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송금종 기자 = 기업은행이 내부자 거래로 어수선하다. 직원이 가족명의로 76억원을 ‘셀프’로 대출한 사건이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결과만 놓고 보면, 직원은 파면됐고 은행은 사건수습에 혈안이 돼있다. 유사사건을 막으려고 ‘친인척 대출금지’라는 강수도 뒀다. 하지만 ‘뒷북’ 처사라는 지적이 나온다.
국책은행인 기업은행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생길 수 있었을까. 가장 큰 원인은 허술한 대출 시스템이라는 게 업계 전언이다. 모 시중은행은 직원 직계가족은 물론 배우자 가족 여신을 일절 제한한다. 대출서류도 센터로 보내서 문제가 없는 지 감리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애초에 시스템적으로 거른다”며 “입사하면 직계가족 정보, 결혼하면 배우자 가족 정보도 등록하는데 등록한 사람은 여신이 제한된다. 이럴 경우 다른 직원이나 타 지점에서 대출을 받아야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은행마다 시스템 차이가 있어서 이유가 명확하진 않지만 기업은행에는 주민번호로 본인확인을 하는 시스템이 없거나 취급한 대출 서류를 영업점 자체가 보관하고 관리하면 지점장 전결로 처리되고 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과거 본인확인이 엄격하지 않았을 시기에는 자녀가 부모 신분증과 인감을 가지고 와서 몰래 대출을 받고 연체가 생기면 그제야 이력이 드러나는 사례가 종종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들은 이처럼 본인확인이 잘 안 될 경우를 대비해 시스템적으로 ‘장치’를 마련해 둔다.
기업은행은 내규에 따라 업무를 이용해 가족과 친인척 등에게 이익을 주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그런데 직원은 가족이 대표로 있는 법인 명의로 대출을 받았는데도 제재를 받지 않았다. 그는 시스템 허점을 악용해 대출을 승인하고 담보 심사는 물론 서명도 본인이 직접 한 것으로 알려졌다. 허술한 시스템이 사건을 일으킨 셈이다.
기업은행은 논란이 커지자 재발방지책으로 친인척 대출을 원천 차단하는 내부 규정과 시스템을 마련하기로 했다. 또한 모든 대출에 대해 직원 친인척 여부도 상시 점검한다는 방침이다. 윤종원 행장은 지난 3일 이번 사건에 ‘송구하다’며 관련인 처벌과 시스템 개선, 규정 보완 등을 주문했다.
은행 측은 아울러 사기 등 혐의로 직원 형사고발을 진행 중이다. 지점장도 추가 조사를 거쳐 책임을 물을 방침인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불법이나 피해사실을 입증하기에는 다소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대출을 취급할 수 있는 것이어서 법적으로는 문제가 안 된다”라며 “부실이 생기거나 소득이 없는데 무리하게 대출을 취급한 것이라면 문제로 삼을 수 있지만 가족 말고는 없고 대출을 다 갚고 은행에 피해를 끼치지 않으면 문제될 게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해당부서에서 법률 검토를 통해서 직원 형사고발을 진행중인 거으로 안다. 지점장도 재조사를 통해서 징계에 대한 사안을 다시 검토하고 있다”며 “내부통제에 부족함이 없는지 잘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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