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카카오로 안 되는 게 어딨니? [구기자의 쿡IT]

네이버·카카오로 안 되는 게 어딨니? [구기자의 쿡IT]

기사승인 2021-02-21 06:00:02
▲쿠팡과 네이버. / 사진=박태현 기자

[쿠키뉴스] 구현화 기자 = 네이버·카카오의 주가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요즘입니다. 최근에는 쿠팡의 미국 뉴욕증시 상장 이슈에 맞물려 더욱 오르고 있죠. 

쿠팡이 미국 증시에 상장하는데 왜 네이버·카카오 주가가 오르냐고요?

미국에서 쿠팡의 기업가치가 최대 55조원 정도 인정받을 수 있다는 전망 때문이죠. 사실상 쿠팡의 경쟁자로서 이커머스 사업을 운영하는 네이버와 카카오도 그만큼의 높은 가치를 평가받을 수 있다는 기대에서 주가가 올랐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럴 만도 한 게, 네이버와 카카오는 더이상 포털이나 메신저 광고로만 먹고 사는 기업이 아닙니다. 엄청난 가입자를 바탕으로 한 대한민국의 손꼽히는 이커머스 기업이자, 웹툰이나 웹소설로 대표되는 콘텐츠 기업이기도 합니다. CMA통장을 개설할 수 있고, 대출도 해주는 금융·증권업에 진출해 있기도 합니다. 

특히 이커머스 분야는 눈부시게 성장했습니다. 이베스트투자증권은 지난해 이커머스 분야 거래액을 네이버 27조원, 쿠팡 22조원, 카카오 9조원으로 추정했습니다. 수익성 측면에서는 카카오가 25%로 가장 높았고, 네이버 16%, 쿠팡이 -4%를 기록했습니다.

네이버 스마트스토어가 쿠팡보다 거래액이 많다는 사실은 국내 대표 포털이 사실 국내 대표 이커머스 기업으로 발돋움했다는 걸 보여주는 가장 의미 있는 척도입니다. 카카오의 선물하기 서비스는 별도의 광고비나 물류비가 들지 않아 수익성이 높은 편이죠. 이들은 중소사업자에게 '라이브방송'까지 허락하며 더욱 참신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자체 내에 숍을 개설한 소상공인과의 협업은 물론 오프라인 상점과의 연결도 차근차근 늘려가고 있습니다. '장보기', '주문하기', '예약하기' 서비스가 점차 커지고 있죠. 오프라인과 연계해 쓸 수 있는 '페이' 서비스도 사용처가 많아지고 있습니다.

쿠팡의 경쟁 상대가 더 이상 오프라인 중심의 롯데나 신세계가 아니라 네이버, 카카오가 되는 게 당연해졌죠. 네이버가 '네이버멤버십'을 만들고, 카카오가 톡서랍이나 이모티콘플러스 등  월정액 멤버십을 강화하려는 노력은 자체 생태계로 충분히 생존가능하다는 자신감의 표현입니다.

네이버의 전자출입명부. /제공=네이버 

그뿐인줄 아십니까. 네이버와 카카오는 IT 서비스 기업이기도 합니다. 모두 음성인식 서비스는 물론, 전국민이 쓰는 지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죠. 공인인증서 대신 공공기관이나 민간에서 이용할 수 있는 인증서 서비스도 제공합니다.

카카오로는 택시 서비스를 이용할 수도 있고, 음악을 들을 수도 있습니다. 네이버 부동산으로는 부동산 시세를 잘 확인하고, 중고차 시세를 검색할 수 있기도 합니다. 심지어 법률전문가나 세무전문가의 조언을 들을 수도 있고, 유명 가수의 오디오북을 들을 수도 있습니다. 이 서비스들은 당장 수익성이 높은 사업은 아니지만, 앞으로 잠재력이 큰 시장이기도 합니다. 

이렇게 우리 생활의 거의 대부분을 네이버와 카카오에서 하고 있다고 봐야겠죠. 네이버에서 검색하고, 카카오 메신저에서 친구들과 소통하는 방식으로 우리는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렇게 사는 것이 편리하니, 이곳에서 계좌를 개설하고 다른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이 당연해지는 거죠. 여러 개 중의 '선택'이 아니라 바로 그 것이어야 하는 '필수'가 된 순간, 기업의 가치는 빛나게 마련입니다. 특히 경쟁자가 따로 없다면, 더욱 그러하죠. 네이버와 카카오가 '대체불가능'이 된 것입니다. 

문제는 모든 것이 네이버나 카카오로 귀결된다는 점입니다.  최근 어떤 업계의 지인분을 만났다가 "이 분야까지 네이버나 카카오가 들어오면 어쩌지"라고 걱정에 찬 소리를 들었습니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보험업계도, 자동차 중고시장도, 부동산도 너무나 손쉽게 진출했습니다. 규제에 막혀 다른 기업들이 쉽게 넘볼 수 없었던 이종 간의 융합이 네이버·카카오에겐 상대적으로 더 쉬웠습니다. 고객들이 이를 원하기 때문이고, 자체 플랫폼이 기존의 업체보다 더 혁신적이라는 이유에서입니다. 결국 남은 것은 그들의 승리죠. 어떤 서비스가 네이버나 카카오 메뉴에 편입된 순간 시장 재편이 이뤄지는 경우는 흔합니다. 

카카오 지갑을 사용하고 있는 모습. /제공=카카오

최근 금융업계가 네이버와 카카오를 바짝 견제하는 건, 단순히 '밥그릇 지키기'만은 아니라고 보여집니다. 대부분의 서비스가 네이버와 카카오로 재편될 가능성에 대해 두려워하는 것입니다. 네이버와 카카오가 새로운 기준(뉴 노멀)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겁니다.

과거 재벌들이 '그들만의 리그'를 형성하며 한국경제를 리딩했다면, 이제는 이들 인터넷 기업들도 그에 못지 않은 덩치를 자랑하고 있습니다. 네이버와 카카오가 새로운 더 많은 분야에 뛰어들고 막강한 시장지배력을 갖게 되는 만큼 더 많은 책임감을 가져야 할 필요가 있는 것 같습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지배구조 개선 등 투명경영(ESG 경영)이 어느 때보다 주목받고 절실해진 지금입니다.

최근 김범수 카카오 의장이 재산의 절반 기부를 약속한 것도 기업가의 사회적 책임을 의식한 행보로 보여집니다. 네이버도 간접적인 정부의 '데이터댐' 정책에 적극 동참해 소상공인 사업자(SME)에게 도움이 되는 자체 데이터를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SME의 현금융통을 돕기 위해 판매대금 90%를 보다 빠르게 정산해주기로 했고요. 양사는 앞으로 미래 사회의 인공지능 윤리(AI)에도 힘쓰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앞으로 네이버와 카카오가 보이는 사회적 행보에 더 주목해야 할 것입니다. 

네이버와 카카오 로고. /사진=각사

kuh@kukinews.com
구현화 기자
kuh@kukinews.com
구현화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