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후 3개월 딸 15시간 방치…사망 이르게 한 남편 징역 4년 확정

생후 3개월 딸 15시간 방치…사망 이르게 한 남편 징역 4년 확정

기사승인 2020-09-22 17:09:27

▲사진=생후 3개월된 딸을 엎어서 재운 뒤 15시간 이상을 방치해 숨지게 한 20대 남성에게 징역 4년이 확정됐다./ 연합뉴스 제공
[쿠키뉴스] 김희란 인턴기자 =생후 3개월된 딸을 엎어서 재운 뒤 15시간 이상 방치해 숨지게 한 20대 남성에게 실형이 확정됐다.

대법원 3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22일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아동학대치사)등의 혐의로 기소된 A씨(29)의 상고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A씨는 지난해 4월 오후 6시쯤 경기 남양주 자택에서 생후 3개월된 딸과 함께 있던 중 “밖에서 저녁 식사를 하자”는 아내 B씨(29)의 전화에 딸을 엎어서 재운 뒤 술을 마시러 외출했다. 당시 딸은 혼자서 목도 제대로 가눌 수 없는 상태였다. A씨는 같은 날 오후 8시30분 귀가했지만 딸의 상태를 확인하지 않은 채 TV를 보다 잠이 들었다. B씨는 다른 곳에서 술을 더 마시고 집에 들어오지 않았다.

다음 날 아침 B씨는 “아침을 먹자”며 A씨를 불러냈다. 식사를 마치고 B씨는 곧장 출근했고, 집으로 돌아온 A씨는 오전 9시쯤이 되어서야 딸이 숨을 쉬지 않는 것을 발견하고 119에 신고했다. 마지막으로 딸을 확인한 지 15시간만이다. 경찰의 부검 의뢰를 받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정확한 사인은 알 수 없으나 질식에 의한 사망 가능성이 있다’는 소견을 냈다.

동갑내기 부부인 A씨와 B씨는 아동학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수사 과정에서 부부의 딸은 미숙아로 태어나 세심한 관리가 필요했지만 이들은 딸이 있는 방 안에서 담배를 피우기도 한 정황이 드러났다. 아이들을 방치한 채 외출이 잦아 이웃 주민이 신고하기도 했다. 방치된 딸은 사망 당시 엉덩이가 오랜 시간 갈아주지 않은 기저귀로 인해 발진이 생겨 피부가 벗겨져있었다. 기저귀에는 혈흔이 묻어 있었다.

A씨 부부에게는 3살짜리 아들도 있었는데 그 역시 마찬가지로 방치됐다. 어린이집 교사는 아들 역시 곰팡이가 묻은 옷을 입고 있었으며 몸에서 악취가 많이 났다고 진술했다. 부부는 수사기관에서 아들을 3일에 한 번 씻겼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1심 재판부는 “두 사람이 부모로서 취해야 할 최소한의 보호조치만 했더라도 딸의 사망이라는 비극적인 결과는 충분히 피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며 A씨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 B씨는 딸이 사망할 당시 직접적으로 어떤 행위를 하지는 않은 점을 고려해 징역 4년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A씨가 수사기관에서 “딸을 두고 자주 아내와 술을 마시러 나갔는데 가끔 이렇게 방치를 하다 보면 사망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진술한 점에 주목했다. 그는 “아이가 죽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지만 아내와 술을 마시지 않으면 아내와 다툼이 생겨 어쩔 수 없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재판부는 이같은 진술을 토대로 이들 부부가 방임으로 딸이 사망할 수도 있었다는 것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다고 보았다. 재판부는 이들이 위험성을 인지하고도 아이를 제대로 돌보지 않았기 때문에 아동학대가 맞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B씨의 갑작스런 사망에 A씨는 징역 4년으로 감형됐다. 1심 판결이 난 지난해 11월 셋째를 임신 중이었던 B씨는 항소심 재판 도중 돌연 사망했다. 그는 출산을 위해 구치소에서 잠시 나왔다가 숨을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2심 재판부는 A씨가 잘못을 인정하며 반성하고 있다는 점, 재판받던 배우자가 사망해 추후 혼자서 자녀를 양육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된 점 등을 고려해 A씨의 감형을 결정했다. A씨는 상고했지만 대법원은 이를 기각하고 징역 4년 형을 확정지었다.

heerank@kukinews.com
김희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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