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 월급 모아 서울 아파트 산다?...'46년 된 산꼭대기' 라면

2030 월급 모아 서울 아파트 산다?...'46년 된 산꼭대기' 라면

2030에게 버거운 내집마련
3억원 이하 서울 아파트 '실종'
찾아낸 곳은 46년 된 '산기슭'
'부모 찬스' 당연시 된 사회

기사승인 2020-11-09 06:00:03
[쿠키뉴스] 조계원 기자 =김보통씨는 대한민국의 평범한 직장인이다. 그는 직장에 취직하고 결혼에 성공했으며, 슬하에 귀여운 자녀도 한 명 있다. 그가 30대 중반까지 열심히 모은 돈은 얼마나 될까. 

잡코리아가 지난해 직장인의 평균 저축액을 조사한 결과 20대는 770만원, 30대는 900만원으로 집계됐다. 10년간 일했다고 가정하면 통장에 1억원을 넣어 놓기 쉽지 않다는 이야기다. 맞벌이라고 가정해도 1억6000만원 언저리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1억6000만원을 들고 서울 안에서 젊은 사람들이 가장 살고 싶어 하는 아파트를 마련할 수 있을까. 대출까지 고려해 대략 3억원 이하 아파트를 알아본 결과 매물이 없지는 않았지만 젊은 신혼부부의 눈높이에 맞을지는 알 수 없었다.

서울 3억원 이하 아파트를 찾아서 

▲서울에 많은 아파트가 있지만 3억원을 들고 살 수 있는 아파트는 몇 곳 없다. /자료=호갱노노 캡쳐

직장인이 부모 도움 없이 월급을 모아 마련할 수 있는 ‘내돈 내산’ 아파트를 찾아보기에 앞서 몇 가지 조건을 설정했다. 

먼저 3인 가족 최저주거면적을 기준으로 전용면적이 36㎡ 이상인 아파트, 세대당 주차가 1대 이상 가능한 아파트, 사실상 빌라인 아파트와 구분을 위해 100세대 이상인 아파트를 기준으로 매물을 찾아봤다.

서울시 실거래가 자료와 부동산 빅데이터플랫폼 호객노노‧아실 등을 통해 알아본 결과 6일 기준 서울 시내에서 3억원 이하에 거래된 아파트는 ▲갈현동 갈현한솔 ▲고척동 신원프라자 ▲구산동 갈현현대 ▲묵동 우성 ▲신월동 해태 ▲정릉동 정릉산장 ▲종암동 고려 등을 찾을 수 있었다.

이를 바탕으로 인근 공인중개사에 매물 존재 여부와 현재 호가를 조사한 결과 실제 3억원을 들고 매입할 수 있는 아파트는 성북구 종암동의 고려 아파트가 유일했다.

공인중개사들은 공통적으로 소형 매물이 없다는 말과 함께 소형 매물의 가격이 4~5개월 사이 많이 뛰었다는 답변을 내놓았다.

한 공인중개사는 “젊은 사람들이 소형 아파트를 많이 사들였다”며 “지금은 매물이 나오지도 않지만 나와도 과거 가격으로는 사기 어렵다”고 전했다.

찾아낸 3억원 아파트 “실거주는 ‘글쎄’”

▲서울 서북구 종암동의 고려아파트, 현재 노후화에 따라 가로주택정비사업이 검토되고 있다 /사진=조계원 기자 

3억원으로 매입할 수 있는 종암동 고려아파트는 어떤 곳 일까. 이곳은 1975년에 준공된 아파트로 사람으로 치면 나이가 46세가 된다. 길음역 인근의 개운산 자락에  위치해 있으며, 총 140세대가 모여 있다.

실거래가 자료에는 21평이 2억5000만원, 17평은 2억1000만원에 거래된 기록이 마지막으로 남아있다. 다만 인근 공인중개사에 문의한 결과 현재 21평은 3억원, 17평은 2억5000만원에 호가가 형성되어 있다.

직접 눈으로 확인하기 위해 찾아가 본 고려아파트는 상당히 노후화된 모습을 보였다. 아파트 겉면의 도장이 곳곳에서 떨어져 내리고 있었으며, 창호가 유격된 모습도 곳곳에서 찾아 볼 수 있었다.

가장 인상적인 점은 위치다. 개운산 자락에 위치한 만큼 길음역에서 내려 고려아파트까지 이동하기 위해서는 직선상으로 500m에 불과한 거리를 언덕과 내리막길을 반복하며 1km가까이 걸어가야 했다.
  
아파트 입구까지 마을버스가 이동했으나 도보로 일반버스와 지하철을 이용하기는 쉽지 않은 것으로 보였다.

인근 공인중개사는 실거주 보다는 투자용이라는 조언을 내놓았다. 공인중개사는 “젊은 사람이 살기에는 적합하지 않다”며 “현재 가로주택정비사업 이야기가 나오고 있어 투자용이라면 생각해볼만 하다”고 조언했다.

부모찬스만 바라보는 2030 내 집 마련 현실

▲창약홈 청약신청 화면 /사진=청약홈 캡쳐  

현실이 이렇다 보니 젊은 층들 사이에서는 ‘부모 찬스’ 없이는 서울에 살만한 아파트를 마련하기 어렵다는 하소연이 나온다. 

서울의 집값은 계속해서 상승중이다. 보수적인 평가를 내놓는 한국감정원의 통계를 기준으로 놓고 봐도 2015년 10월 92.3 이였던 아파트 매매가격지수가 지난달 113까지 22.4% 치솟았다. 민간 통계를 반영할 경우 상승 폭은 더 높아진다. 젊은 사람들은 결국 부모의 도움을 받거나 직장에서 멀리 떨어진 시외로 주거지를 옮기고 있다. 아니면 빌라나 전셋집을 알아보는 상황이다.

정부가 신혼부부 특별공급과 생애최초 특별공급의 소득기준을 완화하는 등 젊은 층을 대상으로 ‘청약 기획’를 늘리고 나섰지만 이마저도 점차 부모 찬스가 필수인 상황이 되가고 있다. 낮은 청약 가점을 만회하기 위해 부모의 청약 통장을 물려받는 사례가 늘어나고, 서울의 평당 분양가는 3000만원에 육박해 젊은 층이 스스로 자금을 마련하기 버거운 것은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공인중개사 사무실에서 만난 30대 한 남성은 “당장 내년에 이사갈 집을 알아보고 있다. 와이프랑 애는 아파트를 원하는 데 매매는 물론이고 전세도 가격이 너무 높아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 살고 있는 집은 어떻게 마련했냐는 질문에 “은행에서 빌리고 부모님 도움 좀 받았다. 다들 그른거 아니냐”고 반문했다.

chokw@kukinews.com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
조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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