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에서는 1900년대 이후 열아홉 번에 달하는 군부 쿠데타와 시민들의 시위가 끊임없이 이어져왔다. 비단 근래의 일만이 아닌 것이다. 지난 2014년 5월 22일 일어난 쿠데타 이후 시민들은 더 혹독한 군부 독재의 억압 속에 살아왔다.
이후 태국 군부는 무려 6년이라는 기간 동안 시민들의 눈과 귀를 막으며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올해는 독재의 고름이 터졌다는 듯이, 지난 2월을 이후로 대대적인 시위가 이어져오고 있다. 시위의 시작은 태국 군주제 개혁 요구를 담은 쁘라윳 짠오차 총리 정부에 대한 항의였다.
그간 태국은 왕실과 군부, 재벌이 모두 유착돼 각종 비리와 부조리가 횡행했다. 왕실은 국민의 지지를 받고, 군부는 이런 왕실을 인정해주며, 재벌과 군부는 결탁된 형태다. 이러니 나라의 정치, 경제, 사회는 제대로 돌아갈 리가 없다. 상위 1%가 전체 소득의 67%를 차지하는 등 빈부격차는 나날이 커져 서민들의 삶은 궁핍하다.
정치계에선 부정부패가 난무하다. 태국은 지난 2018년 국제투명성기구가 조사한 태국의 부패인식지수는 100점 만점에 36점으로 굉장히 낮은 점수를 받았다. 군부와 재벌 귀족의 유착을 끊어내지 못하는 데에는 국민들의 큰 지지를 받는 국왕의 역할이 크다. 그러나 현 태국 국왕인 라마 10세는 과거 좋은 행실과 업적으로 명예를 쌓아온 아버지와 달리 국왕의 명예를 실추시키는 행실을 보여 왔다. 이에 그간 억압받아온 국민들이 분노를 터뜨린 것이다.
국민들은 반정부의 뜻을 담은 노란 오리 튜브와 세 손가락을 펴는 행위로 비폭력 시위를 계속 이어나가고 있다. 그러나 태국 군부는 반대파를 억압하고 언론을 통제하며 집회를 금지해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고 있다. 군부를 향한 올바른 비판의 목소리는 협박과 폭행, 추방 등의 비참한 결과를 낳고 있다.
지금 태국 시민들은 비슷한 민주화의 아픔을 지닌 대한민국 국민에게 손을 내밀고 있다. 한국의 시민들은 태국 민주화의 염원에 힘을 싣고자 SNS 해시태그 기능을 통해 이들을 응원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1987년 6월 민주항쟁은 당시 전국민적인 지지를 받고 남녀노소 할 것 없이 행동하는 용기를 보였다. 세대 간의 분열 없이 독재 정권 타도를 향한 하나의 목표가 이들을 움직이게 했다. 그러나 2020년 태국의 상황은 조금 다르다. 현 국왕의 아버지가 쌓은 업적의 영향을 많이 받은 기성세대들은 왕실 개혁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이에 따라 젊은 세대들의 현 총리 교체와 왕실 개혁을 향한 목소리로 온 국민의 뜻이 하나로 모이지 못하는 상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태국에서는 민주화 운동의 불씨가 타오르고 있다. 우리나라의 국민들은 모든 국민이 자유 민주주의의 정신을 하나의 가치로 두고 군부 독재를 종식시켰던 기억을 끄집어야 할 때다. 공기처럼 당연해서 소중함을 잊기 쉬운 민주주의, 누군가에겐 갈망과 목마름의 대상이다. 유대감을 느끼며 그들을 열렬히 응원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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