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세계철강협회의 철강 단기수요전망(SRO, Short Range Outlook)에 따르면 글로벌 철강 수요는 아직 코로나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5월 중순 이후 대부분 국가의 경제활동이 재개됐지만, 봉쇄 조치(lockdown) 기간 동안 발생된 철강 수요 하락을 만회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게 세계철강협회 측 설명이다.
아울러 사회적 거리두기 지속에 따른 세계 경제성장 둔화와 높은 실업률도 철강 수요 회복을 더디게 하는 요인이다.
이에 따라 올해 글로벌 철강 수요 감소 폭은 마이너스 2.4%로 완제품 기준으로 1725백만 톤 수준의 수요가 예상되며, 내년에도 4.1% 상승해 1795백만 톤에 그칠 전망이다.
올해 선방한 수요는 최근 중국의 철강 수요 회복에 따른 일시적 영향이며, 중국 외 대부분 지역은 철강 수요를 회복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지역별 회복 속도에도 큰 편차가 예상된다. 중국의 경우 인프라 투자를 바탕으로 한 정부의 강력한 경기부양 정책과 부동산 시장 강세로 철강 수요가 8% 가량 늘어날 전망이다.
반면 대부분 지역의 철강 수요는 올해 크게 하락할 전망이다. 미국 등 북미지역은 감소폭이 마이너스 15.3%, 유럽연합(EU)은 상반기 대비 하반기 감소폭이 다소 완화되긴 했으나 마찬가지로 15% 이상의 수요 감소가 예상된다.
도쿄 올림픽이 연기된 일본과 4~5월에 걸쳐 매우 강력한 봉쇄 조치가 내려진 인도도 수요 하락세가 큰 것은 마찬가지다.
동남아시아는 말레이시아와 필리핀이 가장 큰 영향을 받은 가운데 마이너스 6%의 철강 수요 하락이 예상된다.
내년에도 개도국과 선진국 간 수요 회복의 온도 차는 있으나 썩 밝지 못한 분위기다. 개도국의 경우 사회기반시설 투자로 인해 철강 수요가 빠르게 회복할 것으로 예상되나, 선진국은 상대적으로 회복세가 더딜 것으로 보인다.
내년에도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철강 수요가 팬데믹 이전 수준을 완전히 회복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일본은 수출 약세와 투자심리 악화로 내년도 수요 회복이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유일한 수요 증가를 기록한 중국의 수요가 내년에는 0%로 둔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내년 글로벌 철강 수요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이는 중국이 전 세계 철강 수요의 60%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MENA(유럽과 중동, 북아프리카) 지역은 팬데믹과 유가 하락의 영향으로 큰 타격을 받았다. 이에 따라 내년에도 수요 회복이 어려울 것으로 관측된다.
중남미는 불충분한 의료 시설과 시스템 문제로 인해 팬데믹의 영향을 크게 받았으나, 이중 브라질이 경제봉쇄가 해제된 이후 강한 회복세를 보여, 비교적 낙관적인 수요가 기대된다는 전망도 나온다.
철강의 주요 수요 산업 전망도 어둡다.
글로벌 자동차 산업은 팬데믹에 가장 큰 영향을 받았다. 코로나가 급격히 확산하던 올해 4월 자동차 생산량은 전년 동기 대비 마이너스 70%에서 90% 수준, 올해 2분기는 -34% 수준으로 하락한 바 있다.
같은 기간 건설업은 공급망 붕괴와 노동력 부족으로 큰 악영향을 받았다. 다만 다수의 글로벌 정부가 경기부양을 위한 공공프로젝트에 착수하면서 최악은 면했다는 평가다.
주문 감소와 공급망 붕괴로 큰 타격을 받았던 기계장치산업은 지난 5월 이후 하락세가 다소 완화됐다. 다만 대부분의 국가에서 낮은 수익과 투자심리 약세로 많은 투자 사업들이 지연 및 취소됐다.
이에 따라 기계장치 산업이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반등하기에는 오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세계철강협회는 예상하고 있다.
이처럼 국내외 철강사업의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가운데 한국 철강업계가 포스트 팬데믹 시대를 철저히 대비해야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내희 세계철강협회 경제담당 이사(박사)는 “팬데믹이 수요 산업에 양적 변화뿐 아니라 질적 변화를 가져올 것이 분명하다”며 “아직 그 방향성을 뚜렷이 예측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저성장 및 불확실성이 향후 수년간 한국 철강산업의 환경을 지배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제까지 한국 경제 및 철강산업의 성장을 뒷받침해왔던 글로벌라이제이션(Globalization)의 패러다임이 변화할 것”이라며 “한국 철강산업은 수요산업의 변화를 직시하고, 이를 통해 기회를 창출할 수 있게 준비해야 한다. 유연성과 수요산업과의 결속에 기반한 경쟁력 향상에 초점을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팬데믹 이후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디지탈화와 탈탄소화에 경쟁 우위를 가지는 것이 향후 생존의 기본”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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