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구현화 기자 = 6년간 지속된 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법(단통법) 폐지법안이 발의되는 등 단통법에 대한 논의가 끊이지 않고 있다.
야당에서는 단통법 폐지를 적극 추진하는 데 비해 여당에서는 제조사와 통신사 지원금을 구분하는 분리공시제를 주장하고 있다. 이외에 자급제를 활성화시키는 '제한적 완전자급제'도 거론되고 있다.
불법 보조금 규제와 이용자 차별방지를 위해 지난 2014년 시행된 단통법은 시행 6년이 지났지만 오히려 지원금을 줄여 국민 부담만 늘렸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단통법 폐지' 들고나온 야당..."경쟁 늘리겠다" 승부수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김영식 국민의힘 의원은 2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단통법 폐지안과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등 패키지 법안 2건을 대표 발의했다고 밝혔다.
이번 법안에는 국민의힘 국회의원 28명도 이름을 올리며 사실상 국민의힘 당론을 모았다.
김 의원은 "단통법이 시행된 6년간 휴대폰 출고가가 오르는 동안 지원금은 오히려 감소해 국민들의 가격부담만 커져가고 있다"며 "차별적으로 지급되는 불법보조금은 잡지 못하고, 국민들에게 돌아가는 지원금만 잡았다"고 비판했다.
김 의원의 단통법 폐지법안은 단통법을 폐지하고 소비자 보호 조항과 경쟁 활성화 등 순기능을 담고 있는 부분은 전기통신사업법으로 이관하는 것이 골자다.
함께 발의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은 지원금 공시 의무를 모든 이동통신 대리점과 판매점으로 확대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모든 대리점과 판매점이 일주일마다 지원금을 신고해야 한다. 시장 경쟁자를 3개에서 약 2만여개로 늘리는 효과를 통해 불완전 경쟁시장을 완전 경쟁시장으로 전환시기 위해서다.
대신 소비자 보호에 도움이 되는 선택약정제도와 부가서비스 강매 금지 등의 제도는 그대로 유지한다.
김 의원은 "소비자들이 비싼 가격을 지불하고 휴대전화를 구매하지 않도록 바꾸겠다"고 설명했다.
김 의원은 지난달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단통법이 차별 지급된 불법보조금을 잡지 못했고, 국민은 더 적은 지원금을 받고 더 싼 폰을 구매하게 됐다"며 "단통법이 통신사 배만 불린다"고 지적한 바 있다.
여당, '분리공시제' 도입으로 손질...단통법 보완법 고민
여당은 이에 반해 단통법 폐지보다는 개정안을 논의하고 있다. 방통위는 단통법 개정안에 장려금 규제 내용을 포함하는 방안을 고려하는 중이다.
여당의 단통법 관련 법안은 모두 단통법 폐지보다 개선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과방위 여당 간사인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9월 분리공시제를 통한 단말기 출고가 인하를 유도하는 개정안을 지난달 대표 발의했다.
9월중 김승원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전혜숙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분리공시제와 위약금 제도를 개편하는 내용으로 법안을 발의했다.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은 최근 연임을 위한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제조사와 통신사 지원금을 구분하는 분리공시제를 재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분리공시제는 이통사가 이용자에게 주는 공시지원금 중 이통사와 제조사 지원금을 구별해서 공개하는 제도다. 공시지원금에 제조사와 통신사 장려금이 얼마인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이를 개선하겠다는 의도다.
그러나 2014년 단통법 시행 당시 함께 도입 추진됐으나 영업기밀이라는 제조사의 반대에 부딪쳐 빠졌다. 제조사와 통신사들은 자사의 마케팅 지원금을 수치로 공개하는 데 매우 꺼려하고 있다. 특히 제조사의 경우 마케팅 비용을 공개하는 데 대해 매우 곤혹스러워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여당은 제조사 지원금이 밝혀지면 제조사간 경쟁이 붙어 지원금을 더 올리고, 소비자가 단말을 더 싸게 살 것이라는 논리다.
