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창간기획] 여성 공보의,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2020 창간기획] 여성 공보의,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여성 의사 느는 와중에 ‘국시’ 불발…지역 의료공백 불가피

기사승인 2020-11-13 05:00:42
“아직은 시기상조”…부정적 시각에 정부도 말 아껴

지역의사‧공중보건장학제도 등 대안 제시되기도 

쿠키뉴스 건강생활팀은 ‘여성 공보의’라는 제도에 대한 정부와 의료계의 의견을 들어봤습니다. 결론적으로는 ‘시기상조’라는 것이 공통된 답변이었지만, 지역 내 공중보건활동을 하는 인력이 부족하다는 데에는 모두 공감했습니다. 여성들에게도 자율성을 부여해 지역의료를 경험할 기회를 줄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있었습니다. 이미지=윤기만 디자이너

[쿠키뉴스] 유수인·전미옥·노상우·한성주 기자 = 최근 ‘여성 징병제’를 두고 국민들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여성도 동일하게 국방의 의무를 다해야 한다는 의견에서 비롯된 것인데,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여성 공중보건의사(공보의) 제도’도 거론됩니다. 여학생 비율 증가, 의학전문대학원으로 인한 군필 남학생 증가 등으로 공보의 수가 계속 줄어들고 있고, 국가고시 문제로 공보의 인력이 더욱 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현재 코로나19 상황에서도 봤듯 공중보건 측면에서도 인력 공백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에 쿠키뉴스 건강생활팀은 ‘여성 공보의’라는 제도에 대한 정부와 의료계의 의견을 들어봤습니다. 결론적으로는 ‘시기상조’라는 것이 공통된 답변이었지만, 지역 내 공중보건활동을 하는 인력이 부족하다는 데에는 모두 공감했습니다. 여성들에게도 자율성을 부여해 지역의료를 경험할 기회를 줄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있었습니다. 

◇ 공보의 수는 꾸준히 감소, 국시 불발로 500~700명 공백

의대생의 86%가 미응시한 국가고시 실기시험이 지난 10일 종료됐습니다. 매년 배출되는 신규 의사 수가 3000여명 정도인데, 이렇게 되면 내년에는 약 2700여명에 달하는 신규 의사 공백이 발생하게 됩니다. 문제는 이런 상황이 곧 국민 피해로 이어진다는 점입니다. 우리나라에서 배출된 신규 의사들은 의료기관이나 지역 보건소 등 필수의료 영역을 담당하기 때문이죠. 

특히 농어촌 등 보건의료 취약지구에서 공중보건 업무를 하는 공보의는 병역의무 대신이기 때문에 인력공백 문제가 더 심각해질 수 있습니다. 지금도 여학생 비율 증가 등으로 공보의 수가 줄고 있는데 말이죠. 참고로 의사 중 군 입영 대상자는 공보의(임기제공무원 신분) 또는 군의관(군인신분)으로 군 복무를 할 수 있습니다. 군의관은 대개 전문의들로 구성되기 때문에 전공의 수련과정 등을 고려한다면 향후 5년 뒤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시각이 전반적입니다.

정부 및 의료계 등에 따르면, 당장 내년도 신규 의사 배출이 정상적으로 안 될 경우 매년 500~700여명 정도 충원됐던 신규 공보의 충원이 불가능하게 됩니다. ‘추가 재응시는 없다’고 못 박은 정부도 이러한 부작용은 걱정하는 눈치입니다. 한 보건복지부 고위 관계자는 지난 5일 “의대생 국시에 대한 정부 입장은 변화가 없다”면서도 “보건당국 입장에서는 공보의 문제, 인턴 수급, 필수의료 공백 등의 문제들이 상당히 고민되는 상황”이라고 밝혔습니다. 이 관계자는 “의대생들이 올해 국시를 치르지 않을 경우 내년 3~4월 공보의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현재 2800여명 정도의 공보의 일부가 내년 2월에 제대하면 이들이 근무하는 보건소, 응급의료기관, 한센병원 등에 인력이 비게 된다”고 우려했습니다. 

