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초 앤트그룹은 금융당국의 규제에서 자유로운 빅테크(IT+금융) 기업으로 운영할 예정이었습니다. 하지만 상장을 앞두고 마윈 전 회장이 금융당국을 힐난하는 발언이 문제 시 되면서 모든 계획은 사실상 물거품이 됐습니다.
마윈은 지난해 10월 말 상하이에서 열린 한 포럼에서 중국의 금융 규제를 ‘전당포’로 비유했다가 시진핑 국가주석에게 노여움을 샀습니다. 마윈의 발언 이후 앤트그룹의 IPO(기업공개)는 연기됐고, 알리바바 임원진들이 금융당국에 소환되는 등 강력한 규제를 받고 있습니다. 그 결과 알리바바 주가는 폭락했고 마윈 재산은 이후 두 달 동안 120억 달러(약 13조원)가 증발했습니다.
중국 당국의 이 같은 조치는 마윈에 대한 ‘괘씸죄’도 작용했지만 그 이면에는 빅테크 기업의 성장을 견제하려는 목적이 크게 작용합니다. 마윈이 최대주주로 있는 알리바바는 약 8억8000만명에 달하는 고객 데이터를 갖고 있습니다. 게다가 현재 중국의 빅데이터 시장 규모는 지난해 기준 84억7000억 달러이며, 오는 2025년에는 중국의 빅데이터 총량이 전 세계 3분의 1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중국 공산당의 ‘마윈 손봐주기’는 갈수록 중국 내 영향력이 커지고 있는 알리바바를 견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보고 있습니다. 알리바바가 보유한 거대한 빅데이터는 중국인민을 통제하려는 공산당 입장에서는 ‘눈엣가시’였으니깐요.
그럼 빅데이터는 어떤 의미일까요. 기존의 데이터 처리 및 활용 능력을 뛰어넘는 수준의 대규모 데이터를 의미하며, 이로부터 정보를 추출하고 결과를 분석하는 기술까지 포괄하는 의미로도 사용합니다.
특히 빅데이터를 활용한 빅테크 기업의 금융업 진출은 기존 금융사에게는 큰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이는 중국 뿐만 아니라 전지구적 현상으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금융산업은 대다수의 국민들이 이용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상품의 종류도 많아 빅데이터의 활용가치가 타 산업과 비교해도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글로벌 기업 가운데 전자상거래업체로 시작한 아마존은 3억명에 달하는 가입자를 토대로 금융업까지 진출하고 있습니다. 아마존 고객 가운데 약 1억명은 유료 회원제(프라임 멤버십)을 가입했고, 유료 고객들은 이를 통해 다양한 부가서비스를 제공받고 있습니다. 아이폰으로 유명한 애플도 골드만삭스와 함께 ‘애플카드’를 직접 출시하면서 기존의 고객들의 데이터를 활용(애플페이)해 금융시장을 진출하고 있습니다. 애플페이에 애플카드를 추가하면서 모바일을 통해 금융결제 서비스를 활용하는 전략입니다.
국내에도 네이버, 카카오와 같은 플랫폼 기업들도 빅데이터를 활용한 금융업을 적극적으로 시행하고 있습니다. 두 플랫폼 기업은 충성 고객으로부터 확보한 데이터를 통해 기존 금융사 보다 정교한 신용평가를 할 수 있습니다. 예를들어 플랫폼 사용자의 소비 행태, 공과급 납부 내역 등을 분석해 비정형 데이터를 신용평가에 활용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특히 네이버(네이버파이낸셜)는 최근 데이터 3법 시행에 따른 ‘마이데이터’ 사업 본 허가에 성공하면서 본격적인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됐습니다. 네이버파이낸셜은 카카오뱅크와 달리 금융당국의 규제에도 자유로운 편이기에 은행업계에 위협적인 존재가 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특히 최근 금융위원회에서는 언택트 금융서비스 활성화를 위한 ‘디지털금융 혁신’ 방안을 내놓았습니다. 이는 빅테크 기업의 금융업 진출에 날개를 달아준 셈입니다.
기존 은행권도 이러한 사회경제적 흐름에 변화를 모색하고 있습니다. 국내 주요 은행들은 AI(인공지능), 빅데이터 등을 활용한 고객 맞춤형 서비스 제공에 힘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이미 금융지주 회장들과 은행장들의 신년사에서 공통된 목표는 ‘디지털 금융 전환’인 만큼 빅테크 기업과 맞설 수 있는 고객 관리 서비스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최근 우리은행은 고객행동정보를 AI로 분석해 고객별 맞춤형 상품을 추천하는 ‘빅데이터를 활용한 고객행동 기반 개인화 마케팅’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또한 수천만명의 고객을 활용한 플랫폼 사업(배달 및 쇼핑 서비스)도 추진할 예정입니다.
shwan9@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