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조진수·조현지 기자 정유진 인턴 기자 =미국의 계속된 대화 요청에도 북한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에 북한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부재를 의도적으로 숨기려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15일(현지시간) 미 싱크탱크 애틀랜틱카운슬과의 화상 대담에서 북한에 대해 “우리는 추가 진전을 이룰 수 있고,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이 다른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기대했었다”고 말하며 아쉬음을 표했다.
이어 “그러나 나는 여전히 낙관적”이라며 “공개적으로는 고요했지만 여전히 노력은 진행 중이다. 북한과의 노력도 있다”고 설명했다. 북미 비핵화 협상 교착상태 등 북한과의 ‘냉랭’한 기류를 이어오던 미국이 물밑에서 대화 재개를 위한 손길을 꾸준히 내밀어왔던 것으로 풀이한다.
실제로 폼페이오 장관은 지난주 열린 동아시아정상회의 외교장관 회의 등에 참석해 북한의 협상 복귀를 촉구하기도 했다. 스티브 비건 부장관은 한반도에서의 지속적 평화의 길을 미국이 지지한다고 밝히는 등 비핵화 협상 테이블로 북한을 이끌어내기 위한 요구를 보였다.
최근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태풍 등으로 피해를 본 북한에게 인도적 지원 의사를 지속적으로 밝히고 있다. 미 국무부는 북한에서 인도주의 지원 활동을 벌이는 민간단체 등에 ‘복수방문 특별승인 여권’ 허용 방침을 밝히기도 했다.
다만 북한이 미국의 이같은 제안을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소리(VOA)는 “북한이 코로나19 차단을 명분으로 외부 지원을 받지 않겠다는 입장을 내세우고 있다”며 미국의 지원 제안이 사실상 거절된 상태라고 전했다.
북·미 협상에 정통한 소식통은 미국이 최근 뉴욕 북한 유엔대표부 채널을 통해 북한에 회담을 제의했다고 중앙일보를 통해 밝혔다. 그는 “비핵화 협상 재개, 코로나19 이후 식량난 등을 논의하기 위해 대화 제의를 한 것으로 안다”며 “북한이 아직 알맹이 있는 답을 주진 않았지만 접촉은 계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상황에 한 관계자는 “김정은 위원장의 건강상태가 의심된다”고 주장했다. 북한이 미국의 회담 제안을 회피하고 있는 것은 김 위원장이 회담에 참여하기 어렵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미국이 계속해서 회담을 시도하는 것도 김 위원장의 실물을 확인하고자 하는 의중이 깔려있다는 설명이다. 이외에도 미국 대선 기간 중 북한이 불미스러운 장난을 치지 못하도록 관리하기 위해 북미 회담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나아가 북한 역시 김여정 제 1부부장의 후계구도와 통치 기반 강화를 위해 북미 회담을 기반으로 국제 무대에 등장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이 역시 김 위원장이 건강 이상으로 정상적인 활동이 불가능해졌다는 것이 이유로 꼽힌다.
최근 몇 달간 김정은 위원장의 건강을 둘러싼 의혹이 이어지고 있다. 북한은 지난 9일 정권수립 72주년 기념일(9·9절)을 축소 진행했다. 이날 김 위원장은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전날 오전 군사확대회의를 소집했다고만 북한 매체를 통해 전해졌다. 정권수립을 기념해 이뤄진 ‘열사릉’ 참배에도 김 위원장을 제외한 북한 간부들만이 나섰다.
북한 내에서 의도적으로 김 위원장의 ‘권위 깎아내리기’ 시도가 포착되는 것도 건강이상설에 대한 의혹을 키우고 있다. 한 인물이 김 위원장 앞에서 호주머니에 손을 넣은채 서있는 사진이 최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공개됐다.
최고 지도자인 김 위원장에게 ‘무례한’ 태도로 읽힐 수 있는 자세를 취한 것이다. 앞서 김여정 제 1부부장 등 북한 간부들이 김 위원장을 ‘위대한 지도자’, ‘최고 영도자’ 등으로 호칭하며 선을 지키는 모습을 보인 것과는 상반돼 의구심을 남겼다.
북한이 과거 사진을 최근 김 위원장의 사진이라고 속여 공개하고 있다는 ‘사진 조작’ 의혹도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통해 북한이 코로나19의 확산으로 곤욕을 치루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진 바 있다. 그러나 최근 북한의 사진에선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모습들이 다수 포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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