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도 짐 쌌다”…뒤숭숭한 ‘롯데ON’, 혁신 가능할까

“대표도 짐 쌌다”…뒤숭숭한 ‘롯데ON’, 혁신 가능할까

기사승인 2021-03-04 04:00:03
지난해 4월 롯데온 출범 기자간담회 당시 조영제 대표 / 사진=쿠키뉴스 
[쿠키뉴스] 한전진 기자 = 롯데그룹의 통합 온라인몰 ‘롯데온’이 좀처럼 맥을 못 추고 있다. 서비스 출범 1년도 지나지 않아 수장이 물러나는 등 뒤숭숭한 분위기가 여전하다. 롯데그룹은 외부 전문가를 영입해 혁신에 나서겠다고 했지만, 좀 더 근본적인 쇄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조영제 롯데쇼핑 e커머스 사업부장(대표)는 최근 '롯데온' 사업 부진에 책임을 지고 자리를 떠났다. 롯데그룹은 조 대표가 건강상의 이유와 함께 사업 부진에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했다고 했지만, 업계에서는 사실상 경질로 받아들이고 있다. 

롯데온은 롯데그룹의 7개 온라인몰 (롯데백화점, 롯데마트, 롯데슈퍼, 롭스, 롯데홈쇼핑, 롯데하이마트)을 하나로 통합한 것이다. 지난해 4월 서비스를 개시했다. 유통 공룡 롯데의 통합 온라인몰인 만큼, 업계는 신세계의 온라인몰 ‘쓱닷컴’과 같은 파장을 예상했다.

당시 롯데온은 고객 데이터에 기반한 개인 맞춤형 서비스를 내세우며 흥행을 자신했다. 조 대표가 직접 기자간담회에 나와 “롯데온의 궁극적 목표는 ‘검색창 없는 온라인 쇼핑 플랫폼’”이라며 개개인 고객에게 고도의 상품 추천 서비스를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롯데그룹은 이커머스 사업에 3조원의 투자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롯데온은 신동빈 회장이 진두지휘한 ‘디지털 퍼스트’ 전략의 첫 시험대였다.

막상 서비스 시작 이후 시장의 평가는 냉혹했다. 첫날부터 ‘접속불가’로 곤혹을 치렀고, 데이터 통합 역시 매끄럽게 진행되지 않았다. 가격 오류, 환불, 교환, 고객 응대 등 시스템이 타 쇼핑몰에 비해 제대로 운영되지 않는다는 소비자 불만도 많았다. 

개인 맞춤형 서비스를 내세웠지만, 오히려 인터페이스가 불편하고 검색이 제대로 안 된다는 지적이 빗발쳤다. 로켓배송과 쓱배송 등 차별화할만한 배송 서비스가 없다는 점도 약점으로 평가됐다. 통합몰 출범에도 계열사 간 기존 온라인몰은 계속 따로 운영되며 기대한 시너지 효과도 미미했다. 

롯데온은 쇼핑몰의 넷플릭스를 꿈꿨다. / 사진=롯데쇼핑

특히 지난해 코로나19로 온라인 유통시장이 급성장했지만 롯데온은 존재감을 전혀 보이지 못하면서 롯데그룹 내부의 위기감은 더 커졌다. 실제로 롯데온의 맞수로 여겨지는 쓱닷컴은 지난해 총거래액을 37% 늘리고 적자 폭도 줄여나가며 성장 중이다.

롯데는 외부 전문가를 영입해 롯데온의 쇄신을 꾀한다는 계획이다. 조 대표는 30년간 그룹에 몸 담았던 롯데맨이다. 순혈주의의 한계를 인정하고 외부 수혈에 나선 것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보수적으로 알려진 롯데가 외부인 책임자를 들인다는 것 자체가 파격이라는 반응도 나온다. 

다만 수장의 교체만으론 롯데온의 혁신을 이끌긴 어려울 것이라는 냉소적 시각도 존재한다. 롯데온 참패의 원인은 오프라인 유통 중심의 보수적 조직문화와 복잡한 의사결정 구조인데, 본질을 놓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온라인 사업은 IT인력 수급이 성공의 관건인데, 개발자와 엔지니어 사이에서 아직까지 롯데는 ‘올드’한 이미지가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롯데가 전통적인 오프라인 유통 노하우로 큰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 것도 맞지만, 한편으론 아직까지 과거에 머물고 있다는 느낌을 지우지 못하고 있다”라고 평했다. 

계열사 간 보이지 않는 저항도 걸림돌도 평가된다. 그룹 안팎에서는 치밀하지 못한 통합으로 시너지보다 기존 개별 온라인몰의 정체성만 사라졌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롯데온의 유통 채널이 7개인데, 상품의 코드를 하나로 통합하는 것만으로도 수개월이 걸렸을 것”이라며 “기술적으로 시간이 더 필요한 일인데, 수장이 바뀐다고 해도 롯데온의 이같은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평했다. 


ist1076@kukinews.com

한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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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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