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경] 네이버파이낸셜을 금융업계가 경계하는 이유

[알경] 네이버파이낸셜을 금융업계가 경계하는 이유

기사승인 2020-08-20 05:00:19

[쿠키뉴스] 김동운 기자 = 네이버파이낸셜이 지난해 말 등장한 이후 빠른 속도로 금융사업에 진출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CMA(종합자산관리계좌)통장’을 시작으로 ▲보험 ▲대출 ▲증권서비스 등 기존 금융업계에서 제공하던 서비스들을 IT회사인 네이버가 사업영역 저변을 넓혀가고 있죠.

하지만 이같은 네이버의 진출을 금융업계 전반에서는 꾸준히 경계하고 있습니다. 재미있는점은 ‘네이버 금융’을 뉴스에 검색하면 금융권에서 ‘경계’ 혹은 ‘우려’한다는 기사들을 정말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반면 토스나 카카오 같은 핀테크 업체들에 대해서는 경계는 하지만, 네이버만큼의 경계는 덜한 편입니다.

기존 금융권에서 네이버파이낸셜에 대한 경계심이 강하다는 것을 네이버파이낸셜도 인지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개최된 네이버파이낸셜 기자간담회에서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는 “기존 금융권에서 많이 경계하시는데, 저희는 금융권과 협력하는 관계가 될 거 같다”며 “사실 저희(네이버파이낸셜)보다 카카오페이를 더 걱정하셔야 하지 않겠냐”는 이야기를 한 바 있죠.

그러나 최 대표의 금융권에 대한 호의적인 답변에도 불구하고 금융권에서는 쉽사리 그 경계심을 거두지 않고 있습니다. 네이버와 타 핀테크사들간 다른 점이 무엇이길래 이런 차이가 발생하는 걸까요?

정답은 해당 금융사의 근본에 있습니다. 갑자기 근본이 무슨 소리냐 할 수 있겠지만, 기존 핀테크업체들과 네이버파이낸셜과는 아주 중요한 차이점이 있습니다. 카카오와 네이버를 통해 예시를 들어보겠습니다. 

카카오의 금융사인 카카오뱅크는 명백한 은행입니다. 지난 2016년 1월 은행업 라이센스를 취득하고 출범했으며, 은행코드도 존재하죠. 반면 네이버파이낸셜은 ‘종합 금융 지원 서비스업’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라이선스를 취득하지 않는 이상 기존 금융사들과 별개의 존재라는 것입니다.

▲카카오는 라이선스를 취득한 반면, 네이버는 그렇지 않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사진=각사

이는 중요한 차이를 만들어 냅니다. 라이선스를 취득한 카카오의 경우 기존 금융사와 ‘은행업법’의 규제를 적용받습니다. 반면 네이버파이낸셜의 경우 은행법, 여신전문금융업법을 적용받지 않고 비교적 규제가 느슨한 편인 ‘전자금융업법’만 적용받죠. 종합해보면, 금융사들은 카카오와 토스 같은 라이선스를 취득한 핀테크사들은 ‘테두리’ 안에서 경쟁하는 ‘강력한 라이벌’이라고 보는 반면, 네이버는 규제의 테두리 밖에서 울타리 내부의 파이를 뺏어가는 ‘적’으로 인식되겠죠.

여기까지는 일반 금융소비자들이 알기 힘든 내용입니다. 물론 알 필요도 별로 없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금융소비자들에게 중요한 것은 어느 금융사들이 편리하면서 안전하고, 간편한 금융서비스들을 제공하는지에 대한 여부니까요.

이같은 금융소비자들의 인식또한 금융사들에게는 네이버파이낸셜에게 경계심을 더욱 키우는 요인이 됩니다. 네이버파이낸셜은 은행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미래에셋대우CMA네이버통장(초기 네이버통장)’을 판매하면서 금융소비자들에게 더 높은 이자율과, 편리한 가입방식을 제공하고 있죠. 네이버의 이런 전략은 ‘패스트팔로어(빠른 추격자)’ 전략으로 불리는데요, 전자금융업법의 규제 내에서 최대한 기존 금융사와 비슷한 수준의 금융상품을 빠르게, 더 좋게 내놓을 수 있습니다.

이는 기존 금융사들이 규제에 묶여 발빠르게 소비자들의 니즈를 충족시키기 어려운 것과 대조하면 어느 쪽이 금융소비자들의 선호를 더 많이 받을 수 있게 되는지 쉽게 이해가 되실 겁니다. 

또 하나의 예를 들어볼까요. 지난달 금융당국에서 핀테크사들에게 허용한 ‘소액 후불결제’ 사업이 있습니다. 핀테크사들이 30만원 한도 내에서 기존 신용카드와 동일하게 후불결제 서비스를 금융소비자들에게 제공할 수 있게 되죠. 여기에 더해 신용카드사들에게는 불가능한 결제한 이후 ‘리워드 포인트’도 금융소비자들에게 지급할 수 있습니다. 이를 놓고 본다면 금융소비자들이 리워드를 추가로 받을 수 있는 ‘핀테크 후불결제 서비스’와 기존 신용카드 둘 중 어떤 것을 선호하게 될지는 알 수 있습니다.

이를 놓고 보면 기존 금융사들이 네이버파이낸셜에게 경계심을 가질만한 이유들이 많죠. 하지만 중요한 것은 기존 금융사들이건 네이버파이낸셜이건 ‘공정한 운동장’에서 경쟁을 통해 금융소비자들에게 더 좋은 금융서비스들을 제공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것은 규제를 정비하고 감시하는 금융당국이 해내야할 숙제입니다. 

최근 금융위원회를 비롯한 금융당국 및 국회 정치권에서 ‘동일기능 동일규제’를 도입하겠다고 이야기했는데요, 부디 금융당국이 공정한 경쟁환경을 조성해 금융소비자들에게 더욱 좋은 ‘혁신금융서비스’들을 이용할 수 있도록 신중한 논의를 거치길 바랍니다.

chobits3095@kukinews.com
김동운 기자
chobits3095@kukinews.com
김동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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