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정진용 기자 = 서울대 로스쿨생들이 뒷광고(광고임을 밝히지 않은 광고 및 협찬) 논란에 휩싸였던 스타일리스트 한혜연(49·여)씨를 상대로 집단소송에 나선다. 집단소송에는 법무법인 한누리와 김주영 변호사(서울대 로스쿨 공익법률센터장), 서울대 로스쿨 집단소송클리닉 수업 수강생이 참여한다.
법무법인 한누리측은 이번 집단소송을 “광고주로부터 협찬 또는 광고 의뢰를 받았음에도 이런 사실을 숨긴 채, 마치 자신이 구매한 것처럼 제품을 추천한 한씨 및 해당 제품 광고주들을 상대로 구매자들이 입은 정신적 피해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을 묻는 사건”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뒷광고 논란으로 사과한 인플루언서들 중 왜 하필 한씨냐며 의문을 제기했다. 한씨로 인한 정신적 피해가 서울대 로스쿨생들이 나설만한 사건인지를 묻는 이들도 있었다. 집단소송이 절실한 보다 공익적 가치가 큰 사건을 맡는 게 좋지 않겠냐는 지적이다. 일부 네티즌은 “한씨가 만만하고 승소할 만하니까 찔러보는 것 아니냐” “소송이 법무법인 인지도 상승과 학생 스펙 쌓기에 활용되는 것 아니냐”고 날을 세우기도 했다.
비판 여론을 의식한 듯 14일 서울대 로스쿨 공익법률센터(이하 센터) 집단소송 클리닉은 입장문을 내놓았다. 센터는 “구매자들을 기망한 한씨 및 광고주 행태는 단순히 부도덕한 행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위법한 행위에 해당한다”면서 “자신들의 이익을 도모하기 위하여 구매자들에게 피해를 야기한 것으로 엄중한 책임추궁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센터는 “2학기 임상법학과목 중 하나인 집단소송클리닉에서는 학생들로 하여금 직접 기획소송 아이디어를 내도록 하고 있다. 이번 학기 참여 학생 다수가 유튜버 뒷광고를 소재로 기획안을 제출했다”면서 “많은 청년들이 문제 의식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다. 실제 피해를 본 로스쿨 학생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한씨를 상대로 소송에 나선 것에 대해서는 “특히 한씨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은 광고 없는 ‘청정지역’이라고 말하면서 실제로는 광고 제품들을 추천해 왔다. 이는 구매자 신뢰를 배반하는 행태이며 우롱하는 처사”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미국에서는 임상법학 수업 일환으로 교수가 학생과 더불어 의미 있는 공익 소송을 기획하여 소송을 제기하는 일이 드물지 않다고도 부연했다.
법조계 의견 역시 갈렸다. 이필우 법무법인 강남 변호사는 “현재 법 체계에서는 표시광고법을 위반해도 제재 대상이 광고주로 한정된다. 추천보증인(유튜버, 인플루언서 등)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면서 “이번 소송은 손해배상 법리 발달에 기여하고 나아가 국민 권익에 도움이 되는 측면이 크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최창호 법무법인 오킴스 대표 변호사는 “아무래도 참여하는 법무법인이 저절로 광고가 되는 효과를 얻지 않겠나”라며 “학생들 입장에서는 실전 소송과 관련해 공부도 하고, 나중에 경력으로도 넣을 수 있는 ‘일거양득’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옵티머스·라임사태 처럼 대다수에게 공감을 얻을 정도의 공익성이 있어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센터장 김 변호사는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서울대 객원교수로 있으면서 법무법인 한누리 대표 변호사도 겸임하고 있어 이렇게 소송을 진행하게 됐다”면서 “처음에는 한씨와 가수 다비치 멤버 강민경(31·여)씨를 대상으로 소송 대상으로 고려했다. 그런데 한씨가 더 적극적으로 뒷광고를 했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공익적 가치가 크지 않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그렇게 볼 수도 있다”면서도 “이번 소송은 금전적인 배상이 목적이 아니다. 소비자들이 입은 피해에 대해 인플루언서의 배상 책임을 인정하는 하나의 판례를 만든다는 것에 의미가 있다고 봤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이날 오전까지 소송에 참여하겠다고 밝힌 피해자는 5명”이라며 “일단 참여자는 100명 내외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법무법인 한누리측은 오는 25일까지 집단 소송 참여자를 모집한다. 모집 대상은 지난해 5월부터 올해 7월까지 파지티브 호텔(지중해 이지백 홀그레인), 주식회사 도래(백섬SL크림), 지바힐즈(트록세덤 리페어 에센스 미스트), 이랜드 리테일(슈펜) 4종을 구매한 소비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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