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재 이야기] 산업의 쌀 ‘철강’

[소재 이야기] 산업의 쌀 ‘철강’

팔방미남 철, 가성비‧친환경 소재 ‘철’

기사승인 2020-08-27 05:00:13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전경(사진=현대제철 제공)
[쿠키뉴스] 임중권 기자 =철(Fe)은 자연 상태에서 존재하는 92개 원소 가운데 가장 안정성이 높고, 4번째로 매장량이 풍부한 소재다. 철을 발견한 인류는 수천 년이 지나 철광석에서 철을 분리하는 제철기술을 발전시켰다. 인류는 철기를 통해 생산성을 높여 농경사회를 일궈냈고, 잉여생산물을 통해 문명과 국가를 탄생시켰다.

철은 지구를 거대한 자석으로 만들어 지구로 날아드는 태양풍과 방사선을 막아 지구의 생존을 지키고 있다. 인류 삶을 지탱 중인 스틸은 자동차와 선박, 철도, 기계, 건물, 교량, 스마트폰과 텀블러, 생명을 지키는 메스에 이르기까지 현재 전 산업 분야 대부분 제품에 사용되고 있다.

다른 소재보다 우수한 경제성은 철이 유사 이래 인류의 동반자로 전 산업군에서 활약 중인 비결이다. 대표적인 철강제품인 냉연 코일의 톤당 가격은 약 75만원 수준. 우리가 쉽게 사 먹는 생수가 500㎖에 750원 정도임을 고려했을 때, 생수 1톤은 150만원 가량으로 철강재 가격의 약 2배다.

게다가 스틸의 경쟁 소재 중 하나인 알루미늄 가격도 톤당 1700달러(206만570원)에서 2000달러(242만4200원)로 철강제품의 가격은 이의 2분의 1도 안된다. 스틸은 강도에 비해 가격도 크게 낮아 경제성이 뛰어나다. 중량 당 강도를 가격으로 추정해보면 철강 제품은 4.4다. 알루미늄 합금(21.2)과 플라스틱(11.3)을 한참 밑돈다. 그만큼 우수한 강도를 가지면서도 가격이 저렴하다는 뜻이다.

뛰어난 친환경성도 강점이다. 세계철강협회에 따르면 스틸의 재활용률은 85%로 세계에서 가장 많이 재활용된 소재다. 참고로 플라스틱의 재활용률은 3~5%에 불과하다. 제철공정에서 발생하는 부산물 역시 98% 이상 재활용된다. 제조공정 중 발생하는 슬래그도 시멘트와 비료, 바다숲 조성에 사용된다. 콜타르는 전기차 배터리 재료로 쓰이고 부생가스의 90%는 열에너지와 전기로 다시 태어난다. 이처럼 스틸은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지구에 쓰레기를 남기지 않는 친환경 소재다.

또 스틸은 생명을 살리는 대표적 소재다. 환자들이 위생적으로 의료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된 것은 1913년 스테인리스 스틸(써지컬 스틸)의 발명 이후다. 이전엔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수술을 받다가 세균 등에 감염돼 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었다. 세계보건기구(WHO) 역시 현대 의료서비스의 가장 심각한 난제 중 하나로 치료 중 환자 감염 문제를 꼽기도 했다. 전 세계적으로 매년 수억 명의 환자들이 감염으로 인한 질환에 노출되고 있기 때문에 병원의 위생적인 환경 조성은 중요하다.

이러한 상황에 의료용 스테인리스 스틸인 써지컬 스틸은 녹슬지 않는 고유 성질인 ‘내부식성’을 갖고 있어 부식될 염려가 없다. 또 다른 어떠한 부작용 없이 안전하게 살균 처리가 가능한 특장점을 통해 많은 환자의 목숨을 지켰다. 수술용 메스나 주삿바늘, 부러진 뼈를 고정하는 나사처럼 신체 부위에 직접 닿거나 체내에 들어가도 안전한 덕분에 전 세계 병원에서는 스테인리스 스틸을 사용하고 있다.

철은 국위선양(國威宣揚)에도 앞장서고 있다. 글로벌 1위 철강사 포스코가 만드는 국산 철강재는 육상과 해상을 통틀어 전 세계 풍력발전기 10대 중 1대에 쓰이고 있다. 세계 3위 에너지 수입국 인도의 원유 수송관에도 포스코 철강이 사용되고, 세계 곳곳에서 발주되는 바다 위의 에너지 플랜트(FLNG)를 독점한 조선강국 한국의 플랜트에도 포스코 철강재 30만톤 이상이 사용됐다.

철이 인류와 함께했고, 한국 경제 발전에 지대한 공헌을 했다는 점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국내와 달리 유럽과 미국, 일본에는 용광로가 꺼진 제철소들이 여럿 있다. 제철소 용광로의 불이 꺼지면 용광로 자체가 거대한 철 덩어리로 굳어져 부수고 새로 지어야 한다. 최소 5000억원에서 1조원의 비용을 투자하고 다시 건설하는데 수개월 이상 소요된다.

용광로만의 문제로 끝나지도 않는다. 제철소는 쉴 새 없이 흘러가는 공정이다. 용광로 이후 쇳물을 사용하는 공장들이 모두 멈추게 된다. 용광로가 멈추는 것은 제철소가 문을 닫는다는 얘기다. 비단 용광로만 꺼진 것이 아니다. 그에 딸린 다른 공장들의 폐쇄로 이어졌다. 폐쇄는 지역 경제의 몰락을 불러왔고, 이는 국가 경기 악화를 결과를 낳기도 했다.

우리는 용광로의 불꽃에서 만들어지는 철의 탄생을 직접 보지는 못한다. 그러나 사람의 ‘심장’이 24시간 365일 힘차게 박동하며 온몸에 피를 순환시키는 것과 같이 국내 제철소 용광로에서 만들어지는 ‘철’은 24시간 365일 대한민국 경제를 살아 숨 쉬게 하는 경제의 심장이다.

im9181@kukinews.com
임중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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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중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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