회에서 협치가 가능할 것인가’를 묻자 대부분이 “어렵다”거나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왜 국민들은 여당도 야당도 제 역할을 제대로 못했다고 평가하고, 2040세대는 왜 ‘현 정치권에 협치를 기대하기 힘들다’는 결론을 내렸을까. 직접 들어봤다.
◆ “7월 국회에 정당만 있고 국민이 없었다”
#24세, 남. “협치는 협력과 정치의 합쳐진 말이다. 결국 기본은 타 정당,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인정하고 정책에 반영하려는 노력의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분명 완전한 협치는 불가능하겠지만 편을 나누고 한 쪽이 결과에 모든 책임을 지는 방식에는 문제가 있다고 본다.”
#23세, 여. “정치인들이 보수와 진보라는 진영논리에 갇혀 상대의 말이라면 무조건 반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중립의 의견은 전혀 없고, 협치라며 잇속을 챙기려고 잠시 모양만 흉내 내는 옹졸함만 가득하다. 한 걸음씩 양보하고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해야 한다. 국민의 의견을 반영할 수 있어야한다.”
#36세, 여. “여야가 각자의 의견만을 내세울 것이 아니라 서로의 의견을 조율하고 조정해서 더 살기 좋은 나라를 만들도록 노력해야한다. 많은 이해관계들이 있지만, 국민의 대표로 뽑힌 정치인들이 국민의 말을 들어야 하지 않을까? 당 차원의 협력뿐만 아니라 국민과의 협력도 모색해야 한다.”
#48세, 남. “정치인들이 생각하고 하는 꼴이 여든 야든 똑같다. 진정한 협치는 숲을 보고, 국민을 보고 큰 그림을 가지고 행동해야 한다. 진보든 보수든 주장할 것은 하지만 의견을 듣고 물러설 것은 물러설 수 있어야 한다. 일부의 의견이 전체의 의견은 아니다. 적어도 과반이 넘는 의견은 담아야 한다.”
직접 들어본 청년세대의 답변은 하나같았다. 정치의 근간이자 협치의 기본은 ‘국민’이지만 지금의 정치권은 국민의 뜻을 반영하기보다 정당의 이익에 매몰돼 국민의 뜻을 왜곡하거나 일부 혹은 소수를 전부인양 과장해 자신들의 목적을 달성하는데 혈안이 돼있는 것처럼 비쳐진다는 것이다. 신뢰를 하려고 해도 신뢰를 할 수 없는 행태와 결과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리고 정당의 이익 혹은 지지층들의 의견을 국민 전체의 합일된 의견인양 해석하고 명분으로 내세워 야당 혹은 중립적 의견이 배제된 채 입법 등이 가능하도록 한 배경에 전체 300석 중 5분의 3에 가까운 의석을 집권여당이 차지하고 있는 ‘의석의 지나친 편중’과, 그에 따라 급격히 ‘기울어진 논의 및 협상 테이블’ 문제가 있다고 꼽았다.
서로 다른 의견을 가진 여당과 야당이 협치를 하기 위해서는 동등한 입장에서 서로 양보도 하고 주장도 할 수 있어야 하는데 21대 국회의 경우 지나치게 여당에게 힘이 집중돼 협치를 위한 협상 자체가 성립되기 어려운 구조가 됐다는 설명이다. 나아가 일련의 구조에서 오는 힘의 편차가 청년들의 불신을 키우고 정치에 대한 체념을 늘린다고 부연했다.
◆ 정치권 스스로 싹 바꾸라는 청년들 vs 스스로 목소리 내라는 전문가들
그렇다면 청년들의 불신을 불식시키고 정치권이 신뢰를 얻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청년들은 끊임없이 국민들의 뜻을 살피고 의심하라고 주문했다, 반대하는 이들, 소수의 의견이라도 경청하라는 충고도 있었다. 자신의 말과 행동이 진정 국민을 위한 것인지, 반대가 국민들의 경고는 아닌지, 소수를 외면하거나 피해를 강요하지는 않았는지 끊임없이 되뇌며 고민해야한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실현가능성이다. 청년들 또한 일련의 변화가 어렵다는 점을 직시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대부분의 응답자들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에 가까웠다. 직장인 A(37)씨는 “협치란 단어만 있을 뿐이다. 특히 한 쪽이 거대해져 힘의 균형을 잃은 현 21대 국회에선 더더욱 그럴 듯하다”면서 “아마 국회에서의 협치는 우리가 살아 있을 때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도 말했다.
다만 희망을 버리지는 않는 듯했다. 직장인 B(38)씨는 “유시민의 말대로 국회는 전쟁이라는 폭력적이고 파괴적인 원시적 행위를 이성적 틀로 끌어들인 형태일 뿐”이라며 “기존의 정당구조나 논의방식을 깨고 행정부의 정치적 중립성을 더욱 강화하는 한편, 정치인들의 결정에 대한 사후검증제도 등을 도입해 더욱 책임을 무겁게 물어 이성의 기능을 강화해야한다”고 했다.
청년들의 이 같은 의견에 대해 정치평론가와 학자들은 “정확히 맥을 짚고 있다”는 식의 긍정적 시선을 보냈다. 특히 정치에 대한 ‘혐오’나 ‘무관심’으로 회피하는 모습이 강한 일본 청년세대나 과거 행태와 달리 이익에 좌우되는 실용주의적이긴 하지만 정치에 관심을 두고 정치화되는 모습도 관찰돼 놀랍다는 의견도 많았다.
그러나 아쉬움도 함께 토로했다. 박상철 경기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청년층의 정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의견이 날카로워졌다. 하지만 합리적이고 실용주의적이기에 오히려 빠르게 체념하거나 이익에 일희일비하는 부분도 있다”며 “보다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고, 의견이 전해질 수 있는 길을 넓히려는 시도가 강해지고 빈번해져야한다”고 바람을 전했다.
한편 박 교수는 “지금의 국회에서도 협치는 가능하다”며 청년세대가 ‘불가능하다’고 진단한 현실에 반박하기도 했다. 정치인들이 국민과 국가를 위한 협력 정치를 펼치려는 기본적인 인식을 갖고 자신의 말과 행동에 대한 결과에 책임을 질 수 있는 체계가 갖춰지면 된다는 풀이다.
그는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지지율 하락은 이처럼 책임에 대한 약속이나 일방적 처리에 대한 납득할만한 설명이 없었기 때문”이라며 “협치를 추구하다보면 목적이나 색을 잃어버리는 경우도 있어 강하게 밀어붙이기도 해야 한다. 정당이나 정치인이 그에 대한 책임을 지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고, 책임지도록 체계를 만들면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야당을 향해서도 “야당은 국민의 또 다른 면인 만큼 수권야당, 대안정당으로서의 존재가치를 높일 필요가 있다. 그 수단이 협치”라며 “여당도 지지율 등을 위해 협치가 필요한 만큼 미래통합당도 거부와 반대만하며 포기하는 모습을 보일 것이 아니라 앞서 대안을 제시하고 여당과의 접점을 이뤄 협상에 적극 나설 수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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