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인세현 기자 =배우 박지현의 종영 기념 일문일답 인터뷰를 통해 소감을 밝혔다.
SBS 월화극 ‘브람스를 좋아하세요?’(이하 ‘브람스’)'가 전날 종영한 가운데, 극 중 이정경 역을 맡았던 박지현이 21일 소속사 나무엑터스를 통해 종영 소감을 전했다.
박지현은 '브람스'에서 스물아홉 경계에 선 이정경의 사랑과 우정, 그리고 꿈에 대한 갈등을 현실적이면서도 입체적으로 풀어내 눈길을 끌었다. 특히 어린 시절 어머니를 잃은 아픔과 바이올린 재능마저 멈춰버린 캐릭터의 서사를 섬세한 표현력으로 그려냈다.
Q. 마지막 촬영 날 많이 울었다고 들었다. 데뷔 이후 가장 비중 있는 역할로 그 의미가 남다를 거 같은데 6개월간의 대장정을 마무리한 소감이 어떠한가?
A. 박지현 : 마지막 씬을 끝내는 감독님의 컷 소리와 동시에 눈물이 났다. 그 이유를 생각해보면 아마 그만큼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라는 작품과 정경이라는 캐릭터에 애정이 많아서 였던 거 같다. 그동안 했던 작품들에 비해 비중이 많기도 했지만 오랜 시간 촬영하면서 동료 배우분들, 스태프분들, 그리고 정경이와 함께 한 모든 시간들이 행복하고 소중했나 보다. 물론 돌이켜보면 아쉬움도 많이 남는다. ‘내가 이때 이렇게 표현했더라면 정경이를 더 잘 이해하고 납득해 주시지 않았을까’하는. 하지만 그럼에도 아쉬움보다는 그리움이 더 클 거 같다.
Q. 실력 있는 바이올리니스트이지만 사라진 천재성의 예시로 언급되는 인물, 박준영의 단짝 친구이지만 오랜 시간 품어온 짝사랑의 감정으로 갈등하는 인물 이정경. ‘서사 맛집’이라 불릴 만큼 복잡한 사연을 가진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그려냈다는 호평이 많았다. 특별히 작품을 위해 준비하거나 연기할 때 중점을 뒀던 부분이 있었나?
A. 박지현 : 이정경이라는 캐릭터에 빼놓을 수 없는 게 바이올린이다. 어렸을 때부터 바이올린과 함께 해온 정경이를 표현하기 위해 많은 시간을 연습에 투자했지만, 생각보다 더 어려웠고 서툴렀던 거 같다. 비록 노력한 만큼 바이올린 연기가 쉽지 않아서 속상하긴 했지만 그래도 최선을 다했기에 후회는 없다.
그리고 연기하면서 늘 잊지 않으려 했던 부분이 많은 분들이 말씀하시는 정경이의 서사였다. 준영이와 함께했던 15년이라는 시간, 현호와 사귀었던 10년의 시간까지. 그 길었던 시간들이 드라마에서는 구체적으로 보여지지 않았지만 (어쩌면 그래서 더 자유롭게 상상하고 연기할 수 있었던 거 같다) 정경이의 대사와 행동의 정당성들을 그 시간들에서 찾으려고 했던 거 같다.
Q. 짝사랑의 아픔, 오랜 연인과의 이별, 현실과 꿈 사이에서의 갈등 등 다양하고도 복잡한 상황 속에서 박지현이 그려낸 이정경은 시청자들의 안타까움과 애잔함을 동시에 자아냈다. 박지현이 바라본 이정경은 어떤 인물이었나?
A. 박지현 : 정경이는 불쌍한 친구다. 어머니의 죽음과 동시에 정신적인 성장이나 재능의 발전이 멈춰버린. 늘 곁에 있을 거라고 믿었던 현호와 준영이에게 상처가 되는 행동들을 하는 이유도 어쩌면 그런 아픔에서 비롯된 거 같다. 그들과의 갈등 속에서 어리고 미성숙한 정경이를 보면 안쓰러웠지만 결국 그런 과정들을 통해 한층 더 성장할 것임을 알기에 묵묵히 그를 응원해 주고 싶다.
