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송금종 기자 = 수출입은행이 노조추천이사제로 된서리를 맞았다. 제도를 도입해놓고 다른 인물을 채용해 논란이 된 것. 글로벌 금융기관의 ‘탈석탄’ 행보에 역행하는 석탄 화력발전 투자와 더불어 자회사 채용비리 등의 기강해이도 집중 표적이 됐다.
더불어민주당 김경협 의원은 19일 수출입은행 국정감사에서 노조추천이사제를 지적했다. 김 의원은 “노동조합 추천 이사제를 어렵게 합의해서 도입했는데 실제로 보니 노조에서 추천하는 인사는 다 탈락시키고 전혀 생각하지 못한 사람들을 이사로 채용했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노조추천이사가 4, 5위로 탈락이라던데 결격 사유나 하자가 있었나”고 물었다.
이날 증인으로 출석한 방문규 행장(사진)은 “하자라기보다 수은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인물을 우선순위로 선택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경력이 많은 점을 감안해서 전문가로서 영입했다. 그 과정에서 많은 협의를 했다는 점 말씀 드린다”고 덧붙였다.
노조추천이사제는 노조가 추천하는 전문가를 이사회 사외이사로 참여시키는 제도다. 수은은 지난해 노조에서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했지만 최종 선임에는 실패했다. 수은은 지난 1월 유복환 전 세계은행 한국이사와 정다미 명지대 교수를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했다. 모두 사측이 추천한 인사다.
방 행장은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내건 노동이사제 시행에 관해서는 “논의과정을 지켜봐야 한다”고 답했다.
수은이 석탄 화력발전 투자를 고집하는 것도 거론됐다. 석탄사업 투자를 멈추고 있는 글로벌 금융기관 행보에 반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더불어민주당 김두관 의원은 “글로벌 금융기관이 석탄사업 신규 투자를 중단하거나 기존 투자 회수하는데 수은은 그 비중이 매년 증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윤세종 기후솔루션 이사를 참고인으로 소환해 수은의 석탄 투자 추진 당위성을 반박했다.
이에 방 행장은 “우리 정부가 에너지 전환 책에 따라 석탄 비중을 줄이고 친환경에너지 비중을 늘려가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면서도 “다만 개도국 입장에서는 이게 가장 중요한 인프라 사업이고 전략사업 중 하나”라고 밝혔다.
이어 “베트남은 단기간 내 석탄발전 비중을 줄이기는 한계가 있어 국가정책적으로 어느 정도 유지해야한다”고 밝혔다.
이날 국감에서는 수은 채용비리, 부동산 투기 등 내부통제 부실도 지적됐다.
양향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수은 자회사인 수은플러스가 인사 노무담당 직원 채용 시 합격자를 내정해놓고 공개채용을 실시했다”며 “첫 번째 합격시키려던 사람이 채용 지원을 철회하자 접수 마감일이 일주일 지난 시점임에도 불구하고 두 번째 내정자를 정했다”고 지적했다.
수은플러스는 수은 경비용역, 시설관리, 환경미화를 담당하는 100% 자회사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정규직 전환 정책에 따라 지난해 8월 설립돼 11월 출범했다.
수은플러스는 수은 경비용역·시설관리·환경미화를 담당하는 100% 자회사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 정규직 전환 정책에 따라 지난해 8월 설립돼 11월 출범했다.
양 의원은 “수은플러스 대표이사 이 씨가 지난해 인사 노무담당 경력직 공개채용을 할 때 공개경쟁채용 방식 대신 내부 임직원이 추천한 지인을 합격시켰다”고 지적했다.
이외에도 수은 직원들은 사택에 살면서 전세를 끼고 주택을 구입하거나 법인카드를 개인용도로 쓰는 등 개인 비위로 징계를 받은 사실도 거론됐다.
이에 관해 방 행장은 “송구스럽다”며 “이대로 있어서는 안 되겠다는 위기의식을 가졌다. 그래서 부패방지 경영시스템 국제인증을 획득했다”고 해명했다.
방 행장은 이밖에 주가하락으로 대규모 손실을 낸 한국항공우주산업(KAI)매각도 시사했다. 더불어민주당 고용진 의원실에 따르면 KAI 주가는 3년 연속 하락함에 따라 지난해 말 손상차손으로 인식된 금액이 4455억 원에 달한다.
방 행장은 “코로나19로 항공기 수주 급감 등 상황이 어렵다”며 “매각을 포함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 하겠다”고 답했다. 대규모 손상차손 우려에 대해 그는 “회계 상 손상차손 계산 시 주가뿐만 아니라 기업 실질 가치 평가 작업이 병행돼야한다”고 밝혔다.
song@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