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운의 영화 속 경제 이야기] ‘밀리언달러 베이비(Million Dollar Baby, 2004)’와 코칭 리더십

[정동운의 영화 속 경제 이야기] ‘밀리언달러 베이비(Million Dollar Baby, 2004)’와 코칭 리더십

정동운(전 대전과학기술대학교 교수)

기사승인 2020-08-12 17:34:53
▲정동운 전 대전과기대 교수
2005년 2월 28일 제77회 아카데미시상식에서 이 영화로 75세의 나이에 감독상을 받은 클린트 이스트우드. 그는 “내 생각엔 난 그저 어린애다. 아직 할 일이 많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2018년(88세)에도 <라스트 미션(The Mule)>을 연출․출연한 이 위대한 배우 겸 감독, 그의 젊음이 오랫동안 계속되어 앞으로도 우리들에게 많은 감동을 주기를 바란다.

그의 이 영화는 30살이 넘은 나이에 권투선수를 시작한 웨이트리스 매기(힐러리 스웽크)와 그녀를 지도하게 된 노령의 별 볼 일 없는 트레이너 프랭키(클린트 이스트우드) 사이의 신뢰와 우정, 그리고 가족애를 그린 감동적인 복싱 드라마다.

자신들의 이익만 따지며 상대방을 배려하지 않는 가족들로 고통스러워하는 매기. 가족과의 소원해진 관계에 슬픔 가득한 프랭키. 둘은 환상적인 호흡을 선보이며 매기는 승승장구하여 마침내 챔피언 결정전에 나가기에 이른다. 실제로 매기는 “링 위에 오르면 상대의 강점과 약점을 번갈아 가며 끊임없이 찾게 된다. 그리고 그들을 통해 자신의 강점과 약점에 대해서도 배우게 된다.”라고 말했는데, 이제 비로소 명실상부한 최고의 권투선수가 되었다.

이러한 프랭키와 매기는 단순히 가르치는 사람(스승)과 가르침을 받는 사람(제자)의 관계에 그친 것이 아니라, 둘은 어느새 서로에게 오랫동안 잊고 지냈던 가족의 정을 일깨워준 아버지와 딸 같은 관계로 발전한다. 그러나 성공의 정점에서 “항상 자신을 보호하라!”는 원칙을 잊은 순간 매기에게 불행이 찾아온다. 챔피언에 도전하는 마지막 시합, 거의 매기의 승리가 확실시되던 경기였다. 등을 돌리고 자신의 코너로 돌아가는 매기의 뒤통수를 갑자기 상대가 가격함으로써, 그대로 의자 모서리로 쓰러진다.

매기는 척수 마비가 되어 일어설 수 없게 되고, 산소 호흡기에 의지해야만 하게 된다. “전 내가 원하는 걸 얻었어요. 전부 얻었어요. 내게서 이 모든 걸 가져가지 말아줘요. 사람들이 내 이름을 부르는 것을 더 이상 듣지 못할 때까지 누워있게 하지 말아줘요”라는 매기의 소원대로 프랭키는 그녀에게서 산소 호흡기를 떼어 낸다.

프랭키는 자신의 생각을 말하기 전에 늘 매기의 의견과 생각을 물어본다. 해답은 결코 코치가 줄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전장에서 온몸으로 싸우면서 매 순간 자신을 조절하고 보호하는 것은 선수이지, 코치가 아니다. 이렇게 질문하고 답하면서 서로 이해하고 발전하며, 해결책을 모색하는 것이 올바른 코칭이다. 이와 같이 코칭은 대화(질문과 경청)를 통하여 개개인이 스스로 자신이 지닌 능력이나 가능성을 최대한 발휘하게 하는 기술이다. 따라서 코칭리더십(Coaching Leadership)의 두 가지 핵심요소는 ‘효과적 질문’과 ‘적극적인 경청’이라 할 수 있다.

<밀리언 달러 베이비>로 여우 주연상을 수상한 힐러리 스웽크는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에게 “클린트, 당신은 나의 ‘모쿠슈라’예요”라고 말하였다. 영화 속에서 반복되는 ‘모쿠슈라(Mokulsha)’는 영어로 ‘내가 사랑하는(my darling)’ ‘나의 혈육(my blood)’이라는 뜻으로, 프랭키와 매기의 관계를 잘 표현해준다. 이는 영화 제목에서도 잘 알 수 있는데, ‘밀리언 달러(million dollar)’는 ‘백만 달러’, ‘베이비(baby)’는 속어로 ‘관심을 끌만한 사람’을 뜻한다.

따라서 ‘밀리언 달러 베이비’는 ‘싸구려 물건을 파는 가게에서 발견한 백만 달러의 값어치를 지닌 물건’이라는 뜻으로, ‘예상치 못한 곳에서 소중한 상대를 만났을 때’ 쓰는 말이다. 이와 같이, 프랭키와 매기는 함께 일을 하면 할수록 돈으로 따질 수 없을 만큼 소중하고, 마치 가족처럼 믿음이 깊어간다. 이는 서로가 서로를 통해 발전하고 있음을 단적으로 나타내준다. 진정한 코칭 리더십은 조직원은 물론 코치까지 변화시킨다. “당신 생애, 기적처럼 만나게 될 감동이란 이름으로….”
최문갑 기자
mgc1@kukinews.com
최문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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