Q. 비하인드 사진들 속 차갑고 도도한 이정경과는 상반된 박지현의 사랑스럽고 밝은 모습도 화제였다. 본인이 생각하는 캐릭터와의 싱크로율은 어느 정도인가?
A. 박지현 : 정반대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많이 다르다. 외모가 차가워 보여서 그런지 많은 분들이 정경이와 비슷한 성격일 거라고 오해하지만 조금만 같이 있어보면 생각이 달라 지실 거다. 평소에 장난치는 걸 좋아하고 털털한 편이다. 웃음도 많고 어색한 걸 견디지 못해서 다른 사람들과 있을 때 일부러 더 편하게 지내려고 노력한다.
촬영장에서도 동료 배우나 스태프분들께서 ‘정경이는 코미디를 하면 좋겠다’라고 하실 만큼 장난을 많이 쳤는데, 감독님께서 드라마 ‘환상의 커플’ 속 한예슬 선배님이 하셨던 역할을 하면 잘할 거 같다고 하신 게 기억난다. (웃음)
Q. 비슷한 또래끼리 함께한 작품이라 그런지 공개된 메이킹 영상들에서 배우들끼리의 케미가 유독 돋보였다. 촬영하는 동안 현장 분위기는 어떠했나. 배우들과의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A. 박지현 : 나이를 떠나 너무 좋은 배우, 스태프분들과 함께 했기에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즐겁게 촬영할 수 있었다. 특히 가장 좋았던 부분은 극 중 아버지였던 김종태 선배님과 함께 연기한 거였다. 평소 너무나 존경하던 선배님이자 연기 선생님이셨는데, ‘언젠가 함께 연기할 수 있는 날이 오면 좋겠다’라고 막연하게 생각했던 게 현실이 되어 진심으로 행복했다. 그리고 송정희 교수님을 연기하신 길해연 선배님께서도 현장에서 많이 챙겨주시고 도와주셔서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었다. 송아, 준영, 현호, 동윤, 민성이는 말할 것도 없이 좋았다. 정말 모든 것들이 즐겁고 감사했던 시간이었다.
Q. 기억에 남는 명장면과 명대사가 있다면 알려달라?
A. 박지현 : 정경이 장면은 아니지만, 송아가 "바이올린 잘해요?"라는 어린아이의 질문에 "좋아해"라고 대답하는 장면이 유독 기억에 남는다. 송아의 그 말이 가슴 깊이 와닿았고 눈물이 났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스스로 잘한다는 확신을 갖는 건 어려운 일이다. 그럼에도 좋아한다는 이유로 많은 걸 포기하고 노력할 수밖에 없는 게 바로 '꿈'인 것 같다. 아마 송아의 대사는 나뿐만 아니라 '꿈'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 누구라도 공감되지 않았을까.
Q. 스물아홉의 이정경은 꽤 아픈 성장통을 겪은 거 같다. 박지현이 그리는 본인의 스물아홉은 어떤 모습인가?
A. 박지현 : 스물아홉이 머나먼 미래의 일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이제 얼마 남지 않았더라. 나는 어렸을 때부터 얼른 나이가 들고 싶었다. '지금의 나보다 더 성숙하고 많은 걸 볼 수 있는 사람이 되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생각 때문에. 하지만 실제로 나이가 들면서 드는 생각은 예전의 나와 지금의 내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아마 스물아홉의 박지현도 지금의 나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다. 그럼에도 조금의 바람이 있다면 지금보다 더 많은 작품에서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는 배우였으면 좋겠다.
Q. 박지현에게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는 어떤 작품으로 남을 거 같은가?
A. 박지현 : 앞으로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를 떠올리면 함께 했던 스태프분들, 배우분들과의 좋았던 시간들이 생각날 거 같다. 힘들었던 기억 없이 마냥 행복했던 순간들이었다. 아마 너무 좋은 사람들과 함께여서 이지 않을까 싶다. 그런 인복에 너무나 감사하고, 다른 작품에서도 꼭 다시 만났으면 좋겠다.
Q. 마지막으로 ‘브람스를 좋아하세요?’와 이정경을 사랑해 주고 응원해 주신 시청자분들에게 한 마디 부탁드린다?
A. 박지현 : 정경이의 성장을 지켜봐 주신 시청자분들께 진심으로 감사 드립니다. 정경이뿐만 아니라 저 역시도 이번 드라마를 통해 많이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작품과 정경이, 그리고 저 박지현에게 보내주셨던 관심과 응원 절대 잊지 않겠습니다. 환절기 감기 조심하시고, 건강 유의하시고 얼마 남지 않는 2020년 건강하고 행복하게 마무리하시길 바라겠습니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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