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조현지 기자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의 촉이 정확히 들어맞았다. 야권의 ‘당 밖’ 주자가 주목받고 있다.
쿠키뉴스 의뢰로 여론조사기관 한길리서치가 지난 7~9일 전국 만18세 이상 유권자 1022명을 대상으로 ‘여야 차기 대선후보 지지도’에 대해 조사한 결과, 윤석열 검찰총장을 지지한다는 응답이 24.7%로 가장 높았다.
다른 야권 후보들은 전멸이었다. 같은 대상으로 ‘범야권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를 조사한 결과, 윤 총장은 22.6%의 지지율을 얻었지만 유승민 전 의원 9.0%, 무소속 홍준표 의원 7.7%,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 5.6%, 오세훈 전 서울시장 4.5%로 10%대를 넘지 못했다. 보다 자세한 여론조사 결과는 한길리서치 및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김 위원장은 이를 예상하듯 지속해서 당 밖 인사 접촉에 힘써왔다. 지난 7월에는 “당 밖에서 꿈틀거리는 사람이 있는 거로 안다”고 밝혔고, 비대위원장직을 맡기 전에도 외부 인사 2명을 면담해 대선 출마 여부를 물은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 정치권에서 주목받고 있는 ‘당 밖’ 야권 주자는 윤 총장과 장성민 세계와동북아평화포럼 이사장이 있다. 두 사람 모두 정당정치와는 거리가 먼 인물들로 도덕적 하자가 없는 ‘소신파’로 주목받고 있다. 안 대표, 홍정욱 전 의원, 김동연 경제부총리 등도 당 밖 꿈틀이로 거론됐으나 김 위원장이 직접 부인해 가능성이 줄어들었다.
윤 총장은 지난해 조국 사태 이후로 추미애 법무부 장관 등 여권과 대립각을 세우면서 존재감을 드러냈다. 특히 지난달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중상모략”, “총장은 부하가 아니다” 등 작심 발언을 쏟아내며 지지율이 크게 상승했다.
지난 국감에서 “국민을 위해 어떻게 봉사할지 퇴임 후 방법을 고민하겠다”고 말하며 정계 진출을 시사하는 듯한 발언을 해 기대감이 더욱 커지고 있다. 지난달부터는 승진 검사들에 대한 교육의 목적으로 전국 검찰청 순회 간담회를 재개해 ‘정치 행보에 나선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윤 총장은 아버지 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가 김 위원장과 친분이 있어 종종 함께 만났던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최근에는 윤 총장이 ‘정치적 중립’을 필요로 하는 검찰 조직의 수장이라는 점에서 거리를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 이사장은 야권에서 보기 드문 ‘호남’ 인사로 주목받는다. 그간 행보에서 보수색채가 짙은 발언을 이어오며 영·호남을 아우를 수 있는 ‘국민대통합적’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또 김대중 정부 시절 청와대 정무비서관과 초대 국정상황실장을 역임,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적자로 불리며 탄탄한 정치 경험을 인정받는다.
최근 미국 조 바이든 당선인과의 인연으로 큰 화제가 됐다. 바이든 당선인은 2001년 청와대에서 김 전 대통령과 오찬을 하던 중 즉석에서 넥타이를 바꿔 맸다. 해당 일화에서 김 전 대통령이 바이든 당선인에게 건넨 넥타이가 장 이사장이 선물한 것으로 밝혀졌다.
‘국민 대통합을 위한 벤처 폴리틱스(모험정치·venture politics) 실행’을 위한 혁신 통합 플랫폼을 야권의 새 비전으로 가장 먼저 제시하며 ‘정권교체 설계사’로서의 면모를 펼치기도 했다. 장 이사장은 해당 주제로 광주, 대전 등 전국 순회강연에 돌입했다. 이달 말에는 대구, 다음 달에는 부산 등 올해 안에 전국 5대 도시순회강연을 마칠 계획이라고 전해진다.
정치평론가들은 두 사람이 대선판에 등장할 경우 큰 폭발력이 생길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윤 총장과 장 이사장은 대권 출마 의사를 직접 표출하진 않고 제1야당과 거리를 두고 있지만, 범야권후보로 꾸준히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이 불러낸 후보’가 될 것이라는 게 지배적인 평가다.
한편 ‘장성민 대망론’이 꾸준히 거론되자 여권에서도 이를 견제하는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정세균 국무총리의 ‘서울시장 차출설’이 그 예다.
김 위원장을 비롯한 국민의힘 지도부는 일명 ‘영남 꼰대당’ 탈피를 위해서 ‘호남 다지기’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김 위원장은 내년 서울, 부산시장 보궐선거와 관련, “호남사람들이 ‘한을 풀어줄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달라’고 저한테 말한다”고 언급하는 등 지역 통합 차원에서 호남 후보를 내세울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하기도 했다.
이같은 ‘야권 호남 후보’의 등장에 더불어민주당 내에서는 호남에 뿌리를 둔 정 총리가 거론됐다는 소문이 돌았다. 정 총리는 전북 진안 출신으로 전북에서 3선 국회의원을 지냈다. 다만 정 총리는 “차라리 진안 군수를 했으면 했지 서울시장을 하겠느냐”고 말한 것으로 전해져 차출설을 일축한 것으로 밝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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