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최기창 기자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야권 단일화에 대한 관심이 크다. 이 가운데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도시재생 실패 사례로 ‘창신동’을 언급했다. 하지만 이러한 안 후보의 인식은 서울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실제로 창신동은 도시재생을 기반으로 새롭게 태어나고 있는 지역이기 때문이다.
안 후보는 19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대표적으로 실패한 사업은 창신동 도시재생 사업”이라며 창신동은 너무나 낙후하고 노후한 주거지역이어서 재건축이나 재개발이 필요한 곳”이라고 말했다.
또한 “창신동도 마찬가지이지만 서울시내 여러 곳에서 지붕이 무너지는 등 굉장히 안전에 문제가 있다. 불이 나면 소방차가 들어가지도 못하는 곳인데도 그런 곳에 색칠하고 벽화를 그린다”고 했다.
하지만 이러한 안 후보의 주장은 다소 납득하기 힘들다는 비판이다. 그가 서울과 각 지역의 역사, 특징 등을 모르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이날 그가 언급한 ‘창신동’은 다른 지역보다 특수성이 강한 곳이다. 결국 서울에 대한 이해 없이 서울시장에 도전한 것이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된다.
우선 ‘도시재생사업’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것으로 보인다. 그가 언급한 지붕 수리 등은 이 사업의 주 대상이 아니다. 손경주 창신숭인도시재생협동조합 상임이사는 “기본적으로 집수리 지원을 하긴 한다”면서도 “개인주택은 민간의 사유재산이기에 개인이 수리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도시재생사업은 공공의 영역이다. 기반시설 공급을 통해 환경이 좋아지게 하는 것”이라며 “그걸 바탕으로 민간과 함께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소방차가 들어가지도 못하는 곳’이라는 비판에 대해 손 이사는 “서울에는 소방차가 들어갈 수 없는 곳이 많다. 북촌과 서촌에도 그런 골목이 많다. 당연히 창신동에도 있다. 그런 곳은 소화전과 소화기를 배치해서 유사시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동안 이런 시설을 꾸준하게 확충해왔다”고 해명했다.
더불어 “창신동은 벽화를 따로 하지 않았다. 요새는 벽화를 하지 않는다. 낡은 집들 벽면을 칠했을 뿐이다. 도시재생사업 대상지인 83만㎡ 중 통틀어서 두 군데 정도”라며 “벽에 쓴 글씨들은 주민들이 직접 한 것이다. 방송에 나간 뒤 사람들이 자꾸 물어보니까 방송에 나온 곳, 길 안내 등을 위해 주민들이 직접 한 것”이라고 말했다.
안 대표가 실제로 언급한 ‘낡은 집’에 대한 비판도 있었다.
창신2동에 거주하는 한 주민은 “정치인들이 이 지역에 방문해 찾아가는 장소는 외부에서 투기로 사서 고치지 않고 재개발만 기다리는 집”이라며 “재개발을 원하기에 낡은 집을 수리할 이유가 없다. 멀쩡한 집도 많고 새로운 집도 많은데 굳이 그런 곳만 찾아간다”고 비난했다.
과거 사업성 부족으로 창신동 뉴타운 지정이 해제됐음에도 다시 재개발 카드를 꺼낸 것은 기본적으로 서울에 대한 이해도가 낮다는 또 다른 증거라는 해석이다.
손 이사는 “당시 뉴타운 때도 한양도성 때문에 사업성이 낮아서 단순하게 밀면 된다고 생각하면 안 되는 곳”이라며 “문화재 관련 규제는 서울시장이 풀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한 주민 역시 “한양도성으로 인해 고도제한이 있는 곳이어서 재개발 사업성이 떨어진다. 뉴타운 해제될 때 역시 그 부분이 가장 큰 이유였다”고 설명했다.
더 큰 문제는 ‘재개발’ 문제에 너무 집중한 나머지 그 지역을 둘러싼 산업 생태계를 보지 못한다는 데 있다.
우리나라 최대 의류 시장으로 평가받는 동대문시장 등과 가까운 창신동은 패션 산업 생태계의 중심으로 그 부가가치가 매우 크다. 아울러 각 의류 공정이 각 업체의 분업으로 이뤄진다. 소규모 업체들이 몰려있는 이유다. 실제로 창신동에는 가정집으로 보이는 곳에 각종 의류 공정 업체들이 자리를 잡은 경우가 많다.
창신동의 한 주민은 “과거 신당동, 보문동 등 주변 지역에도 봉제 공장들이 있었다. 그런데 그런 곳이 개발된 뒤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의류 관련 인력들이 창신동으로 점점 모였다”고 설명했다.
손 이사는 이 지역이 생산하는 부가가치가 매우 크다고 강조했다. 그에 따르면 동대문도매시장의 매출은 2015년을 기준으로 약 15조원에 달한다. 동대문에서 소화되는 물량의 최소 10%가 창신동에서 이뤄진다는 설명이다.
손 이사는 “이 지역은 공장만 1000개 이상이 넘는다. 거기 종사자들을 우리는 약 5000명으로 계산한다. 15조원 중 1%만 담당한다고 해도 1500억원을 생산하고 있는 지역“이라고 말했다.
또한 이 지역은 도시재생사업 등 인프라 투자를 바탕으로 청년들과 함께 다시 태어나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창신동에는 청년 디자이너와 이 지역의 장인들이 협업해 창업한 모델도 있고 청년 디자이너들이 협업할 수 있는 공간도 존재한다. 특히 ‘창신 아지트’는 밀레니얼 세대가 기존 주민과 협업할 수 있도록 구축한 새로운 플랫폼이다. 당연히 이와 관련한 사회적기업도 있다. 한국의 패션산업이 다소 침체기를 겪고 있지만 기회의 땅으로 재탄생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가 이뤄지고 있는 장소라는 의미다.
결국 창신동의 특성을 바탕으로 한 도시재생산업이 교육과 일자리, 창업 등 서울이 처한 현안 해결을 시도하는 모습이다. 도시재생의 실패가 아닌 오히려 성공사례에 가깝다는 뜻이다.
한 주민은 “도시재생이라는 것은 결코 한꺼번에 좋아지는 것이 아니다. 주민들도 이 부분을 다 알고 있다. 이제야 기반을 닦고 마중물을 붓고 있는 상황에서 갑자기 서울시장 후보가 우리 지역의 재개발을 언급하는 것이 이해하기 어렵다”고 반응했다.
손 이사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는 “단순한 개념으로 접근하면 이 지역이 보유한 진정한 가치에 대해서 잘 모른다”며 “도시재생사업에는 기본적으로 경제 생태계와 삶, 주거 등이 숨어있다. 경제적 이득을 노린 외지 소유주가 아닌 실제 거주하고 생활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었으면 좋겠다”며 일련의 정치인들 방문에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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