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웅·메디톡스 법정공방 속 '주인 없는 공탁금' 누구 손에

대웅·메디톡스 법정공방 속 '주인 없는 공탁금' 누구 손에

기사승인 2021-02-17 09:28:01
사진=메디톡스의 ‘메디톡신’(좌)과 대웅제약의 ‘나보타’(우). 메디톡신·대웅제약 제공

[쿠키뉴스] 한성주 기자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의 법정 공방이 반전을 거듭하면서 공탁금이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 주인이 정해지지 않은 공탁금이 계속해서 불어나고 있다.

최근 2개월간 대웅제약의 보툴리눔톡신 ‘나보타’(미국 제품명 ‘주보’)를 판매하는 미국 파트너사 에볼루스는 제품 1바이알(병)당 441달러(한화 48만원)의 공탁금을 냈다. 지난해 12월 미국국제무역위원회(ITC)가 나보타에 대해 21개월간 미국 수입 금지 명령을 내리면서다. 

ITC의 판결은 미국 대통령의 심사 후 승인을 받아 발효된다. 대통령의 심사 기간에도 판결 대상 제품으로 수익을 창출하려면 기업은 공탁금을 납부해야 한다. 공탁금은 재판의 최종 승소자에게 돌아간다. 즉, 에볼루스가 승소하면 공탁금을 돌려받게 되지만, 패소하면 메디톡스·엘러간(메디톡스의 미국 파트너사)이 수령하게 된다.

공탁금 규모 알 수 없지만… 나보타 美판매 증가세

지금까지 누적된 공탁금의 규모는 정확히 파악되지 않는다. 에볼루스가 공탁금을 낸 지나해 12월16일부터 이달 15일까지 미국 내 나보타 판매량 집계가 공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만, 지난해 3분기 에볼루스의 실적으로 추산하면 공탁금은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당시 에볼루스는 3분기에만 1770만달러(194억6823만원)의 순이익이 발생했으며, 이 가운데 1690만달러(185억8831만원)이 나보타에서 발생했다고 발표했다. 또한 나보타에 대한 시장 수요가 지속되면서 전분기 대비 재주문율도 68%로 증가했다고 덧붙였다. 

법정 공방이 길어질수록 공탁금도 계속 증가한다. 에볼루스가 앞으로도 차질 없이 나보타의 수입·판매를 지속한다는 방침이기 때문이다. 에볼루스는 16일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ITC 판결 진행 상황을 설명하면서 “ITC의 최종 판결이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며 “미국에서 주보의 지속적인 판매 및 마케팅을 위해 당분간 공탁금을 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승패 따라 공탁금 분배·변상 ‘귀추’ 

대웅제약과 메디톡스는 공탁금에 대한 언급을 아끼고 있다. 메디톡스 관계자는 “최종 승소하면 엘러간과 메디톡스가 함께 공탁금을 수령하게 되지만, 양 사의 분배 비율은 공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공탁금 수령이 분기 경영실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묻는 질문에도 답변을 피했다. 다만, 그는 엘러간과 메디톡스가 공탁금을 수령하게 되면, 대웅제약이 에볼루스에게 이를 변상해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공탁금이 불어나는 상황을 막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대웅제약 측 로펌이 공탁금 없이 나보타가 판매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본가처분을 신청한 상태”라며 “정확한 시점은 알 수 없지만, 본가처분이 용인되면 에볼루스는 나보타 판매를 위해 더 이상 공탁금을 낼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대웅제약이 에볼루스의 공탁금을 변상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선을 그었다. 그는 “공탁금은 어디까지나 에볼루스가 제품을 판매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지불한 돈”이라며 “에볼루스가 재판에서 패소해 공탁금을 잃게 되더라도, 이를 대웅제약이 변상해야 할 의무는 없다”고 말했다.

햇수로 5년, 메디톡스·대웅제약 악연

두 회사의 신경전으로 법정공방의 결론은 더 멀어졌다. 15일 메디톡스는 ITC의 나보타 21개월 수입금지 명령을 조 바이든 대통령이 승인함에 따라 이날부터 발효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상황은 하루 만에 역전됐다. 이튿날 대웅제약은 ITC의 수입금지 명령 발효가 집행정지됐으며, 미국 시장에서 나보타가 계속 판매될 수 있다고 밝혔다. 대웅제약이 지난 12일 미국 연방순회항소법원(CAFC)에 신청한 긴급 임시가처분이 용인되면서다.

앞서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은 2013년부터 보툴리눔톡신을 둘러싼 경쟁 구도를 형성했다. 당시 양사는 미국 시장 진출을 목표로 현지 기업과 파트너십을 맺었다. 메디톡스는 엘러간과 ‘이노톡스’의 기술이전 계약, 대웅제약은 에볼루스와 나보타의 현지 판매 계약을 각각 체결했다.

메디톡스는 나보타의 미국 임상시험이 진행 중이던 2017년, 나보타가 메디톡스의 기술을 도용했다며 캘리포니아주 오렌지카운티 지방법원과 서울중앙지법에 각각 민사 소송을 제기했다. 이와 함께 메디톡스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에도 이의신청을 제기했다. 하지만 오렌지카운티 지방법원은 2018년 4월, FDA는 2019년 2월 메디톡스의 주장을 기각했다. 

그러자 2019년 1월 메디톡스는 엘러간과 함께 ITC에 대웅제약과 에볼루스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해 12월 ITC 재판부가 최종 판결을 내렸지만, 대웅제약이 이의 신청과 가처분 신청 등으로 대응하면서 소송은 마무리되지 않고 있다. 아울러 국내 민사 소송도 여전히 진행 중이다.

castleowner@kukinews.com
한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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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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