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대에 분노하지만 체벌에는 열광? ‘참교육’ 탈 쓴 폭력

학대에 분노하지만 체벌에는 열광? ‘참교육’ 탈 쓴 폭력

기사승인 2021-01-06 06:20:01
▲사진=5일 경기 양평군 서종면 하이패밀리 안데르센 공원묘원에 안치된 故 정인 양의 묘지에 시민들의 추모물결이 이어지고 있다. 박태현 기자
[쿠키뉴스] 이소연 기자 =잔혹한 아동학대 사건에 대해 시민들의 분노가 들끓고 있다. 숨진 아이를 추모하며 법원에는 연일 가해자를 엄벌에 처해달라는 진정서가 쏟아진다. 그러나 체벌 등의 폭력에 대해 ‘참교육’이라고 환호하는 모습도 여전히 존재한다. 

5일 기준 네이버웹툰 ‘참교육’은 월요웹툰 중 조회 수 1위를 달리고 있다. 평균 별점은 10점 만점에 9.7 이상이다. 참교육은 교권보호국 소속인 주인공 나화진이 ‘일진’ 등 학교폭력을 일삼는 학생들을 폭력으로 교화시킨다는 내용의 웹툰이다. 15세 이상의 이용이 권장될 뿐 제재는 없다.  

가장 별점이 높은 회차인 9화에는 나화진이 자신에게 반항하는 학생들을 주먹으로 때리거나 목을 조르는 장면이 담겼다. 나화진에게 제압된 학생들은 기초학력 시험을 본 후, 시험 점수대로 ‘왕’, ‘양반’, ‘노비’로 계급이 나뉘게 된다. 일진 대부분은 노비가 됐지만 나화진의 힘에 굴복, 이를 따른다.  

다수의 독자들은 일진 등이 나화진에게 얻어맞고 무릎을 꿇는 것에 대해 ‘사이다’라며 열광한다. “이거 보고 교육부 장관이 꿈이 됐다” “우리나라에도 교권보호국이 있으면 좋겠다” “무분별한 체벌은 나쁘지만 학교의 기강을 위해 필요하다” 등의 댓글이 독자들의 공감을 얻었다.  

▲사진=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제공. 
다만 학생에게 과도한 폭력을 행사하는 장면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는 웹툰 참교육에 대해 “학교 폭력을 일삼고 약한 학생을 괴롭히는 학생은 맞아도 된다는 생각, 학교 내에서 체벌이 금지되면 교권이 약화한다는 논리 등은 학생인권조례의 제정을 막는 등 청소년 인권을 후퇴시키는 근거로 작용됐다”며 “해당 웹툰은 이러한 인식을 강화하는 데 기여한다”고 꼬집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웹툰의 제목처럼 폭력은 참교육이라는 단어로 대체돼 사용되고 있다. 유튜브 등 온라인에서는 잘못을 저지른 이들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것을 “참교육했다”고 말한다. 임경빈 작가는 지난해 12월 CBS 라디오 ‘김종대의 뉴스업’에 출연해 “인터넷 공간에서 참교육은 강력한 힘을 바탕으로 어떤 깨달음을 주는 방식으로 쓰이게 됐다”며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교육 현장에서 시작했던 (체벌 금지 등) 참교육 운동의 실제 의미와 너무나 달라졌다”고 지적했다.  

▲그래픽=국민일보 DB
체벌은 교육을 목적으로 육체적 고통을 주는 행위다. 과거 학내에서는 단체 기합을 받다가 학생이 사망했다. 교사의 구타로 학생이 중·상해를 입는 일들도 빈번했다. 지난 2011년 3월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이 개정되며 학내 체벌이 금지됐지만 완전히 뿌리 뽑히지는 못했다. 

가정 내 체벌은 여전히 제도적으로 용인된다. 민법 915조에는 친권자가 아동의 보호나 교양을 위해 필요한 ‘징계’를 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이는 아동학대 사건에서 가해 부모의 변론 근거로 활용돼 왔다. 지난해 6월 동거남의 아이를 여행용 가방에 가둬 숨지게 한 여성은 “거짓말하는 아이의 버릇을 고치려 했다”고 주장했다. 같은 해 10월 부모의 자녀 체벌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내용의 민법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지만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아동학대 관련 전문가들은 체벌 등 폭력을 통해 교육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정익중 이화여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폭력은 항상 악순환한다. 아동학대도 체벌에서 시작된다”며 “폭력을 통해 교육받은 사람은 ‘잘못하면 맞아야 한다’는 생각을 내재화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체벌은 사람을 변화시킬 수 없다”며 “교육과 훈련, 상담, 치료 등을 통해 평생 달라진 삶을 살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공혜정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대표는 “자녀끼리 싸웠을 때 ‘때리지 말라’고 하면서 부모는 체벌을 한다”며 “아이의 입장에서는 나도 동생이 잘못해서 때린 것인데 이해가 되지 않는 상황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과거 잔혹한 아동학대 사건의 가해자 모두 다른 아동에 대한 학대에 분노했던 이들”이라며 “본인은 훈육이라고 생각했던 한 대의 폭력이 학대의 시작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soyeon@kukinews.com
이소연 기자
soyeon@kukinews.com
이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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