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최기창 기자 =최근 정치권에서는 ‘팬덤 정치’에 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특히 범야권을 중심으로 ‘친문’에 대한 강한 거부감과 함께 이들이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의 기본을 훼손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전문가들 역시 이제는 정치권이 ‘팬덤’을 벗어나 포용의 정치를 선보여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지난 13일 쿠키뉴스 의뢰로 여론조사기관 한길리서치가 지난 9일부터 11일까지 전국 만18세 이상 성인남녀 1004명을 대상으로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국정수행능력평가)’을 조사한 결과 ‘잘하고 있다’는 긍정평가가 40.7%(매우 잘함 20.9%, 다소 잘함 19.8%)로 집계됐다.
그러나 ‘잘못하고 있다’는 부정평가도 56.8%에 달했다. 이는 ‘반문’에 대한 유대감이 커지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결국 ‘팬덤 정치’가 우리 사회를 크게 갈라놓고 있다는 해석이다.
과거 한국의 정치사는 보스형 정치인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이른바 3김 시대다. 이들의 세력 다툼은 민주주의의 기본 원리 속에 다양한 정치 행위를 했다. 이후 ‘친’이라는 글자가 등장했고 친노‧친이‧친박‧친문 등이 생겨났다. 특히 친박의 경우 탈박‧진박‧용박 등 무수한 용어들을 함께 남겼다.
물론 팬덤 정치의 긍정적인 면도 있다. 정치평론가 유용화 교수는 “현재 우리의 정치 지형에서 친문은 촛불혁명 과정에서 생겨나 상당히 개혁적이다. 반면 이 과정에서 보수가 무너진다는 것에 관한 과잉적 성격으로 태극기 세력이 나타났다”며 “이들이 보이는 적극적인 지지를 바탕으로 발전적인 대안을 모색할 수 있다면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현실은 이와 다소 거리가 멀다. 진영 논리 속에 폐쇄성이 강하게 드러나기 때문이다. 유 교수 역시 “팬덤이 진영화되거나 폐쇄적으로 되면 오히려 정치의 균형적 발전을 상당히 저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더 큰 문제는 이들의 집단행동이다. 적대감을 기반으로 편 가르기가 쉽게 일어난다. 이 과정에서 내부 비판은 변절자가 된다. 진중권 전 동양대교수와 서민 단국대 의대 교수, 김경률 회계사, 권경애 변호사 등 진보 인사들이 이른바 조국 흑서를 제작한 이유였다.
김 회계사는 지난해 9월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조국 장관 후보자는 제기되고 있는 시중의 의혹에 대해서 성실하게 답해야 한다는 표현 때문에 며칠 동안 항의전화를 받아야 했다”며 “민주주의의 원리가 다양성에 기초한다면 우리가 작은 목소리를 담아내는 데 충분한 사회로 진전하고 있는지 진지하게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외국에서도 팬덤 정치의 그림자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가장 상징적인 장면 중 하나는 최근 미국에서 일어난 의회의사당 점거 사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편 가르기를 가장 중요한 정치 전략으로 사용해왔다. 임기 중에도 ‘가짜뉴스’ 등의 표현으로 지지자를 결집했다. 심지어 대선 패배 이후에도 이를 인정하지 않았고 오히려 시위대 앞에서 “미디어가 가장 큰 문제다. 여기에 모인 모든 사람들은 우리의 선거 승리가 도난당한 것을 보길 원하지 않는다”고 발언하는 등 지지자를 자극했다. 결국 민주주의를 이끈다고 자부하던 미국은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었다.
이러한 팬덤 정치에 관한 우려는 과거 영상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DJ의 적자’로 평가받는 장성민 세계와동북아평화포럼 이사장 역시 지난 2015년 9월 TV조선 장성민의 시사탱크에서 팬덤 정치에 대해 강하게 경고한 바 있다. 조국흑서보다 무려 5년 먼저다.
당시 장 이사장은 “때로는 범법자도 패거리의 일원이면 탄압이라고 강변한다. 대법원 판결까지도 정치적 보복이라고 공격한다”며 “그러나 이들이 주장과 논리를 펼 때는 법과 정의, 민주주의 등을 강조한다. 세상만사를 자기들이 유리한 쪽으로 결론을 낸다”고 꼬집었다.
또한 “누가 찬성파이고 반대파인지 분명히 나눈다. 모든 집단을 갈라놓는 데 아주 익숙하다”며 “재갈을 물려서라도 반대 입장을 막거나 혹은 당에서 제명해야 한다는 주장을 거침없이 한다”고 비판했다.
이른바 ‘패거리 정치’를 청산하고 진영의 틀을 넘는 포용적인 정치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약 5년 이상이 지난 오늘날 장 이사장의 발언을 다시 곱씹어야 하는 이유다.
정치평론가 유 교수 역시 이에 동의했다. 그는 “팬덤 정치가 진영화되거나 폐쇄적으로 돌변하면 결국 악영향을 준다”며 “정치의 균형 발전을 위해서라도 통합적인 방향으로 나가는 게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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