현재 공보의 수는 얼마나 될까요? 현재 공보의 수는 1000명에서 1300명 사이로 유지되고 있습니다. 공보의에는 일반의·전문의·치과의·한의사가 포함되는데요. 2015년 당시 보건복지위원회 소속이었던 문정림 의원이 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전국의 공보의 숫자는 2010년부터 2015년 6월까지 6년간 약 30% 줄어든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광주, 대전 등 공보의 수요가 적은 대도시는 물론, 제주도와 경기도처럼 면적이 넓고 도농간 의료격차가 큰 지역에서도 각각 41.7% 가량 공보의가 감소했고요. 이 때문에 복지부는 ‘공중보건의사제도운영지침’을 매년 변경하면서 지역 보건소 및 보건지소의 공보의 배치 기준 등을 조정해왔습니다. 

공보의 감소의 대표적인 이유로는 여성 의사의 증가, 의학전문대학원 도입으로 인한 군필자 증가 등이 꼽힙니다. 특히 과거에는 남성 의사 수가 90% 이상으로 압도적이었지만, 최근에는 여성 의사의 비율이 ▲2000년 17.6% ▲2008년 21.6% ▲2013년 23.9% ▲2016년 25.1% 등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공보의 모습


◇의사 없으니 여성으로 대체? “선진국서 웬 말”, “검토한 바 없음” 

공보의 수는 줄고, 여성 의사 수는 늘고, 거기에 여성 징병제 이슈까지 스멀스멀 올라오자 일부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여성 공보의’ 제도가 언급되는 일도 있었습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내용들을 보면 “지역 의사가 부족하다는 얘기가 있는데 남성들은 공보의나 군의관을 한다. 여성들도 부분적으로 징병하면 되지 않을까”, “공보의는 체력적으로 여성이 못할 이유가 없을 것 같다”, “여성도 군대에 가야한다는 생각보다는 국방의 의무는 왜 남성만 져야 하는지를 생각해야 할 것 같다”는 의견들이었습니다. 

하지만 의료계의 반응은 싸늘했습니다. 특히 최근 의사 국시 문제로 예민한 상황에서 의사 대체 방안으로 ‘여성 공보의’를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는 게 주요 의견이었습니다. 대한의사협회 관계자는 “여자들을 군대에 보내야 한다는 것과 같은 말이다. 말이 되는 소리를 하라”라고 강하게 질타했습니다. 

대한공보의협의회 관계자 또한 “여성 징병제도 첨예한 상황에서 공보의로 징병하겠다는 것 자체가 말이 되지 않는다”며 “(우리나라가) 선진국 대열에 들어섰고, 국가가 그 정도 인원은 정기 인원으로 고용할 수도 있는데 개인의 자유를 억압하면서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아주 외진 지역이거나 그러면 안전 문제도 발생할 수밖에 없다. 이건 공보의 뿐만 아니라 여성 간호사들에게도 똑같은 문제”라며 “왜 개인의 신분에 휩싸여서 취약한 만들어내야 하는지 모르겠다. 어차피 공보의는 계속 부족해질 것이다. 현역이 18개월이고 공보의가 37개월인데, 더 이상 공보의를 선택할 리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한국여자의사회는 특별한 입장이 없다는 말을 전했습니다. 

지금의 공보의 현황을 보고 제도를 세우는 것은 성급하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감신 대한예방의학회 이사장(경북대 의대)은 “현재 공보의가 부족한 것은 맞다. 그런데 의전원의 의대 전환이라는 변수가 있다. 의전원 생기면서 군필 입학생 비율이 늘어난 것이 공보의 부족에 영향을 미쳤었는데, 최근 많은 의전원들이 의과대학 체제로 돌아가면서 공보의가 다시 늘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는 상태”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의전원에서 전환 이후 의대에 입학한 학생들이 현재 4학년이다. 졸업하고 군복무를 할 것이라고 추정해보면 내년부터 공보의가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면서 “그러나 여학생 비율이나 다른 변수 등을 함께 분석해봐야 한다. 달라진 변수를 추계해 공보의 제도에 대한 장기화 전략을 세워야 할 시기가 됐다고 본다”고 주장했습니다.

정부는 징병제에 대한 논의가 선제되지 않는 한 ‘여성 공보의’를 언급하긴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공보의 수급 문제가 고민된다고 말한 복지부 고위 관계자는 “검토한 바 없다”고 딱 잘라 말했으며, 복지부 건강정책국 관계자는 “여성들도 군 복무를 해야 한다는 전체적 논의가 있어야 공보의 문제도 얘기할 수 있을 것이다. 공보의 자체가 군 복무를 대신하는 것이기 때문”이라며 “공론화되지 않으면 (언급하는 것이) 크게 부담되는 부분이다. 고민은 해봐야겠지만 생각해보지 않았다”라고 밝혔습니다. 

