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소상공인 200만원 지원...이제는 ‘임대인’ 화답할 때

[기자수첩] 소상공인 200만원 지원...이제는 ‘임대인’ 화답할 때

기사승인 2020-09-11 05:00:02
[쿠키뉴스] 조계원 기자 =정부가 코로나19 재확산으로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에게 최대 200만원의 현금을 나눠주기로 했다. 291만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에게 3조2000억원의 예산을 들여 현금 지원에 나설 계획이다.

정부가 국채 발행을 통해 빚을 내면서까지 소상공인 지원에 나선 것은 소상공인들이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로 더 이상 물러날 수 없는 절벽까지 몰렸다는 판단 때문이다.

앞서 정부는 코로나19가 빠르게 재확산하자 지난달 19일부터 PC방·노래연습장·뷔페 등 12개 업종을 고위험시설로 지정해 운영을 중단시켰다. 수도권의 경우 음식점과 프랜차이즈형 카페, 제과제빵, 아이스크림, 빙수점도 밤 9시 이후 실내 취식을 금지했다.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는 정상영업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에 코로나19 재확산 이후 소상공인 73%가 폐업을 고려하고 있다는 설문조사 결과까지 나왔다.

소상공인연합회가 지난 8월 31일부터 나흘간 전국 소상공인 3415명을 대상으로 긴급 실태조사를 진행한 결과 이번 조치로 ‘폐업을 고려할 것 같다’는 답변이 50.6%, ‘폐업 상태일 것 같다’는 답변이 22.2%였다. 

올해 3~6월 서울에서 2만 개가 넘는 점포가 문을 닫았다. 절벽에 몰려있던 소상공인들은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라 마지막 선택을 강요당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가 빚을 내면서까지 소상공인 지원에 나선 것은 이들을 살리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다. 

그렇지만 최대 200만원의 지원은 사실 소상공인들에게 한 달 임대료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얼마 전 살펴본 이태원 상권의 경우 월 임대료가 1000만원에 육박했다. 서울 시내 아파트 상가의 월 임대료도 300만원이 훌쩍 넘어간다. 정부의 지원 금액 200만원은 밀린 임대료 한 달 치도 내기 어려운 금액이다. 

결국 소상공인들의 경영 부담 1위가 임대료인 상황에서 소상공인들의 생존을 결정할 ‘키’는 ‘건물주’, 임대인들이 들고 있다. 코로나19가 재확산 한 것처럼 ‘착한 임대료 운동’의 재확산도 필요한 시점이다.

물론 착한 임대료 운동의 참여는 임대인의 자율 선택 사항이다. 한 임대인은 “장사 잘 될 때 임대료 더 주었냐, 장사가 잘 될 때도 있고 안 될 때도 있는 데 임대료를 덜 받아야 하냐”고 반문하기도 한다.

다만 어려움을 견디지 못한 상가가 폐업하고, 상가가 공실로 남아 상권이 침체될 경우 이는 임대료 하락으로 연결된다. 실제로 가장 피해가 컸던 소규모 상가를 중심으로 임대가격지수 변동을 살펴보면 지난해 4분기 평균 임대료를 100으로 뒀을 때 올해 1분기에는 98.5로 떨어졌다.

상가의 가치결정 기준은 임대료가 핵심이다. 임대료 하락은 상가의 가치 하락으로 연결될 수 있다. 임대료 하락과 상가의 가치 하락 연결고리를 착한 임대료 운동으로 끊어내는 것이 임대인에게 더 유리한 것이 아닌가 생각해 볼 시점이다. 아울러 임대인들이 임대료를 일시적으로 깍아줄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정부의 뒷받침도 필요하다.

chokw@kukinews.com
조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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