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규제 3법 개정안 통과 속도는 낮추고 규제 강도는 약하게 해달라는 논의가 진척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상법·공정거래법·금융그룹감독법 개정안 등 이른바 '공정경제 3법'을 놓고 여당과 경제계가 6일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눴다. 경제계서는 이법을 기업을 옥죄는 법이라며 '기업규제 3법'으로 부른다.
경제계는 여당에 공정경제 3법 제고를 촉구, 여당이 어느 정도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하지만 여당은 '법 통과는 더는 늦추기 어렵다'는 입장을 확고히 해 공정경제 3법 개정안을 두고 여당과 경제계의 면담은 동상이몽으로 끝났다는 관측이다.
손경식 경총 회장은 이날 오전 서울 마포구 경총회관에서 이낙연 대표와 간담회를 열고 공정경제 3법 개정안에 대한 경제계 입장을 전달했다. 경제계가 공정경제 3법과 관련해 여당에 직접적으로 건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손 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투자를 제약하고 기업경영에 부담을 주는 법안이 많아 경제계의 걱정이 크다"며 "코로나19 경제 위기를 조속히 극복하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선도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기업을 살리고 경쟁력을 높이는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코로나19 위기는 앞으로 상당기간 길어질 것으로 본다. 우리 기업이 당면한 위기극복에 적극 투입해야 하는 시기"라며 "국회는 기업하기 좋은 환경 조성과 투자 활성화를 위해 시급하지 않은 현안은 중장기적으로 다뤄주기 바란다"고 요청했다.
그러면서 "기업하기 어려운 환경에서 절박한 심정을 말씀드렸다"며 "대표와 여당에서 경제계 입장을 호의적으로 이해해주기 바란다. 경제계도 일자리창출 등으로 최대한 화답 하겠다"고 했다.
비공개 간담회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손 회장은 "가장 큰 문제는 3%룰인데 이문제는 상식선에서 해결될 것으로 생각한다"면서 "이 대표가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3%룰은 상당한 조정이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3%룰 적용 배제 가능성을 시사했다.
3%룰은 최대 주주가 보유한 주식 지분 중 3%만 의결권을 인정하는 것을 말한다. 상법 개정안에 이 내용이 포함됐다. 기존에는 사내·사외이사를 선임할 때 최대 주주와 특수관계인 등이 각각 3%씩 총 6%의 의결권을 행사하지만, 개정안이 통과되면 사내·사외이사 총 3% 의결권만 행사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외국계 투기 자본이 우호 세력을 이사회에 심어 경영권을 흔들 수 있다고 경영계는 우려해 왔다.
함께 참석한 경영계 인사들도 "공정거래 3법은 기업경영의 불확실성을 키우는 내용이 포함됐고, 법안 논의 시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했다"며 이날 면담 결과에 만족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경제계의 이날 여당과 면담 결과 해석과는 달리 여당은 공정경제 3법 개정안 처리 의지는 확고했다.
이낙연 대표는 "공정경제 3법은 기업의 건강성을 높이는 것이지 골탕을 먹이는 것이 아니다"며 "(경제계)함께 보완할 것이 있으면 보완해 나겠지만, (법 시행을) 늦추거나 방향을 바꾸는 건 어렵다"며 개정안 처리의 단호한 입장을 드러냈다.
이 대표는 "여당은 오늘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경영계와 구체적인 의견을 교환할 자리를 가질 것"이라면서 "다른 분야 사람과도 의견을 나누겠지만 요란 떨지 않고 조용하게 기업과 의견을 나누는 기회를 갖겠다"고 했다.
비공개 간담회 직후 기자들과 만난 이 대표는 이번 정기 국회에서 공정경제 3법 시행령 처리 원칙을 유지하겠다는 뜻을 재차 밝히기도 했다. 공정경제 3법 개정안 처리를 우선하고 이후 경제계 의견을 고려해 법을 보완하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이날 간담회 자리에는 경제계에서는 손 회장을 비롯해 이인용 삼성전자 사장, 공영운 현대차 사장, 장동현 SK 사장, 황형식 LG유플러스 사장, 오성엽 롯데지주 사장, 김창범 한화솔루션 부회장 등이 참석했다.
여당에서는 이낙연 대표를 비롯해 국가경제자문위원회 의장인 김진표 의원, 양향자 최고위원, 신영대 대변인, 오영훈 비서실장 등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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