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쿡리뷰]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 ‘이웃사촌’

[쿡리뷰]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 ‘이웃사촌’

기사승인 2020-11-19 06:06:01
▲ 영화 '이웃사촌' 포스터

[쿠키뉴스] 이준범 기자 = 좌천될 위기에 놓인 도청팀장 대권(정우)은 새로운 임무를 받는다. 미국에서 귀국 직후 가택 연금을 당한 야당 대표 의식(오달수)의 이웃에서 도청하는 것. 처음엔 대권은 차기 대권 주자로 언급되는 의식을 경계하며 의심에 의심을 거듭하지만, 그의 인간적인 면모를 발견하면서 조금씩 가까워진다. 어느 날 상부에서 내려온 악의적인 지시에 대권은 깊은 고민에 빠진다.

영화 ‘이웃사촌’(감독 이환경)은 검증된 한국영화의 흥행 공식을 따라가는 작품이다. 초반부의 코믹함과 중반부의 가족 드라마, 후반부의 감동과 역사적 현실까지 실패하지 않는 장르를 섞었다. 스파이로 의심되는 이들을 도청하는 동독 경찰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타인의 삶’(감독 플로리안 헨켈 폰 도너스마르크)을 비롯해, 그동안 1000만 관객을 모았던 한국영화들이 여러 편 떠오른다. 알고도 당하는 느낌의 안정적인 구도와 극적으로 변화하는 인간적인 이야기는 영화의 가장 큰 강점이다.

‘빨갱이’로 악마화된 인물을 ‘도청’ 업무의 대상으로 설정한 점이 영화 전반을 이끌어가는 동력이 된다. 인물들의 정치적인 입장이 극단의 선악으로 표현되는 건 인물이 변화할 여유를 마련해준다. 특별한 고민 없이 가족을 위해 일하고 상사의 의견에 맹신하는 주인공이 조금씩 옳은 방향으로 변화하는 서사 역시 누구나 좋아할 법한 이야기다. 과거 일어난 역사 속 소재를 일부 인용하면서 현실성을 높이는 동시에 사회비판적인 요소도 넣었다.

▲ 영화 '이웃사촌' 스틸컷

일을 열심히 할수록 회의를 느끼며 스스로를 의심하는 도청 업무의 아이러니는 극의 긴장감을 만든다. 남의 사생활을 일방적으로 엿듣는 비윤리적 관계는 커다란 정보 격차로 이어진다. 하지만 특정 시대가 만들어낸 도청의 비윤리성을 지적하는 대신, 영화는 인간적인 매력으로 정보 격차를 극복하는 스토리를 들려준다. 가장 가깝지만 가장 먼 두 사람이 벽을 사이에 두고 어색하게 소통하는 이미지가 영화 전반을 상징한다.

익숙한 이야기라는 점은 강점인 동시에 넘지 못할 한계로도 작용한다. 어디선가 봤던 이야기를 마치 보고 싶었던 이야기인 것처럼 설득한다. 성폭력 논란 이후 2년여 만에 새 영화를 선보이는 배우 오달수가 인간적인 매력이 넘치는 선한 역할로 등장하는 걸 관객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지켜볼 일이다.

오는 25일 개봉. 12세 관람가.


bluebell@kukinews.com
이준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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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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