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구현화 기자 = SK텔레콤이 통신결합상품을 판매하는 과정에서 자회사 SK브로드밴드를 부당 지원한 행위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가 시정명령과 총 63억96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SK텔레콤이 2016~2019년 결합판매 과정에서 SK브로드밴드가 SK텔레콤 대리점에 지급해야 하는 IPTV 판매수수료 일부를 지원했다고 봤다.
그러나 SK텔레콤과 SK브로드밴드는 공정위에 판단에 대해 억울하는 입장이다. 당장 SK텔레콤은 공정위에 대한 행정 소송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대체 왜 그럴까.
왜 통신3사 중 SK브로드밴드만 문제됐을까?
KT 및 LG유플러스와 비교하면, SK텔레콤은 미디어(IPTV) 분야 구조가 조금 다르다. KT와 LG유플러스는 회사 내부에 IPTV 사업부를 갖고 있는 반면, SK텔레콤은 통신 사업만 하고 IPTV사업을 자회사인 SK브로드밴드에서 하는 구조다.
통신결합은 통신과 IPTV, 인터넷을 모두 함께 묶어 판매하며 일부 금액할인을 해주는 상품이다. KT와 LG유플러스의 경우 자체 내에 통신, IPTV, 인터넷 사업을 모두 가지고 있지만 SK텔레콤은 IPTV사업을 SK브로드밴드가 영위한다.
이에 따라 SK텔레콤 대리점에서 SK브로드밴드와의 통신결합 상품을 팔면 SK텔레콤과 SK브로드밴드가 나누어서 판매수수료를 지급해야 한다.
공정위는 시장경쟁에서 유리한 고지에 서기 위해 SK텔레콤이 SK브로드밴드의 몫인 판매수수료를 대신 부담했다고 봤다. 이번 공정위 판결에는 SK텔레콤과 SK브로드밴드간의 독특한 구조를 이해해야 한다.
SK텔레콤은 통신과 미디어의 결합판매가 일상화가 된 시점에서 SK텔레콤과 SK브로드밴드의 사업이 완전히 별개일 수 없고, 서로 의존적인 성격을 띤다고 보고 있다.
SK텔레콤은 왜 SK브로드밴드의 수수료를 보전해 줬을까?
양사는 SK텔레콤 대리점에서 결합상품을 판매할 때마다 일정 비율의 판매수수료를 지급해야 한다. SK브로드밴드는 IPTV 판매 건당 9만원을 대리점에 지급했다.
문제는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대리점에 지급하는 판매수수료가 늘었을 때다. 공정위에 따르면 보조금이 늘어났다면 통신사와 IPTV사가 같은 비율로 더 많은 보조금을 지급해야 하는데, 판매수수료가 늘더라도 SK브로드밴드는 9만원만 지급하고, SK텔레콤은 나머지 금액만을 지급했다.
예컨대 판매수수료가 50만원에서 70만원으로 증가해도 SK브로드밴드는 9만원만 내고 나머지는 SK텔레콤이 모두 부담했다는 것이다. SK브로드밴드의 재무적 부담을 덜어주기 위함이다.
그러나 이 부분에서 SK텔레콤과 브로드밴드는 공정위와 의견을 달리한다. 보조금 대란이 일어났을 때 통신사 장려금이 증가하는 것인데, 통신사 장려금이 증가한 것은 IPTV에 대한 경쟁이 아니라 통신 경쟁이라는 점에서다.
특히 장려금이 증가한 만큼 IPTV에도 같은 수준의 장려금을 지원해야 한다는 원칙은 없다고 강조했다. 또 사후정산 방식으로 실제로 비용분담이 이뤄졌다고도 했다. 공정위는 이 안건을 안건상정했을 때 뒤늦게 사후정산을 진행했다는 입장이다.
SK텔레콤은 결합지원을 통해 실제로 이득을 봤을까?
SK텔레콤은 결합의 목적이 공정위가 말한 대로 SK브로드밴드를 밀어주기 위함이 아니라, 통신시장에서의 자사 점유율을 지키기 위한 의도일 뿐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공정위 측은 일부러 SK브로드밴드를 밀어주기 위해 공정한 거래질서를 무시한 것으로 보고 있다. 즉 양측이 보는 '의도'가 다르다.
SK텔레콤은 결합지원을 통해 실제로 이득을 보려면 2위인 SK브로드밴드의 순위가 바뀌는 등 공정경쟁을 저해하는 행위가 있었어야 한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공정위 말대로라면 지원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SK브로드밴드의 순위는 2위로 그대로다. 즉 시장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결과가 없다는 것이다.
SK텔레콤은 케이블TV가입자가 줄어들고 IPTV로 갈아타는 가입자가 늘어나는 추세를 이해해야 한다고 봤다. 가입자 수로만 보면 오히려 LG유플러스 측 가입자 증가율이 SK브로드밴드보다 높아졌다는 것이다.
공정위는 SK텔레콤의 지원으로 SK브로드밴드의 2위 사업자로서의 지위를 유지 및 강화했다고 보고 있다. 특히 SK텔레콤 대리점에서의 IPTV 판매량이 2019년 SK브로드밴드 전체 IPTV 판매량의 약 49%에 달했다고 봤다.
과징금 산출 방식은 공정할까?
공정위는 외부에서 확인이 어려운 계열사 간 공통비 분담에 대해 서비스별 기대수익(ARPU)에 따른 비용배분 방식으로 과징금을 산정했다. ARPU란 한 명의 가입자로부터 발생할 수 있는 기대수익이다. 이를 기준으로 한 것은 2016년 SK텔레콤과 SK브로드밴드도 결합상품 판매 시 각 상품의 기대매출 비중을 기준으로 비용을 분담하기로 했다는 점에서다.
공정위에 따르면 이동통신과 초고속인터넷, IPTV 판매에 지급한 판매수수료가 50만원이며 정액으로 지급해온 금액이 9만원, 세 상품의 ARPU 비율이 각각 5:3:3일 경우 실제로 부담해야 할 금액을 산정해 지표로 삼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SK텔레콤은 ARPU방식은 통신업계에서 널리 쓰이는 산식이 아니라고 보고 있다. 이 방식은 IPTV 매출만이 아니라 광고나 홈쇼핑 매출까지 모두 들어 있다는 점에서다.
전기통신사업자 회계 기준으로는 판촉비 배분 기준에서 요금 수익을 뺀 것을 통상 수수료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이다. 공정위가 포함시킨 홈쇼핑 송출수수료 및 광고매출을 제외하면 SK브로드밴드가 부담한 수수료는 과도하게 낮은 수준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오히려 요금수익 기준으로 ARPU를 산정하면 SK브로드밴드가 오히려 정상가보다 더 많은 수수료를 지급한 셈이 된다.
공정위는 외부에서 확인이 어려운 계열사 간 공통비 분담에 대해 서비스별 기대수익(ARPU)에 따른 비용배분 방식을 통해 정상가를 산정, 계열사 간 자금지원의 부당성을 밝혔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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