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인세현 기자=“처음엔 서단아를 연기하기가 조금 겁이 나기도 했어요. 초반엔 무례해 보일 수도 있는 지점이 있는 인물이라서요. 하지만 단아는 정의롭고 저신 만의 사상이나 이념이 있는 친구이기도 해요. 그런 참신함이 마음에 들었고, 박시현 작가님께서 끝까지 캐릭터의 성장을 잘 보여줄 수 있으리란 믿음이 있었어요. 대본을 읽고 나선 당당하게 연기할 수 있었죠.” 최근 화상으로 만난 배우 최수영은 서단아를 처음 만났던 순간을 이렇게 회상했다. 서단아는 얼마 전 종영한 JTBC 드라마 ‘런 온’서 최수영이 맡은 역할이다. 재벌 3세이자 스포츠 에이전시 대표인 그는 가지고 싶은 것은 자신의 능력으로 반드시 손에 넣고야 마는 인물. 최수영은 언제나 당당하면서도 날이 선 서단아를 매력적으로 그려내며 시청자의 호평을 이끄는 것에 성공했다.
‘런 온’은 2~3%(닐슨코리아 기준)대 시청률을 유지했으나, 젊은 시청자에게 특히 사랑받았다. 여러 분야에서 각자의 방법으로 치열하게 사는 청춘을 현실적으로 담아낸 덕분이다. 로맨스 또한 마찬가지였다. 각자의 언어를 쓰는 인물들이 우연히 만나, 소통하려 애쓰는 과정을 이 시대에 어울리는 문법으로 표현했다. 극 중 서단아와 이영화(강태오)의 만남도 평범한 듯 평범하지 않았다. 기존 로맨스 드라마의 클리셰를 완전히 비튼 인물 설정을 바탕으로 둔 덕분이다.
“드라마가 드라마의 남녀 역할 구도, 클리셰를 뒤바꿨다는 평도 많았어요. 그런데 사실 연기하면서는 그런 부분을 느끼지는 못했어요. 서단아라서 할 수 있을 법한 말과 행동이라고 생각하며 연기했죠. 다만 저는 서단아가 거침없이 강자에게 강하고 약자에게 약한 인물이라는 설정이 굉장히 새롭게 느껴졌어요. 심지가 굳은 친구랄까요. 저에게는 굉장히 매력적이었죠.(웃음)”
현실적인 질감이 중요한 작품인 만큼, 재벌 캐릭터인 서단아 또한 어딘가에 있을 법한 인물로 만들어내고자 했다. 패션 업계에 몸담고 있는 캐릭터임을 고려해 개성 있는 의상을 갖춰 입었다. 세련된 옷차림을 완성한 운동화는 박시현 작가가 준비한 설정이었지만, 단아가 늘 손에 들고 다니던 텀블러는 수영의 아이디어였다. 안하무인의 재벌 ‘상속녀’ 캐릭터를 벗어나 환경 문제 등 다양한 사회적 문제와 주제에 관심이 있고 운동에 동참하는 이 시대의 젊은이 느낌을 주고 싶었다는 설명이다. 캐릭터의 성격과 능력을 제대로 보여주기 위해 소녀시대 티파니의 도움을 받기도 했다.
“이재훈 PD님이 캐릭터의 해석이나 연기 조언을 정확하게 해주셨어요. 그 외 캐릭터를 살리기 위해서 했던 건 관찰이에요. 주변을 관찰하면서 표현이나 연기의 아이디어를 얻어요. 이번엔 티파니에게 영어 대사를 만들어 달라고 부탁하기도 했어요. 그렇게 하면 대사를 단순히 영어로 번역해서 말하는 것보다 훨씬 단아의 캐릭터를 잘 나타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티파니가 영어권 네이티브이고 연기 공부도 오래 했거든요. 대본과 앞뒤 상황을 이야기해주니, 영어 대사가 술술 나오더라고요.(웃음) 영어 쓰는 장면에 ‘엣지’를 만들어 줬죠.”
최수영이 티파니와 함께 ‘런 온’의 대본을 보며 생각한 것은 영어 대사뿐만이 아니다. 작품이 청춘물로서도 큰 공감대를 형성했다는 말에 수영은 다시 한번 티파티와 ‘런 온’의 대사들을 보던 순간을 떠올렸다. “꼭 우리 같지 않아?” 두 사람은 ‘런 온’ 속 단아를 보며 같은 생각을 했다. 자신의 것을 지키기 위해 늘 날이 서 있는 단아의 모습이 과거 바쁘게 활동하던 자신들과 겹쳐 보였다는 고백이다. 수영은 연기자인 동시에 팬으로서 ‘런 온’이 주는 메시지에 공감하고 앞으로 나아갈 힘을 얻었다.
“소녀시대 활동 때 워낙 많은 사랑을 받아서 대중의 반응에 일희일비하진 않아요. 그런데 많은 분들이 ‘런 온’이 제 연기 인생에 반환점이 된 것 같다고 말씀하시니 이제야 조금 다른 느낌이 들어요. ‘런 온’은 제가 연기를 하면서 회의감을 느끼던 시기에 만난 작품이에요. 일로 만난 사람들에게 때때로 제 행동이 의도와 다르게 해석되는 것을 보고 제 자신을 지킨답시고 마음의 문을 닫기도 하고… 그랬던 시기가 있었거든요. 그런데 이 작품이 저에게 말해줬어요. ‘네가 믿어주면 해내는 사람이 내가 되어 볼게’ 극 중 기선겸(임시완)의 대사인데, ‘런 온’이 제게 준 메시지이기도 해요. 온전히 저를 믿고 맡겨줬을 때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 보여준 작품이기도 하고요. 앞으로 다른 작품에 임하면서도 이 감동을 떠올릴 것 같아요. 인간 최수영에게 위로가 된 작품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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