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배성은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전세계적 확산에 항공사 직원 휴직도 길어지고 있다. 이에 유동성 위기에 빠진 항공업계가 기간산업안정기금(기안기금)에 손을 내밀며 도움을 요청하고 있다.
16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기안기금 운용심의회 위원 7명은 전날 오후 16차 회의를 열어 제주항공 뿐만 아니라 저비용항공사(LCC) 전반에 관한 지원 방을 논의했다.
주채권은행인 수출입은행은 그동안 회계법인 실사를 통해 제주항공의 지원 소요 등을 파악했다. 기금 운용심의회는 이날 회의에서 제주항공의 전반적인 상황을 검토하고 이달 마지막 주 회의에서 지원 승인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지원 규모는 2000억원 안팎으로 예상된다.
제주항공은 이날 운용심의위원회에 기금 신청을 하지 않았지만 항공업계와 금융당국에선 제주항공이 오는 22일 전에는 기안기금을 신청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이 기안기금 지원 1호 기업으로 결정된 가운데 제주항공이 기간산업안정기금 지원을 받으면 2호 지원 기업이 된다. 저비용항공사(LCC) 중에서는 첫 지원 대상이다. 대한항공도 이달 중 신청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정부는 LCC에 대해서는 기안기금 지원불가 방침을 내세우면서 제주항공도 대상에서 배제돼 왔다. 대신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을 인수하면 인수금융 형태로 1700억원을 지원받을 계획이었다. 하지만 제주항공의 이스타항공 인수가 불발되면서 LCC 업계 1위인 제주항공이 유동성 위기에 처하자 정부가 지원불가 방침을 철회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지난달 28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제주항공이 기금을 신청하면 지원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항공업계 맏형인 대한항공도 기안기금을 신청하기로 방침을 정한 가운데 자금 규모와 시기를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여객 수요가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아 정부에 추가 지원을 요청한 것으로 보인다. 증권가에서는 3분기 대한항공의 영업이익이 382억원에 그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한편 기안기금을 신청하기 위한 필수조건은 근로자 수 300명 이상, 총차입금 5000억원 이상으로 제한돼 있다. 올해 2분기 기준 제주항공과 에어부산의 리스 부채 포함 차입금 규모는 각각 6555억원, 6271억원으로, 이에 따라 기안기금을 받을 수 있는 LCC는 제주항공과 에어부산 2곳으로 제한된다. 하지만 LCC들의 경영 위기가 심각해지면서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지난 12일 국회 정무위 국정감사에서 LCC 지원이 미흡하다는 지적에 대해 "LCC들이 망하는 일이 없도록 잘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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