그러나 지난 2분기 기준 이미 제조사 중 삼성전자가 60% 이상 독주하고 있는 상황에서 실질적인 경쟁이 어렵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분리공시제가 경쟁을 부추기는 데 사실상 큰 실효성이 없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분리공시제를 택한 경우 제조사와 이통사별 지원금을 알 수 있을 뿐 유효경쟁이 실제로 되지는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통신3사, 급격한 단통법 폐지에는 '난감'..."공과 살펴야"
통신3사는 대체로 단통법의 급격한 변화보다는 개선을 바라고 있다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통신3사가 단통법 위에서 경쟁을 줄여가며 자사의 이익을 높이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통신사는 지난달 초 국회 과방위 국감에서 단통법 개정과 장려금 규제에 대한 의견을 묻자 찬성하면서도 단통법 이점에 대해 피력했다. 25% 요금 할인 등 단통법의 장점으로 꼽히는 점을 언급하거나 단통법의 공을 인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유영상 SK텔레콤 MNO 사업대표는 과방위의 방통위 국정감사에서 국민의힘 김영식 의원이 단통법 개정의 주요 내용 중 하나인 장려금 규제에 대한 의견을 묻자 "찬성한다, 가장 큰 문제는 차별적 장려금"이라며 "이를 해소할 여러 시스템과 제도에 대해 개선 노력을 하겠다"고 밝혔다.
강국현 KT 커스터머 부문장은 "구체적으로 내용이 나와야 답변할 수 있지만, 현재로서는 찬성"이라면서도 "단통법이 가진 이점도 있다. 과거 문제점을 일부 해결하고 있고, 정부 노력으로 25% 요금 할인이 도입된 점은 긍정적으로 본다"고 밝혔다.
황현식 LG유플러스 사장은 "규제 취지는 동의한다"면서도 "원인을 제공한 통신사에 문제가 있지 않았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황 사장은 "장려금 규제를 만든다고 하면 특성에 따라서, 유통망이나 시점에 따라서 설계돼야 한다"면서 "그동안 단통법의 공과가 있었다. 공은 잘 살릴 수 있도록 변화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 같이 통신3사가 단통법을 옹호하는 이유는 그동안 단통법 아래 마케팅 비용을 크게 쓰지 않으면서도 점유율을 지킬 수 있었던 데 기인한다.
5G 경쟁이 달아오르며 마케팅 비용이 3사 모두 오르기는 했지만, 자유로운 보조금으로 시장 점유율을 지킬 수 있었던 과거에 비해서는 훨씬 안정적인 시장 운용이 가능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사실상 경쟁의 실종으로 인해 소비자들은 비싼 단말기 가격을 떠안아야 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실제로 단통법 이후에도 통신3사의 불공정행위는 끊이지 않았다. 과방위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상희 국회 부의장이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KAIT)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단통법이 시행된 2016년부터 올해 8월까지 최근 5년간 이동전화 불공정행위는 1만966건에 달했다.
유형별로는 허위과장 광고가 4797건(43.7%)으로 가장 많았고, 지원금과 연계한 부가서비스 가입 행위가 1098건(10%), 불법보조금 지급이 975건(8.9%) 등 순이었다.
불법행위가 끊이지 않으면서 '폰파라치', 즉 이동전화 불공정행위 신고포상제에 따른 신고 및 포상 건수도 꾸준히 늘고 있다. 이들 건수는 2016년 896건에서 지난해 1643건으로 2배 가까이로 늘었고, 올해 들어 8월까지는 1226건에 달했다.
김상희 부의장은 "현재 이동통신 생태계와 맞지 않는 단통법이 지하시장을 키워 소비자 피해를 가중하고 있다"며 "단통법을 개정하고 단말기 유통구조를 개선하는 한편 공시지원금 규제를 완화해 소비자 혜택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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