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당장 치료를 받지 못하는 환자들을 외면할 수 없던 정부가 정작 의사 질관리에 대한 관심은 부족했다는 생각이 든다. 의사 수가 충분한지 부족한지를 따지는 사이 환자가 ‘꺼리는’ 의사들은 현장에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최근 국회에서 나온 자료들을 보니 강력범죄를 저지른 의사 중 면허가 취소되거나 자격이 정지된 사례는 거의 전무한 수준이었다. 더불어민주당 권칠승 의원에 따르면 2010년~2018년 강간·강제추행범죄를 저질러 검거된 의사가 무려 848명에 달하는 것으로 밝혀졌으며, 살인을 저질러 검거된 의사도 37명에 이르는 것으로 드러났다. 무면허의료행위, 리베이트 수취, 면허증 대여, 불법 사무장 병원 내 의료행위 등으로 면허가 취소된 의사들의 면허 재교부율도 매우 높았다.
진료행위를 할 수 있을지 없을지 신체‧정신능력을 알 수 없는 고령의사도 많다. 더불어민주당 강병원 의원에 따르면, 지난해 의사면허 신고자 중 출생년도가 1910~30년대인 신고자는 총 388명이었고, 만 100세가 넘는 1919년생도 3명이나 있었다. 현업 근무중인 80세 이상 의사는 올해 7월 기준 820명인 것으로 확인됐다.
일선 현장 얘기를 들어보면, 꼭 강력범죄를 저지르거나 고령인 경우가 아니더라도 신뢰가 떨어지는 의사가 적지 않다. 고의적으로 비급여 시술을 강요하거나 잘못된 의료행위로 환자에게 피해를 입히는 식이다.
생명을 다루는 직업을 두고 양이냐 질이냐를 따진다면 나는 질을 선택하겠다. 그 어떤 환자도 안전이 담보되지 않은 의사에게 진료를 받고 싶지 않을 것이다. 때문에 정부가 의사 수 증원을 얘기하기 전 의사들의 질관리부터 철저히 했으면 한다. 새로운 치료제를 환자에게 적용하기까지 까다로운 절차를 거치는 것처럼, 승인 이후에도 꾸준히 부작용 여부를 관리하는 것처럼 의사도 그런 관리가 필요하지 않을까.
여기에는 무분별한 의사 수 증원으로 의료 질 저하를 우려하던 의사단체도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다. 의사의 신뢰와 위상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자격이 불충분한 의사 관리와 면허 유지 기준에 더 엄격해질 필요가 있다.
suin92710@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