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쿠키뉴스] 강한결 기자 = 게임업계 최대의 축제인 '지스타2020'이 끝이 났습니다. 올해 지스타는 예년과 다른 방식으로 열렸는데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사상최초 온택트(온라인) 행사로 전환된 것입니다.
먼저 쉽지 않은 상황 속에서도 행사의 취소를 막기 위해 노력한 지스타조직위원회, 온라인 개최라는 쉽지 않은 상황 속에서도 참가를 결정한 게임업체들께 감사를 표합니다. 2005년부터 내려온 지스타의 명맥이 끊기지 않게 만들어 준 것에 대해서요.
이제부터는 2020 지스타를 다녀온 뒤 느낀 '찐' 후기에 대해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먼저 한 가지 고백할 것이 있습니다. 기자 역시 지스타가 온라인으로 개최된다고 했을 때, 예년 같은 흥행은 힘들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누구나 예상했던 것처럼요.
평소 지스타 기간이었다면, 북적거렸을 부산역은 생각보다 한산했습니다. 그나마 부산역 여기저기 부착된 '미르4'의 홍보 포스터를 보면서 "그래도 지스타를 하는구나"하는 기대감도 들긴 했습니다.
하지만 벡스코에 도착해보니 그나마 부푼 기대감도 모두 사그라졌습니다. 올해 지스타는 무엇을 상상하던 그 이상이었습니다. 최소한 지스타에 참가한 게임사들의 부스가 하나씩은 있으리라 생각했지만, 예상은 너무나도 보기 좋게 빗나갔습니다.
예년 같으면 푸드트럭과 야외 부스로 가득 찼을 벡스코 앞마당은 휑하다 못해 을씨년스러운 분위기가 감돌았습니다. 특히 개막일이었던 19일 가공할 위력의 강풍을 동반한 가을비는 이를 더욱 심화시켰습니다. 메인스폰서 위메이드의 현수막도 거센 바람에 펄럭이고 있었습니다.
벡스코 1층 행사장이 그렇게 넓은지도 처음 알았습니다. 발 디딜 틈 없이 빽빽하게 부스가 차있던 공간에 메인 무대와 방송 스튜디오만 달랑 놓여 있다 보니, 더욱 극적으로 비교가 됐습니다.
또한 조명이 비추지 않는 공간은 가방 속 내용물을 확인할 수 없을 정도로 어두웠습니다. 오히려 콘서트장의 느낌이 흡사했습니다. 영상 촬영에 초점을 두기 위한 조명 방식으로 보입니다. 전시관에서 많은 행사가 진행된 것은 아니지만, 무언가 '개점휴업'이라는 느낌이 나서 아쉽기도 했습니다.
그나마 행사장 끝자락에는 기자들을 위한 체험공간이 있었는데요. 부산인디커넥트페스티벌(BIC) 쇼케이스 현장에서 선보인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었습니다. PC, 모바일, 엑스박스 컨트롤러가 장착된 모바일 기기를 통해 '스컬 : 더 히어로 슬레이어', '사망여각' 등 기대를 모으는 인디게임을 직접 해볼 수 있었습니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고강도 방역을 선보인 조직위 측의 결정에는 칭찬을 보내고 싶습니다. 프레스룸 앞에는 무인 체온측정기가 있었고, 안내 직원들은 수시로 손 소독제 사용을 권했습니다. 프레스룸 역시 책상 간격을 널찍이 띄워놨고, 투명 가림막을 설치했습니다.
아울러 벡스코 1층 체험관에 출입할 때는 체온 체크는 물론이고, 대형 소독기를 준비해 관람객의 몸에 분사했습니다. 체험존에서는 다시 한 번 QR체크인을 진행해야 했고, 제공된 위생 장갑을 착용하고서야 게임 플레이가 가능했습니다.
체험 공간에 배치된 안내요원 역시 원활한 진행을 돕기 위해 친절하게 설명해줬습니다. 쉽지 않은 상황 속에서도 기자들의 원활한 체험을 위해 힘써준 요원분들께 한 번 더 감사 인사를 전합니다.
