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프레스] 우리가 알아야 할 필요가 있을까요?

[유니프레스] 우리가 알아야 할 필요가 있을까요?

“뉴미디어 기사 성별 표기개선 대안모색 시급”

기사승인 2020-11-06 09:23:14


[쿠키뉴스 유니프레스] 전영주 중대신문 기자 = 2015년 인권운동가 리베카 솔닛은 그의 책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에서 ‘미디어는 그(범죄자)가 남자라는 사실은 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국 언론도 마찬가지다. 남성 범죄를 지우면서 피해자의 성별을 부각하는 경향이 있다.

계속된 지적에 2018년 한 언론사는 성별 표기 방식을 개선했다. 기존 표기 방식에 따르면 남성은 괄호 속에 나이만 쓰고 여성은 나이와 함께 ‘여’라고 표기했다.

남성일 경우 ‘A(22)씨’, 여성일 경우 ‘전영주(22·여)씨’와 같다. 해당 언론사는 이러한 표기 방식이 성차별일 뿐만 아니라 남성이 표준이라는 잘못된 고정관념을 강화한다고 판단했다.

이에 성별 표기가 내용 이해에 영향을 주지 않으면 ‘모든 성별 표기 삭제’ 원칙을 개선안에 포함했다. 맥락상 성별이 필요한 경우 남녀 모두를 표기하고, 남성 또는 여성만 있는 기사에서는 필요 시 성별을 표시할 수 있다.

개선안을 발표하고 2년이 지났다. 아쉽게도 피의자 성별은 숨긴 반면 피해자 성별은 부각한 사례가 완전히 사라지진 않았다. 그러나 뉴미디어 기사(원문을 요약해 트위터에 올린 기사)에 비하면 기사 원문(언론사 홈페이지에 올린 기사)에서 나타나는 성별 표기 문제는 ‘새 발의 피’였다.

3월 17일 <선별진료소 휴식공간서 여성 간호사 '도촬' 신고…경찰 수사> 기사 원문에서는 피의자와 피해자를 각각 ‘남성 의료봉사자’, ‘여성 간호사’라고 표현했다. 성별 표기 원칙을 지킨 사례다.

그러나 뉴미디어 기사로는 피해자 성별만 알 수 있었다. 피의자는 ‘의료봉사자’였으나 피해자는 ‘여성 간호사’였다.

3월 18일 <음주운전 후 계약직 여직원과 자리 바꾼 구청 공무원 강등> 기사 원문 리드에 ‘구청 7급 공무원’과 ‘공무직(계약직) 여성 직원’이 나온다. 본문에서는 구청 7급 공무원이 ‘A(34·남)씨’라고 썼지만 뉴미디어 기사에서는 A씨 성별을 밝히지 않았다. 운전자는 ‘구청 7급 공무원’, 동승자는 ‘공무직(계약직) 여성 직원’이었다.

3월 31일 <‘제 2n번방’ 로리대장태법 “범행 인정”…여중생 등 성착취물 유포>에서 다룬 피의자는 청소년이었다. 이에 ‘씨’가 아닌 ‘군’을 사용해 피의자 성별 확인이 가능했다.

다만 공범으로 등장한 피의자는 ‘공범 류 모(20) 씨’, ‘범행을 공모한 김모 씨와 백모 씨’라고 표현해 기사 원문에서도 성별을 알기 어려웠다. 피해자는 제목과 마찬가지로 ‘여중생’이라고 쓰며 성별을 드러냈다. 뉴미디어 기사에서는 ‘로리대장태범’이 ‘여중생’에게 범행을 저질렀다고 요약했다. 로리대장태범 성별은 알 수 없지만 피해자는 여성이었다.

4월 9일 <‘여중생 집단 성폭행’ 동급생 2명 취재진 질문에 묵묵부답>에서 피의자도 청소년이었다. 피의자는 ‘A군 등 중학생 2명’, 피해자는 ‘여중생’이었다. ‘군’ 표기에서 피의자 성별 확인이 가능했다. 뉴미디어 기사에서는 반쪽짜리 성별 표기에 불과했다. 피해자는 ‘여중생’으로 동일하게 표기한 반면 피의자는 ‘중학생 2명’이었다.

6월 7일 <도서관 여자 화장실에 45분간 머무른 20대…벌금 300만원> 기사 원문으로는 남성이 범행을 저질렀다고 알 수 있었다. ‘A(28·남)씨’가 피의자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뉴미디어 기사는 달랐다. 제목과 마찬가지로 범죄자는 단지 ‘20대’였다. ‘20대는 여자 화장실에 오래 머물면 안 되나?’하는 착각마저 드는 요약이었다.

7월 29일 <하루 12번·보름간 150번 '성 착취' 20대 징역 7년>는 ‘남성’이 ‘여성 청소년’에게 저지른 범죄를 다뤘다. 성별 표기 원칙을 준수한 기사 원문과 다르게 뉴미디어 기사에서는 피의자 성별 확인이 불가했다. ‘20대’가 ‘여성 청소년’에게 접근해 성 착취를 일삼았다는 내용으로 요약했기 때문이다.

올바르게 성별을 쓰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발표한 지 2년이 흘렀지만 뉴미디어 기사 성별 표기 현황은 처참한 수준이다. 읽을거리가 넘치는 시대에 적합한 행보라 볼 수 없다. 요약만 훑는 시대에 부합하지 못하고 오히려 뒷걸음친 관행이다.

빠르게 내리는 스크롤 속에서 등장인물 성별과 자극적인 단어가 눈에 띌 뿐이다. 범죄자 삭제와 피해자성 소비를 부추기는 의도가 아닌지 의심스러운 지경이다. 뉴미디어 기사에서 치우친 성별 표기를 개선하기 위한 대안 모색이 시급하다. 

[유니프레스]는 쿠키뉴스와 서울소재 9개 대학 학보사가 기획, 출범한 뉴스콘텐츠 조직입니다. 20대의 참신한 시각으로 우리 사회의 이면을 가감 없이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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