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얘를 어떻게 죽이지”… 강의 중 동료 교수 뒷담화한 교수들

[단독] “얘를 어떻게 죽이지”… 강의 중 동료 교수 뒷담화한 교수들

기사승인 2021-02-05 00:05:01

[쿠키뉴스] 김양균 기자 = 온라인 강의에 교수들의 ‘뒷담화’가 함께 녹화돼 수업 중인 학생들에게 그대로 전해지는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이 사실은 지난달 30일 K대학교 에브리타임을 통해 처음 전해졌다. 참고로 에브리타임은 학교 인증을 거친 재학생들만 익명으로 게시글을 쓸 수 있는 온라인 커뮤니티다. 익명의 작성자는 K대학교 서울캠퍼스 관광경영학과 소속 두 명의 교수가 사이버 강의에서 동료교수에 대한 처리 문제를 논의하는 통화 내용이 함께 녹화됐다고 알렸다. 

통상 사이버 강의는 교수가 강의 내용을 녹화한 후, 대학 LMS(학습관리시스템)에 업로드 해 학생들이 강의 영상을 보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쿠키뉴스는 해당 강의 영상을 입수했다. 40여분의 사이버 강의 영상 가운데 수화음은 3분 가량이다. 안부를 주고받던 중 A교수가 “가건은 어떻게 얘기를 해”라고 하자, B교수는 “지금 상황이 복잡하니 조금 놔뒀다가 해결하는 게 좋을 거 같다”고 답한다. 다시 A교수가 “얘를 어떻게 죽이지 근데. 답 안 나와”라며 “이번에 얘 주고서 한번 넘기느냐. 고민해야 된다”고 하자 B교수는 “고민해야 한다”며 맞장구를 친다. 거듭 A교수가 “안주면 안주는 대로 주면 주는 대로”라고 푸념하자, B교수는 다시 고민해보자며 대화를 끝낸다. 

사적 대화에 책임 추궁을 할 수는 없다. 다만, 사적 대화가 대학생의 학습권과 관련된 강의 중에 포함된 것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강의 중 부적절한 언행으로 곤혹을 치룬 교수들이 여럿 보고되어 온 것은 바로 대학 강의가 갖는 상징성 때문이다.  

A, B 교수 모두 대화가 사담에 불과한 것이며 특정 교수를 겨냥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A교수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구체적인 언급을 꺼렸고, B교수는 “교수 보직과 관련한 일반적인 대화를 나눈 것”이라면서도 “학생들에게 불편을 준 점을 사과한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기자가 만난 재학생들은 대화중에 등장하는 ‘가건’이 ‘가아무개 교수에 관한 건’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재학생 D씨는 A교수가 평소 수업 중에도 “‘가가’, ‘가’, ‘가라인’, ‘그 사람’ 등으로 부르며 안 좋은 이야기를 하는 것을 여러 번 들었다”며 “재학생이라면 ‘가건’이 가 교수와 관련된 건이라고 바로 인식을 할 정도”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특정된 교수는 기자에게 “특별히 할 말이 없다”고만 밝혔다.  

사담이 강의에 함께 녹음된 것뿐이라는 교수들의 해명과 달리 학생들의 반응은 냉담하다. 에브리타임에는 재학생들의 비토 섞인 댓글이 적지 않았다. 일부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이건 좀 충격이다”, “같은 동료교수님들끼리 창피하다. 수업 중에 저런 걸. 너무 심한 것 아닌가”, “동료 교수를 두고 어떻게 저런 말을 할 수 있는가.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을 한다는 분들이 어떻게 저럴 수 있는 건가. 충격적이고 무섭다는 생각밖에 안 든다”. 

학생들은 왜 이토록 예민하게 반응하는 걸까. 이는 해당 대학 학과의 독특한 분위기와 무관치 않다. 해당 대학은 국내 4년제 대학 가운데 처음으로 관광경영학을 도입, 경희대학교와 더불어 관광경영 분야에 있어 두터운 인맥이 형성돼 있다. 임용 교수들이 대부분이 이 대학 출신이라는 점도 이를 방증한다. 그러나 학생들이 ‘가건’으로 지목하는 교수의 경우, 이 대학 출신이 아니다.
 

한 재학생은 기자에게 “과 동기들은 전부 이 사실을 알고 있고, 에브리타임에 올라온 이상 상당 수 학생들이 봤을 것”이라며 “부끄럽다”고 귀띔했다. 반면, 대학 측은 4일 기준 해당 사실에 대해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대외협력실 관계자는 “(A, B 교수가) 실수를 한 것 같다”면서도 “전후사정 파악 전이라 대책 등에 대한 판단을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학습권 침해에 대해 “판단이 어렵다”면서 “학칙에 따라 해당 교수들의 징계 등 처리 여부를 따져봐야 한다”는 원론적 입장을 전했다.  

angel@kukinews.com
김양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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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양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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