예년과 다른 지스타 개최 방식으로 지역 소상공인들도 적지 않은 영향을 받았습니다. 벡스코 인근 식당을 운영하고 한 자영업자는 서울에서 왔다는 기자에게 "이번에 지스타는 취소된 것이 아니었나"고 되물었습니다. 이어 "매년 지스타가 요 근방 사람들에게는 대목인데, 올해 장사는 공쳤다"며 울상을 지었습니다.
실제로 부산발전연구원에 따르면 지스타의 지역경제 파급효과는 1200억원, 고용유발 효과는 2000명에 이릅니다. 지역 자영업자의 하소연을 쉽게 넘길 수 없는 이유입니다.
게임사 관계자들 역시 텅 빈 지스타 행사현장을 보고 아쉬움을 전했습니다. 한 관계자는 "온택드로 진행한다고는 하지만, 아쉬운 마음이 크다"며 "자고로 지스타의 꽃은 출시를 앞둔 게임을 유저들이 먼저 보고 체험하는 것인데, 온라인 환경에서는 한계점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트위치TV로 송출된 지스타 방송의 문제점을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일단 주요 게임사들의 작품 사이에 인디게임을 소개한 것은 칭찬한다"면서도 "다만 방송의 편성이 조금 두서없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목소리를 높여 비판한 대목도 있었는데요. 그는 "문제는 송출과정에서 잦은 방송사고가 났다는 것인데, 영상과 음성의 싱크가 맞지 않고 하울링이 계속해서 발생하는 등 기본적인 실수가 계속해서 반복된 것은 너무나도 실망스럽다"고 지적했습니다.
아쉬움을 토로하는 목소리가 다수였지만, 올해 지스타에 대한 의의를 말하는 이들도 있었습니다. 중소 게임사 관계자는 "개선점이 분명 있었다"면서도 "첫 시도인데도 조직위가 열심히 노력해서 이용자에게 온라인 환경으로 다가갈 수 있는 환경을 갖출 수 있었다는 것에는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내년 지스타 역시 오프라인 개최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서 조직위가 선제적 조치를 통해 지금보단 나은 방안을 제시하길 바란다"며 "분명 올해보단 더 나은 결과물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긍정적인 반응을 드러냈습니다.
결과적으로 올해 지스타는 명맥은 이었지만, 내실은 한없이 부족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행사 내부 콘텐츠는 전무한 수준이었고, 온라인 방송 역시 미흡한 부분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코로나19로 인한 리스크를 인지하고 빠르게 온라인 개최를 위한 대응을 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진하게 남습니다.
지스타조직위원장을 맡은 강신철 한국게임산업협회장은 “오프라인 개최에 대한 욕심을 좀 오래 가졌는데, 더 빨리 온라인에 집중하자고 결정했다면 조금 수월하게 준비했을 것"이라며 "오프라인 개최를 지속적으로 요청한 부분이 있어서 온라인에 집중하는 시간이 짧았다"고 밝혔죠.
기자는 총 네 번 지스타를 방문했습니다. 두 번은 참관객으로, 올해와 작년에는 취재목적으로요. 현장의 뜨거운 열기, 게이머들과의 유대감, 미공개 신작을 체험할 수 있다는 설렘. 지스타에서만 느낄 수 있는 감정이었습니다. 온라인 방식으로 진행된 이번 지스타에서 이같은 두근거림을 느끼기엔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다만 쉽지 않은 상황 속에서도 어떻게든 지스타가 취소되는 것을 막기 위해 동분서주한 조직위와, 뜻을 모아 행사에 참여한 참가사들에게는 박수를 보냅니다. 내년 지스타는 올해보다 좀 더 멋진 모습으로 게이머와 만날 것이라 굳게 믿고 있습니다.
기자이기 이전에 게임을 좋아하는 한 명의 유저로서 내년 11월에는 수많은 게이머와 함께 "이게 지스타지"라고 말하며 떠들썩한 분위기에서 지스타를 즐길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봅니다.
sh04kh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