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이나 할까’로 배우는 대화의 기술

‘톡이나 할까’로 배우는 대화의 기술

기사승인 2020-11-21 07:16:01
▲ 카카오TV '톡이나 할까' 포스터

[쿠키뉴스] 이준범 기자 = 인정하고 싶지 않아도 이미 메신저 대화의 시대다. 스마트폰이 등장하며 모바일 메신저는 우리 일상의 일부가 됐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대면 만남이 어려워지며 텍스트 대화의 비중이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상황. 아무 말 없이 휴대전화로 대화를 나누는 카카오TV ‘톡이나 할까’는 그 자체로도 참신하고 기발한 예능 프로그램이다. 동시에 텍스트 대화의 다양한 기술을 배울 수 있는 교본이기도 하다. 매회 다양한 게스트를 상대로 능숙하고 부드럽게 대화를 이끌어나가는 MC 김이나가 어떻게 작은 화면에서 이어지는 평범한 대화를 감동적이고 흥미로운 순간으로 만드는지 살펴봤다.

 

▲ 사진=카카오TV

◇ 대화 시작은 과감하게


‘톡이나 할까’에는 김이나와 친분이 있는 연예인도, 처음 만나는 연예인도 게스트로 등장한다. 김이나는 그들이 처음 등장해서 인사를 나눈 직후부터 준비된 질문을 꺼내지 않는다. 대신 그들이 만난 장소에 관한 이야기나 상대와 관련된 가벼운 농담, 칭찬으로 분위기를 풀어간다. 클래식 연주회에서 만난 배우 박은빈과의 만남에선 눈앞에서 연주하는 사람들(2회), 가수 겸 배우 박지훈과의 만남에선 그를 상징하는 ‘윙크’ 이모티콘(11회)으로 웃음을 유도하는 식이다. 또 ‘드림 게스트’였던 배우 김혜수, 이정은 앞에서 먼저 팬심을 고백하기도 했다(9회). 한발 앞선 과감한 멘트로 초대 손님의 어색함을 풀어주는 동시에 주도권을 쥐고 대화를 이어나가는 것. 가만히 상대방의 반응을 보며 눈치 보는 것보다 더 즐거운 대화를 예감할 수 있는 출발점이 아닐까.


 
▲ 사진=카카오TV

◇ 칭찬은 아낌없이 솔직하게

‘톡이나 할까’는 긴장이나 불편함과 거리가 먼 예능이다. 막무가내로 게스트의 약점을 공격하거나 하기 싫은 춤과 애교를 억지로 시키던 기존 토크쇼와 달리, 이 프로그램은 서로의 장점을 이야기하고 칭찬하는 내용으로 대부분의 분량을 채운다. 단순히 말뿐인 공허한 칭찬이 아니게 되는 비결은 칭찬의 디테일에 있다. 김이나는 ‘이제부터 칭찬 시작’이라고 예고하지 않고, 이야기 도중 기습적으로 소소한 칭찬을 더해 상대를 미소 짓게 한다. 광희에게 ‘톱스타라 프사를 잘 안 쓰는 것’이라고 하거나(5회), 처음 해본 축구도 잘하는 김민경에게 ‘손흥민경’이라는 별명을 붙여준다(6회). 또 엄정화에겐 앨범 작업 당시 작곡가들이 그를 어떤 존재로 생각했는지 들려주며(10회) 상대를 향한 존중을 드러낸다. 상대가 좋아할 이야기를 진심이 담긴 가벼운 칭찬으로 들려주는 것이 대화에 더 깊게 빠져들게 하는 기술이지 아닐까.


 
▲ 사진=카카오TV

◇ 고민 상담은 조심스럽게

이야기가 무르익으면 상대방이 불쑥 고민을 털어놓는 순간이 찾아온다. 고민을 잘 들어주고 공감해주는 것만 해도 그에겐 위로가 될 수 있다. 하지만 그에게 도움이 될 이야기를 해주고 싶은 마음이 들 때가 있다. 잘하면 위로가 되고, 잘못하면 잔소리가 될 조언의 순간들. 힘들거나 지칠 때의 멘탈 관리법을 묻는 박지훈에게 김이나는 먼저 “말해줘서 고맙다”는 말을 전한다. 상대가 그 이야기를 꺼내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이해하기 때문에 가능한 답변이다. 그리고 자신이 겪은 비슷한 사례를 짧게 언급한 후 레고를 통해 힐링할 수 있었다며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야기를 이끌어나간다. 마지막으로 자신이 들은 정신과 상담의의 말을 전하며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불편하지 않게 간접적으로 전달한다. 상대방의 이야기를 충분히 존중하면서 일방적인 조언이 아닌 함께하는 대화를 통해 같은 시간을 공유하는 진정한 상담의 기술이지 않을까.


 
▲ 사진=카카오TV

◇ 어린 상대에게도 정중하게

‘톡이나 할까’에 출연한 게스트들은 대부분 인터뷰를 마친 후 김이나와 친구가 된다. 대화 마무리에 김이나가 사적인 다음 약속을 제안하면 모두 반갑게 응한다. 또 김이나의 나이를 몰랐던 게스트들이 뒤늦게 놀라는 장면도 반복해서 등장한다. 그만큼 그가 나이나 경력을 근거로 하는 위계질서보다 동등한 입장에서 대화를 나눈다는 얘기다. 박은빈과는 집순이라는 공통점으로 친근한 관계를 형성하고, 아역 배우 김강훈에겐 배우로서의 그를 존중하며 대화의 호흡을 맞춘다. 때로는 스스로를 ‘어르신’, ‘꼰대’라고 표현하며 나이가 상대적으로 많다는 걸 웃음 코드로 활용하는 여유까지 드러낸다. 상대방의 겉모습과 나이로 인한 편견을 갖지 않지 않으려 주의하고 가까워져도 끝까지 존중을 잃지 않는 것. 젊은 세대와 대화하고 싶은 기성 세대에게 필요한 대화의 기술이지 않을까.


bluebell@kukinews.com
이준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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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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