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인터뷰] 문소리 “‘세자매’ 그 대사, 그냥 나온 게 아녜요.”

[쿠키인터뷰] 문소리 “‘세자매’ 그 대사, 그냥 나온 게 아녜요.”

기사승인 2021-01-29 08:00:02
▲사진=배우 문소리. 리틀빅픽처스

[쿠키뉴스] 인세현 기자=“영화 속 ‘어, 미옥아’가 그냥 나온 게 아녜요.” 영화 ‘세자매’(감독 이승원) 개봉을 앞두고 화상으로 만난 배우 문소리는 영화의 ‘그 대사’를 똑같이 말하곤 웃었다. 영화에서 미옥(장윤주)의 전화를 받는 순간 작품을 준비하며 장윤주의 전화를 받던 시간들이 떠올라 자연스럽게 몰입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문소리는 이번 영화에 주연이자 공동 프로듀서로 이름을 올리고 작품 안팎에서 영화를 위해 뛰었다. “프로듀서이기 때문에 언제나 촬영장을 지키며 모니터 뒤에 있었다”고 말하는 문소리에게 동료 배우가 전화해 이런저런 고민을 털어놨던 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공동 프로듀서… 저도 처음이어서 무슨 일을 하는지 다 모르고 시작했어요. 보통 시나리오를 받으면 캐스팅과 촬영시기 정도를 묻고 출발하기 마련인데, 이 영화는 아무것도 없이 오로지 시나리오만 있을 때부터 함께했어요. 그러니까 자연스럽게 이 영화가 완성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게 됐죠. 이승원 감독과 매일 같이 만나 영화에 관한 의견을 나누다가 프로듀서로 합류하라는 제안을 받았어요. 필요하면 해외 투자자에게 편지도 썼고, 마케팅 회의도 참여했고요. 프로듀서니까요.(웃음)”

문소리는 ‘세자매’서 자매 중 둘째인 미연을 연기한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에 화목해 보이는 가정을 꾸린 미연은 겉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이는 것에 집착하는 완고한 인물이다. 언제나 온화한 표정과 목소리로 사람을 대하면서, 참을 수 없는 분노가 치밀어 오를 때에도 베개에 얼굴을 묻고 소리를 지른다. 문소리는 겉과 속이 다른 미연을 특유의 섬세하고 자연스러운 연기로 표현했다. 치밀하고 치열한 문소리의 연기 덕분에 관객은 ‘가식덩어리’ 캐릭터를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다. 하지만 문소리는 미연이라는 인물을 받아들이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털어놨다. 자신과 다르기 때문이 아니라, 닮은 부분이 있었기 때문이다.

“미연은 좋게 말하면 책임감이 있고, 나쁘게 말하면 완고한 고집이 있는 인물이죠. 그런 부분이 저와 비슷해요. 사람이 완벽할 수 없다는 걸 인정하고 실수도 하고 타인의 도움을 받기도 해야 하는데, 그런 걸 잘 용납하지 못해요. 매사에 신경 쓰고 바쁘게 지내야 하는 성격이에요. 미연은 늘 바쁘잖아요. 교회 성가대 지휘하고 아이들 양육하고… 그런 것들이 저와 조금 닮았어요. ‘오늘 하루는 놀았네’ 이렇게 지나는 날도 있어야 하는데, 그런 하루를 참기가 힘들어서 끝내 ‘너 왜 오늘 하루를 이렇게 보냈니’라고 반성하죠. 그러다가도 ‘너는 너한테 왜 그러니’하고 짜증이 나기도 해요.(웃음) 미연을 보면 저의 그런 모습을 보는 것 같아 마주하기가 싫은 심정이었어요. 여러 캐릭터를 연기했지만, 미연처럼 잘 알아서 힘든 인물은 또 처음이었죠.”

▲사진=배우 문소리. 리틀빅픽처스

문소리가 캐릭터에 몰입할 수 있었던 건 함께 연기한 동료 배우들의 공도 컸다. 연기자와 제작자로서 영화 촬영 전부터 다양한 의견을 듣고 나누는 과정이 영화에 묻어난 덕분이다. 문소리는 “집 안에서 미옥의 전화를 받는 장면을 찍을 때, 문득 장윤주의 전화를 받았던 순간이 떠오르며 ‘자연스럽게 잘 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영화 속 세 자매 중 첫째 희숙과 막내 셋째 미옥 역의 김선영과 장윤주에 대한 깊은 신뢰를 드러냈다.

“장윤주 배우까지 세 자매 역할이 모두 캐스팅된 후 배우들의 세 가족이 우리집에 모였어요. 함께 식사도 하고 이야기도 나눴죠. 공교롭게도 각각 딸이 한 명씩 있는데, 세 아이들도 마치 자매처럼 놀았고요. 그런 모습을 보니 꼭 운명처럼 느껴졌어요. 저희 세 명이 장면에 대한 이야기도 자주 나눴고, 그 대화를 토대로 제작진과도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고요. 앞으로도 영화 작업을 하면서 이렇게까지 배우들과 깊게 교감하는 작품이 많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으니까요.”

바쁘게 지내는 것이 성격이라는 문소리는 여전히 작품과 연기 안에서만큼은 바쁜 삶을 희망한다. 또 언젠가 좋은 이야기가 있다면 연출, 제작, 배우 가리지 않고 참여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배우로서는 영화나 드라마, OTT 제작 작품 등 영역을 두지 않고 활발히 활동하고 싶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그는 “관객들과 나누고 싶은 소중한 이야기를 찾아서 함께하고 싶다”면서 “영화를 하는 삶은 늘 그렇다”고 말했다.

inout@kukinews.com
인세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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