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지난달 23일부터 공무원과 공기업 등 공공부문 종사자들에게 특별 방역 지침을 내렸다. 지침에 따르면 실내에서는 마스크를 착용하고 불필요한 모임은 취소하거나 연기해야 한다. 필수적인 모임은 온라인 등 비대면 방식으로 개최하고 불가피하게 대면하더라도 식사는 최대한 자제해야 한다. 지침을 위반해 코로나19에 감염되거나 전파하는 종사자는 문책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실제로 징계 받은 이들도 있다. 충북 제천시는 지난 15일 보건소 직원 A씨가 확진 판정을 받자 방역 수칙을 준수하지 않았다며 직위해제 했다. A씨를 포함해 가족 등이 코로나19 의심 증상을 보였음에도 출근했다는 이유에서다. 전북 순창군도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군 보건의료원 B 지원과장(5급)을 직위를 해제했다. 방역 책임자로서 코로나19에 확진돼 ‘직무수행능력’이 부족하다는 사유로 전해졌다.
공무원들은 취지는 알지만 어려운 시기에 외려 사기를 저하시킨다고 지적했다. 서울시의 한 공무원은 “공무원은 위험부담을 감수하고 선별진료소, 생활치료센터 등에서 근무하고 있다”며 “방역의 주체로 움직여야 될 공무원을 소극적으로 만드는 처사”라고 꼬집었다. 그는 “문책의 목적이 방역 성공인지 아니면 문제가 발생했을 때 면피용으로 하기 위해서인지 궁금하다”고 반문했다.
경기도의 한 지방자치단체(지자체)에서 근무하는 공무원은 “공무원으로서 모범적으로 지침을 준수해야 하는 건 맞지만 무조건적인 문책은 불공평하다”며 “코로나19에 걸리면 동선이 모두 알려지고 매장당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사기업도 마찬가지다. 한 금융투자 회사는 지난 16일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자 “확진 경위에 따라 승진·평가 등 인사상 불이익을 주겠다”고 공지해 논란이 됐다. 코로나19 확산 초기인 지난 2월에도 일부 기업이 “확진 판정을 받으면 문책하겠다”는 내용의 이메일과 문자메시지를 직원들에게 보내 비판 받았다.
코로나19 확진자에 대한 문책은 정당할까. 전문가들은 징계는 가능하지만 사안에 따라 과도한 징계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유경 돌꽃노동법률사무소 노무사는 “징계는 사규와 취업규칙 등에 근거해 재량으로 할 수 있다. 문책 자체가 위법이 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예방 수칙을 어긴 행위가 있다고 해도 과도한 수위로 징계를 하는 것은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사안별로 따져야 하지만 확진 시 인사상 불이익 등은 과하다고 여겨진다”며 “이는 이중 불이익이 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김준수 노동법률사무소 연세 노무사는 “징계권이 사용자의 고유권한에 속한다 하더라도 정당한 이유 없는 징계는 근로기준법 제23조에 따라 무효”라며 “사례에 따라 다르겠지만 코로나19 감염을 온전히 노동자의 잘못으로 돌리기에는 조금 과도한 측면이 있다. 징계 대상이 된 노동자는 행정심판이나 소송 등을 통해 이의제기를 할 수 있다”고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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