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남지않은 여생인데'...요양병원 보호자들 "면회금지 가혹하다"

'얼마 남지않은 여생인데'...요양병원 보호자들 "면회금지 가혹하다"

이번 설 연휴도 '면회 금지'...부모자식 간 만나지 못하는 고통 호소

기사승인 2021-02-09 03:01:02
지난해 어버이날 요양병원 환자와 가족이 비대면 면회를 하고 있는 모습. 

[쿠키뉴스] 전미옥 기자 ="조금만 참으면 되겠지 했는데 어느덧 1년이 넘어가고 있습니다. 자식들 얼굴 보며 식사만이라도 할 수 있게 해주세요." 


뇌경색 후유증을 앓는 어머니를 경기도 안산의 한 요양병원에 입원시킨 장보배(가명· 30)씨는 설 연휴를 앞두고 마음이 편치 않다. 지난 추석에 이어 이번 설에도 어머니 얼굴을 볼 수 없게 돼서다. 장씨는 "매일 엄마와 통화하고 있는데 '지겹다, 한계가 왔다'는 말씀이 유독 늘었다. 예전에는 휴일마다 운동도 시켜드리고 맛있는 음식도 함께 먹었는데 코로나19로 꿈도 못꾸게 됐다"며 속상한 마음을 전했다. 

민족대명절인 설 연휴를 앞둔 가운데  요양병원과 요양시설 환자와 가족들 사이에서 '잠깐이라도 면회를 허용해달라'는 목소리가 높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사태로 1년 가까이 지속된 면회 금지 조치가 너무나 가혹하다는 것이다. 요양병원 및 요양시설은 감염 고위험시설로 분류돼 지난해 추석에 이어 이번 설 명절에도 면회가 금지된 상황이다.  
 
청외대국민청원게시판에도 부모자식 간 만나지 못하는 고통을 호소하는 이들이 잇따랐다. 얼마 전 요양병원에 모셨던 할아버지의 장례를 치렀다고 밝힌 청원자 A씨는 "병원에서 가족 방문도 제한되어 쓸쓸히 돌아가신걸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다"며 요양병원의 면회 제한 완화를 촉구했다.

A씨는 "코로나로 인해 거의 1년 가까이 가족 방문이 자제된 상황에서 할아버지께서 돌아가셨다. (함께 요양병원에 모신) 할머니는 병원 외로 나가는 것이 금지돼 남편 장례식도 가지 못하셨다"며 "요양병원이 가족의 손을 잡아보지 못하고 죽어가는 감옥이 되면 안 될 것 같다. 어르신들은 언제 돌아 가실지 몰라 최대한 빠른 시일내에 이에 따른 방침이 내려졌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또 다른 청원자 B씨도 "처음에는 조금만 참으면 되겠지 했는데 그게 어느덧 1년이 넘어가고 있다. 백번 양보해도 1년 넘게 부모님을 못보게 하는것은 기본권을 넘어 천륜을 끝는것과 같다"고 지적했다.

B씨는 "무조건 요양병원 면회를 막는것이 능사가 아니다. 환자, 보호자들은 내 부모님을 위해서라면 그누구보다도 정부에서 요구하는 방역수칙을 철저히 지킬 것"이라며 "1분기에 요양병원 환자들에게 코로나 백신을 접종한다고 하니 환자 백신 접종 후 철저한 방역수칙을 준수하는 전제로 전담 보호자 1명을 지정하여 식사시간만이라도 부모님의 간병을 하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가족들의 바람과 달리 이번 설 명절에도 요양병원의 면회금지 조치를 지속될 방침이다. 여전히 요양병원 및 시설의 집단감염 위험이 높은 상황이라는 판단이다. 

중앙사고수습본부는 "설 연휴기간동안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에 따라 (요양병원의) 면회금지 조치를 실시하고 영상통화를 이용한 면회시행을 권고하고 있다"며 거리두기 2.5단계인 수도권 지역은 면회 전면 금지, 수도권 외 지역은 2단계로 비접촉·비대면 면회만 제한적으로 허용했다. 

손덕현 대한요양병원협회장은 "면회금지 조치 장기화로 힘들어 하시는 어르신들과 보호자들이 많아 협회차원에서 정부에 이번 설 연휴만이라도 면회를 풀어달라고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현재 요양병원 현장에서는 비대면 면회 준비에 한창인 상황이다. 수도권 지역에서는 영상통화 시스템을, 비수도권 지역은 비닐 막 등 비접촉 면회 시스템을 준비 중이다.

손 회장은 "비접촉 면회가 가능한 수도권 이외 지역 요양병원에서는 손을 잡아보지는 못하겠지만 비닐, 유리막을 사이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시스템을 준비하고 있다. 선착순으로 면회 신청이 하루만에 마감될 정도로 면회를 갈급해하는 가족들이 많다"며 "다만 비접촉면회는 전체 환자의 일부만 가능하기 때문에 나머지 환자들의 영상 통화를 지원하는 방향으로 최대한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금보다 코로나19 상황이 나아지면 단계적으로 면회가 진행됐으면 하는 기대감을 가지고 있다. 환자와 가족들이 걱정스런 마음을 충분히 이해한다"며 "중수본도 '이번 명절이 마지막(면회금지)'이라고 약속했다. 병원들도 최선을 다해 모시고 있으니 조금만 더 참고 기다려달라"고 피력했다. 

romeok@kukinews.com
전미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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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미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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