또 이 관계자는 여성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도록 제도를 바꾸더라도 제대로 된 운영은 어려울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그는 “현재 공보의의 처우만큼 대우를 해주고 자발적으로 공보의 자격을 부여하더라도 현장에 갈 의사가 있을까 싶다. 결혼과 출산이 맞물리는 시기이기 때문이다”라면서 “현재 공보의 수가 줄고 있다는 것에 대해서는 인지를 하고 있다. 지금으로서는 시급하지 않은 응급의료기관이나 공공기관에 있는 공보의 수를 줄이고 급한 곳에 배치하는 등 상황변화에 탄력적으로 맞추는 것 외에 다른 방안이 없다”라고 전했습니다. 

◇지역의료 경험 기회 주는 것 필요…‘교육제도’ 활용 제안도

여성 의사들이 지역의료를 경험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공보의 제도를 군 복무의 대안이 아닌 공공의료 강화 관점으로 봐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를 테면 성별에 관계없이 의대 졸업생들은 1~2년 동안 공보의 활동을 하게끔 의무화하고, 대신 등록금이나 생활비를 국가가 지원하자는 겁니다. 학교의 교육시스템을 활용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기모란 국립암센터대학원 예방의학과 교수는 “공보의 제도가 만들어졌을 땐 의사 90% 이상이 남자였다. 지금은 여성 비율이 올라가면서 남자의사만으로 공보의 수를 채우는 게 어려워졌다”며 “게다가 남자들은 군대, 공보의를 통해 지역사회를 경험하지만 여자 의사들은 의대를 졸업하고 지역사회에서 공중보건을 경험할 기회가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기 교수는 “의료인이라면 지역보건의료를 경험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지금은 군대 대신 가다보니 보람을 느끼기 어려운 상황이다. 어떤 면에서는 국가에서 지원해주는 것도 없이 복무를 하라고 하니 과하다고 느낄 수 있다”면서 “국가가 의사들에게 수련 기회를 줘야 한다. 유럽은 코로나19와 같이 국가가 필요할 때 의사들이 동원되기 때문에 의대생들 등록금이나 생활비 지원이 당연시되지만 우리는 없다”라고 꼬집었습니다.  

그러면서 “여자들이 군대를 가야한다, 그래서 공보의를 해야 한다는 게 아니라 군 복무는 군의관으로 하고 의사들은 지역의사를 경험하도록 해야 한다는 얘기”라며 “대신 지역의사는 국가에서 돈을 주고 보내는 게 맞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종구 서울대 의대 교수는 공보의 제도를 폐지하고, 안정적인 공중보건의료 인력을 양성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교수는 공공의대 설립 정책의 기초가 된 ‘공공의료인력 양성을 위한 기반 구축 방안’ 보고서의 연구책임자입니다. 이 교수는 “지역 공공의료를 안정적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더 이상 공보의에 의존해서는 안 된다. 공보의는 1978년 농어촌 공공의료 인력이 모자라 한시적으로 만든 제도로 영구적으로 지속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여성이 지역 공공의료를 경험하려면 본인이 자원해야하고, 공중보건장학제도를 활용할 수 있다. 그러나 장학제도만으로는 공공의료 인력으로 양성하는데 한계가 있다”며 “학교의 교육시스템을 활용해서 뜻이 있는 사람들을 선발하고 양성하는 방식으로 관리해야 한다. 공공의료에 대한 경험이나 교육, 뜻이 없는 학생들에게 장학금만 주는 제도는 실패할 수밖에 없고, 그동안 실패해왔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양질의 훈련을 받고 지역사회에서 안정적으로 장기간 일할 의사들을 양성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에서 설계한 것이 공공의대 제도다. 공공의대가 어렵다면 각 의과대학에서 공공의료에 특화한 학과를 만들어 인력을 양성하는 것도 방법이 될 것이다”라며 “공공의대에 대한 오해가 많지만 핵심은 교육의 힘에 의해서 공공의료를 택하게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suin92710@kukinews.com
유수인 기자
suin92710@kukinews.com
유수인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