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법 전면개정안, 기업 과도 규제”…재계 지적에 공정위 입장은?

“공정거래법 전면개정안, 기업 과도 규제”…재계 지적에 공정위 입장은?

기사승인 2020-10-27 10:00:03
▲사진=박효상 기자

[쿠키뉴스] 신민경 기자 =“수직계열화에 의한 경영효율 향상 등 장점이 있는 내부거래를 과도하게 규제할 시 합리적 수준의 경쟁력 확보와 전략적 마케팅 활동을 저해할 수 있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의 공정거래법 전면개정안을 두고 재계에서 제기된 지적이다. 공정거래법 전면개정안에 포함된 사익편취 규제대상 확대를 두고 이같은 의문이 불거졌다. 재계 해석과 정부 분석 간에는 상당한 괴리가 있다는 것이 공정위 측 입장이다. 공정거래법 전면개정안을 두고 해석이 분분한 쟁점은 무엇일까. 그 내용과 공정위 측 반박을 살펴봤다.

공정위는 26일 오후 5시 출입기자단과의 자리에서 이같은 재계 지적에 “사익편취 행위는 총수일가의 이익을 위해 정상거래 대비 기업에 추가적 비용을 발생 시켜 기업가치를 오히려 저하시키는 행위”라고 운을 뗐다.

이어 “기업집단국 신설 이후 공정위가 제재한 부당 내부거래 건(12건)을 보면 관련 수직계열화 등을 통한 국제경쟁력 확보와는 전혀 관계없는 상표권 거래, 골프장‧호텔 이용거래 등에서 발생하고 있다”며 “부당 지원금액(약 1370억원)은 부당지원 행위가 없었다면 지원주체 기업에게는 발생하지 않았을 비용이다. 이러한 사익편취 행위를 적극적으로 감시해 기업은 오히려 경영효율과 국제경쟁력을 제고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주회사체제의 투명성 등을 고려해 지주회사에 속한 계열사 간 거래는 사익편취 규제 예외로 인정할 필요가 있다.”

공정위는 지주회사 체재 내의 거래라고 해서 이를 달리 볼 필요는 없다고 판단했다. 사익편취 행위 여부는 거래의 실질적 내용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이다.

지주체제 내부거래에 대해 사익편취 규제 적용을 배제할 경우, 되레 지주회사 전환이 사익편취 규제회피의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고 공정위는 우려했다. 지주체제 내 내부거래 비중(16.35%)은 체제 외 내부거래(7.33%)보다 2배 이상 높게 나타나고 있는 등 규율의 필요성도 더욱 컸다. 다만 사익편취 적용범위에 포섭되더라도 거래내용의 부당성이 입증되지 않으면, 제재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공정위 측은 부연했다.

“개정안에 대응하기 위해 지분 매각이 이어지는 경우, 기업 경쟁력 및 경영권 유지에 부정적 영향을 초래할 수 있다.”

공정위 측은 “사익편취 적용대상에 포함되더라도 정상 내부거래는 금지되지 않는다”며 “총수일가가 지분을 매각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공정위 관계자는 “기업 경쟁력에 부정적 영향을 초래하는 것은 오히려 지분을 매각하면서까지 사익편취 행위를 유지하려고 하는 일부 기업의 행태”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실제 사익편취 규제 도입 이후 일부 기업이 총수일가 지분 매각, 자회사 설립 후 내부거래 이전 등 방법으로 규제를 회피해 규제 실효성이 급격히 떨어지는 상황이었다. 그 결과, 규제대상에서 교묘히 벗어난 사각지대 회사가 규제대상 회사보다 더 큰 규모의 내부거래를 하고 있었다. 공정위에 따르면, 총수일가 지분율이 29~30%인 상장사의 경우, 현행 사익편취 규제대상 회사보다 내부거래 규모가 평균적으로 18배 높았다. 공정위 관계자는 “공정거래법 전면개정안은 규제 사각지대를 최소화해 총수일가의 이익을 위해 기업의 경쟁력과 가치를 저하시키는 행위를 규율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신사업 투자와 일자리 창출에 쓰일 자금이 자‧손자회사 추가지분 매입에 사용돼 국민경제 전체에 기회비용을 유발할 우려가 있다.”

