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유니프레스] 김규태 한국체육대학보 기자 = ‘1인 미디어’를 접하는 일상은 자연스레 우리 곁에 자리 잡았다. 개인이 새로운 콘텐츠를 창조해내고, 그것을 여러 사람에게 공유하는 ‘1인 미디어’는 불과 10년 전만 해도 낯선 단어였다.
그때 난 필리핀에서 어학연수를 받고 있었고, 대한민국에는 폴더폰, 슬라이드폰 등 2G 휴대폰이 대중화돼 있었다. 그랬기에 나에게 1인 미디어라는 말은 생경했다. 당시 국제학교에 다녔던 나는 동년배들이 사용하는 스마트폰을 보며 매우 신기해했다. 그리고 약 2년 뒤 한국으로 돌아왔을 때, 스마트폰은 이미 휴대폰 시장을 점령하고 있었다.
미디어의 발달은 매체의 발달과 동시에 일어난다. TV가 만들어졌기에 TV방송이 출현했고, 라디오가 있기에 라디오 방송을 청취할 수 있었다. 스마트폰의 등장도 예외는 아니었다. 시대는 이제 개인 시공간의 제약을 벗어나 영상을 재생하고, 공유하는 시대가 되었다. 이러한 스마트폰의 특성 때문에 1인 미디어가 탄생했다.
이러한 1인 미디어가 현재 기성 미디어를 위협하고 있다. 그 배경에는 1인 미디어를 생산 판매 할 수 있는 여러 플랫폼의 등장 덕분인데, 대표적으로 유튜브(유튜버), 아프리카티비(BJ), 트위치(스트리머) 등이 있다. 크리에이터로 일컬어지는 이들은 기존 방송국 개념에서 탈피해 뉴스, 게임, 요리 등의 다양한 주제로 우리 삶 속에 스며들었다.
‘먹방’이라는 신조어를 탄생시키며 타인이 밥을 먹는 것을 보고 대리만족을 느끼게 됐으며 과거였다면 시청자로만 머물렀을 일반인이 뉴스 진행자가 돼 언론의 역할을 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급진적인 1인 미디어 시대의 등장 때문일까.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했다. 그리고 그 문제는 생각보다 사회에 심각한 수준의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문제는 1인 미디어의 특성과 밀접히 연관되어 있다. 1인 미디어는 플랫폼 상에서 곧바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시청자는 해당 1인 방송의 영상에 돈을 내게 되는데 이것이 문제의 원인이 된 것이다. 플랫폼마다 지불하는 돈의 명칭은 각각 다른데, 그 예로 별풍선, 도네이션 등이 있다.
이러한 돈은 크리에이터로 하여금 더욱 자극적인 방송을 유도하게 했다. 일정 금액 이상을 내면 더욱 심한 노출을 하거나,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을 하는 등의 사회적 혼란을 가져올 만한 방송이 계속해서 나타나게 된 것이다. 배금주의가 1인 미디어 방송 사회에 만연하게 된 것이다.
놀라운 것은 그러한 방송은 청소년들도 여과 없이 시청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이는 과거에도 그랬고 지금도 마찬가지다. 이렇듯 바뀌지 않는 1인 미디어의 문제점은 지난 12일 성범죄자 조두순이 출소하며 더욱 불거졌다.
조두순은 교도소 입소 전 거주지인 안산에 머물게 되는데 이러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여러 유튜버, BJ, 스트리머들이 그에게 보복을 가하겠다며 나선 것이었다. “조두순 출소 날 찾아가겠습니다” “조두순 집 앞에서 짜장면 시켜 먹겠습니다” “조두순 꼭 보복하겠습니다 ” 등의 자극적인 제목이 1인 미디어의 피드를 가득 채웠다.
실제로 조두순의 호송 차량을 발로 짓밟고, 3일간 쉼 없이 실시간으로 조두순을 소재로 방송하며, 새벽까지 확성기로 욕설하는 방송을 하고, 경찰들에게 발길질하는 모습이 실시간으로 방송됐다. 이 때문에 인근 주민 사람들은 고통을 호소했다. “안산이 범죄도시가 된 것 같다”, “새벽에 잠을 못 잔다”, “내 신상이 방송에 실시간으로 노출되는 것이 두렵다”등의 부정적인 말들이 잇따랐다.
자극적인 방송을 일삼는 그들이 말하는 명분은 이렇다. ‘극악무도한 범죄자를 용서할 수 없다’. ‘그는 편히 살 권리가 없다’ ‘그러니 우리 1인 미디어가 나서서 그를 보복 할 것이다’ 그러나 이는 그저 비겁한 변명으로 들릴 뿐 정의로움은 그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수익으로 직결되는 조회 수와 금전적 후원 등 방송 수익을 위한 수단으로 성범죄자 ‘조두순’을 콘텐츠로 사용하는 것뿐이다.
왜, 굳이 성범죄자를 방송 수단으로 사용해야 하는가. 그의 생활을 공개하고 도를 넘는 행동을 함으로써 정의를 찾기 원하는 것일까. 그렇다면 12년 전 그 범죄가 발생했을 때 그들은 무엇을 하고 있었는가. 피해자 가족들이 법원 앞에서 피켓 들고 심장이 무너질 때 어떤 행동을 취했는가.
1인 미디어는 양날의 검이다. 세계 어디에 있든, 언제든, 어떤 사람도 1인 미디어 환경에 참여해 쌍방향 의사소통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정보를 제공하는 사람이 될 수도 있고, 반대로 정보를 받는 사람이 될 수도 있다. 이런 이점을 사용해서 우리는 삶의 질을 향상한다. 그러나 자칫하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오직 수익을 위한 보여주기 식의 방송만 양산된다.
1인 미디어를 향유하는 우리는 모두 이러한 특성을 간파해야 한다. 자극적인 미디어가 되는 것은 그것을 제공받는 수용자의 역할이 크다. 수용자는 도덕적인 잣대를 가지고 미디어를 선택해서 수용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이 잘못되었을 때 비판적인 시각으로 바라봐야 한다. 무조건적인 수용이 아닌 선택적 수용이 앞선 문제를 해결하는 첫 단계가 될 것이다.
오직 수익을 위한 1인 미디어, 자극적인 방송으로 시청자를 유지하고 클릭 수를 높이려는 자들에게 이렇게 전해보자. “왜 이리 시끄러운 것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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