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가영만 보이는 ‘여신강림’ [볼까말까]

문가영만 보이는 ‘여신강림’ [볼까말까]

기사승인 2020-12-10 11:47:03
▲사진=드라마 ‘여신강림’ 포스터. tvN

[쿠키뉴스] 인세현 기자=못생겼다는 이유로 학교에서 집단 괴롭힘을 당하던 주인공이 우연히 화장 기술을 습득한다. 그는 전학을 간 학교에서 ‘여신’ 대우를 받는다. 주인공이 복도에 나타날 때마다 학교가 들썩일 정도다. 하지만 단 한 명 만큼은 예외다. 잘생기고 성적까지 좋아 완벽해 보이는 또 다른 주인공은 그에게 관심이 없고 차갑다. 그러나 두 사람은 어쩐지 자꾸 엮인다. 옥상에서도 복도에서도 운명적이거나 이상한 만남을 거듭하며 마주친다. 어디선가 본 듯한 이야기다. 2000년대 초반 유행하던 인터넷 소설은 아니다. tvN 새 수목극 ‘여신강림’의 내용이다. 

‘여신강림’은 외모 콤플렉스가 있었지만 화장을 통해 ‘여신’이 된 임주경이 남모를 상처를 간직한 이수호와 서로의 비밀을 공유하며 성장하는 과정을 그리는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다. 동명의 인기 웹툰이 원작이고, MBC 드라마 ‘어쩌다 발견한 하루’의 김상협 PD가 연출을 맡았다. 전작에서 로맨틱 코미디 장르를 잘 소화해 호평을 받았던 배우 문가영이 주경 역을, 차은우가 수호 역을 맡았다. 

지난 9일 방송한 첫 회에서는 주경이 화장법을 연습하고 전학 간 학교에서 새로운 친구들을 사귀는 모습과 함께, 우연처럼 수호와 만나는 장면이 그려졌다. 과거 주경은 학교에서 좋아하던 사람에게 고백하지만, 그에게 모욕을 당하고 같은 반 아이들에게 괴롭힘까지 당한다. 괴로운 마음에 옥상에 올라갔던 주경은 그곳에서 수호를 만나지만, 좋지 않은 시력 때문에 얼굴을 제대로 보지 못한다. 이후 주경은 화장을 통해 달라진 모습으로 전학 간 새로운 학교에서 자신이 꿈꾸던 삶을 맛본다. 그러나 같은 취미를 가진 수호가 화장을 하지 않은 자신의 얼굴을 보는 바람에 위기에 처했다고 생각한다. 

80분에 가까운 시간 동안 주경의 분량이 대부분이었다. 주경을 연기하는 문가영은 변화하는 상황 속에서 다양한 감정을 자연스럽게 표현하며 사실상 첫 회를 이끌었다. 전작에서 아름답고 독특한 화면으로 호평을 받았던 김상협 PD의 연출도 작품의 분위기와 잘 어우러졌다.

다만 드라마가 외모지상주의와 이를 둘러싼 문제를 어떤 자세로 풀어나갈지는 분명하지 않다. 드라마는 첫 회에서 주인공이 처한 상황을 가볍게 그려내는 방식을 택했다. 비슷한 소재의 웹툰 원작 드라마 ‘내 아이디는 강남미인’이 외모 표현 등에 주의를 기울인 것과는 대조적이다. 순정만화 세계관 속에서 자아를 찾아 나섰던 ‘어쩌다 발견한 하루’와도 또 다르다. 주인공의 호흡이 무엇보다 중요한 로맨틱 코미디인데, 주경과 수호의 조화가 아직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도 아쉬움으로 남는다. 차은우는 연기력 논란에 휩싸였던 전작에서보다 나아진 연기를 선보이지만, 여전히 어색한 부분도 있다. 

드라마화된 ‘여신강림’이 표방하는 것은 두 주인공이 함께 성장하는 성장담이다. 평범했던 여자 주인공이 화장으로 변신해, 완벽해 보이지만 알고 보면 내면에 아픔이 있는 남자 주인공을 만나 로맨스를 완성한다는 유행 지난 이야기에서 한 발자국 나아가, 새로운 담론을 제시하는 드라마로 성장할지 지켜볼 일이다.


◇ 볼까

문가영의 로맨틱 코미디를 좋아하는 시청자에게 권한다. 드라마를 볼 때만큼은 심각한 생각을 하고 싶지 않다면 채널 고정.


◇ 말까

‘세상에겐 차갑지만 (결국) 내 여자에게만큼은 따뜻하겠지’류의 남자 주인공에게 더는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시청자에겐 권하지 않는다. 

inout@kukinews.com
인세현 기자
inout@kukinews.com
인세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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