의무지분율 상향은 지주회사의 본질에 충실한 모습으로 가자는 것이 이번 공정거래법 전면개정안의 취지다. 공정위 관계자는 “지주회사는 자·손자 회사 지배를 목적으로 하는 회사인데, 지배에 대한 책임성을 담보하는 데에 현행 의무지분율(상장회사 20%·비상장회사 40%/미국의 경우 지주회사가 자회사 지분 100% 보유하는 것이 일반적)이 과연 충분한가에 문제”라면서 “의무지분율이 낮으면, 지주회사가 적은 지분으로 쉽게 자·손자회사를 확장하고 배당 외 수익 창출을 위해 내부거래에 집중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관계자는 “무엇보다 의무지분율 상향은 신규 지주회사에만 적용되는 것”이라며 “지주회사 등이 추가적인 주식 보유를 위해 지급한 자금은 어차피 우리 경제 울타리 내에 존재하는 바, 경제 전반 측면에서는 투자자금이 감소한다고 보기도 곤란하다”고 덧붙였다.

“공익법인 보유 계열사 주식의 의결원을 제한하면 공익법인의 사회공헌 활동이 저해될 우려가 있다.”

공익법인이 본래의 목적대로 운영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다. 주식 출연 자체를 막는 게 아닌 만큼 공익법인은 보유주식으로부터의 배당, 보유주식 처분 시 매각대금 등을 활용한 사회공헌 사업 수행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공정위는 판단했다. 기업지배 수단으로 활용할 목적이 아니라면, 의결권 제한으로 공익법인의 ‘사회공헌’이 위축될 이유가 없다고 부연하기도 했다.

금번 개정안은 공익법인이 본래 취지인 사회공헌이 아닌, 기업지배의 수단으로 악용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공정위 측은 설명했다. 지난 2018년 6월 공익법인 실태조사 결과, 대기업집단 소속 공익법인은 주로 총수일가 연관 계열사 주식을 자산으로 집중 보유하면서, 총수일가를 위한 거수기 역할을 하는 반면, 공익법인 수입에는 크게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위의 1차적 조사절차가 생략돼 악의적인 음해성 고소·고발 남발에 따라 검찰수사가 시작될 수 있다.”

담합을 의심할 수 있는 구체적 소명자료를 제시하지 못한 악의적 고소·고발이 실제 수사로 이어지기는 어렵다는 것이 공정위 해석이다. 은밀하게 이뤄지는 담합 특성상 담합 가담자 외에는 구체적으로 혐의를 입증할 수 있는 증거자료 확보가 어려워 고소·고발 자체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검찰은 법 위반을 의심할만한 정황이 있고 해당 사건과 관계가 있다고 인정할 수 있는 것에 한정해 수사할 수 있다. 검찰 수사는 객관적 자료, 관계자들의 진술 등을 통해 고소·고발내용이 뒷받침되는 사건에 국한될 것이라고 공정위는 예견했다.

“공정거래법 위반행위에 대해 검찰과 공정위의 중복적 조사·수사로 기업부담이 가중될 우려가 있다.”

한 기관에서 수사하는 것처럼 혼선 없이 조사가 이뤄질 것이라고 공정위는 전망했다. 공정위과 법무부 사이에는 사전 합의로 이뤄진 협의체가 있기 때문이다.

공정위와 검찰은 중복조사(수사)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어느 기관이 먼저 조사(수사)할지에 대한 사건처리기준을 지난해 1월22일 합의했다. 합의 기준에 따르면, 검찰은 자진신고 사건 중 입찰담합 사건과 공소시효 1년 미만 담합사건에 대해서만 우선 수사한다. 나머지 사건은 모두 공정위가 우선 조사할 예정이다.

전속고발제 폐지 시 중복 조사·수사로 기업부담이 가중되지 않도록 공정위와 검찰이 지속해서 협력하겠다고 공정위는 당부했다.

“정보교환행위를 담합으로 처벌하면 실제 담합이 아닌 정보교환까지 처벌될 우려가 있다.”

정보교환행위는 가격담합 등과는 달리 연성카르텔로 경쟁제한효과가 효율성 증대효과보다 큰 경우에만 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공정위는 설명했다. 정보교환 사실 뿐만 아니라, 해당 정보교환이 실질적으로 경쟁을 제한했다는 사실이 구체적으로 입증돼야 제재 가능하다.

경쟁제한효과를 유발하지 않는 일상적인 정보교환행위나, 효율성 제고·소비자 후생 증대 등의 효과가 있는 경쟁촉진적인 정보교환행위는 규율대상에서 제외된다. 공정위 관계자는 “공정위는 경쟁제한의 폐해가 있어 시행령에 교환 제한 대상으로 규율될 정보는 미국·EU의 가격, 수량, 비용, 수요 등의 판단기준과 기존 사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smk5031@kukinews.com
신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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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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