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은 25일 서울 종로 헌법재판소(헌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무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공무원노조법)에 대한 헌법소원심판 청구서를 제출했다.
한국노총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공무원노조법이 천부인권인 노동3권과 평등권을 침해하고 있는지, 헌법을 위반하고 있는지 엄정히 묻겠다”며 “헌재의 냉철한 판단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국노총은 공무원노조법이 공무원의 노동기본권과 평등권을 침해한다고 설명했다. 공무원노조법에서 문제제기한 부분은 크게 노조 전임자의 급여 지급 금지 조항(제7조 3항)과 공무원노조·조합원의 쟁의행위 금지(공무원노조법 제11조, 제18조) 조항이다.
노조 전임자의 급여 지급 금지 조항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에도 담겨있던 내용이다. 노동기본권 침해라는 지적이 꾸준히 일었다. 지난해 해당 조항을 삭제한 노조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그러나 공무원노조법과 교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교원노조법)에는 해당 조항이 여전히 남았다. 한국노총은 “노조 전임자에게 급여를 지급하더라도 노조의 자주성이 확보되지 않는다고 볼 근거가 없다”며 “노조 활동 위축으로 입게 되는 불이익이 심대하다”고 설명했다.
공무원노조법에서는 공무원노조, 조합원의 파업과 태업, 업무의 정상적 운영을 방해하는 어떠한 행위도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를 어길 시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헌법소원심판 청구 개요서에는 “헌법에 의거하면 공무원의 노동3권은 필요한 한도 내에서 제한할 수 있을 뿐이다. 노동3권의 제한은 근로자의 ‘신분’을 기준으로 할 것이 아니라 종사하는 ‘직무의 성격’에 따라 최소한도로 이뤄져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다만 헌재는 지난 2008년 공무원의 쟁의행위 제한에 대해 합헌이라고 판단했다. 쟁의를 통해 집단의 이익을 대변하는 것은 공무원의 지위와 특성에 반하고 국민 전체의 이익 추구에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취지에서다.
해외 사례는 어떨까. 영국과 프랑스, 이탈리아, 스웨덴 등에서는 공무원의 단체행동권을 인정한다. 이중 일부 국가에서는 경찰과 소방 등 필수 공익 직종에 대한 단체행동권을 보장하지 않는다. 독일과 일본은 공무원의 단체행동권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공무원노조법은 지난 2004년 국회를 통과, 2006년부터 본격 시행됐다. 이전까지 공무원의 노동기본권은 법적으로 제한돼왔다. 90년대 후반부터 공무원 노조 설립을 위한 운동이 시작됐다. 공무원들의 농성과 지도부 구속, 징계, 해고 등이 반복된 끝에 공무원노조법이 마련됐다. 그러나 단체행동권과 가입대상에 대한 제한 등으로 인해 ‘노동3권’이 아닌 ‘노동 1.5권’만 보장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향후 공무원노조법에 대한 추가적인 헌법소원도 예고됐다. 문성덕 한국노총 법률원 대표 변호사는 “조직범위 강제와 정치기본권 제한 등 여러 가지 문제 조항이 많다”며 “향후 논의를 통해 순차적으로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거나 개별 사건 등에서 위헌법률심판 제청 등을 고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공무원의 쟁의행위 제한을 합헌이라고 판단한 것과 관련해서는 “헌재에서 합헌 결정이 나온 지 10년이 지났다. 시간이 지났으니 달라질 수 있는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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