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슬기로운 회피생활: 예탁결제원 편 feat 옵티머스

[기자수첩] 슬기로운 회피생활: 예탁결제원 편 feat 옵티머스

슬기로운 회피생활: 예탁결제원 편 feat 옵티머스

기사승인 2021-03-05 06:15:02

[쿠키뉴스] 지영의 기자 = 회복(回復)은 원래의 상태를 온전히 되찾음을 의미한다. 노년을 버틸 자금을 잃어버린 옵티머스 피해자들이 절실히 원하는 것이다. 그러나 옵티머스 사태에서 온전한 피해 회복은 불가능하다. 그동안 피해자들이 잃은 것이 투자금만이 아니어서다. 고령의 피해자들은 검찰청에서 금융감독원, 판매사 앞을 전전하며 시간과 웃음, 건강을 잃었다. 이런 것은, 그 누구도 온전히 회복 시켜 줄 수가 없다.

온전한 회복이 불가능하다면, 최선이라도 있어야 한다. 사기극에 관련된 이들이 최선의 사과와 배상을 하는 것이다. 어느 곳도 빠짐없이.

예탁결제원을 제외한 모두가 옵티머스 사태에 책임지는 수순을 밟고 있다. 4일 금융감독원에서 옵티머스 사태 관련 2차 제재심이 열렸다. 1차 때와 마찬가지로 예탁결제원은 빠진 채다. 옵티머스 펀드 사태에 개입된 곳 중 판매사인 NH투자증권과 수탁사 하나은행만 대상이 됐다. 금융위원회가 직접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유권해석을 내놓은 이후, 예탁결제원에 대한 제재 여부는 불투명해졌다. 업계에서는 금융위원회 고위직을 두루 거친 이명호 사장 덕에 예탁결제원이 방패막을 얻었다는 비판이 쏟아진다.

금감원의 판단은 다르다. 금감원은 예탁결제원이 간단한 확인 절차만 거쳤더라도 사기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고 보고 있다. 펀드 관리 감독을 소홀히 했다고 봐 중징계에 해당하는 기관 경고를 사전 통보한 이유다. 다만 상급기관인 금융위가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면서 제재 절차를 강제 유보한 상태다. 금감원은 관련 사안을 들여다보고 있는 감사원의 판단을 따르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다른 기관이 몇 번이고 피해자들에게 사죄할 때, 예탁결제원은 책임 회피에 급급했다. 논란이 한창이던 시기 이명호 사장은 ‘무인 보관함에 폭발물이 보관돼있다고 보관함 업체에게 감시 책임을 묻느냐’는 논리로 빈축을 샀다. 이런 식의 비유는 국감에서 무책임하다는 국회의원들의 거센 질타가 이어지고 나서야 수그러들었다.

예탁결제원의 변명인즉, 사기 업체가 시키는 대로 했을 뿐 아무것도 몰랐다는 이야기다. 주식 양도세, 사모펀드, 공매도 시스템 등 중요 사안마다 역할을 맡겠다고 나서는 금융공공기관이 수행했던 업무상 문제에 대해 내놓았다고 보기에는 초라한 변명이다. 매사 이런 식이라면 예탁결제원은 향후 아무런 중요한 역할을 맡아선 안 된다. 어떤 사고가 터지든 늘 아무것도 모를 것이 아닌가.

기자와 만난 한 고령의 옵티머스 펀드 피해자는 “잘못한 부분이 있으면 책임을 져야 하는데, 예탁결제원만 빠지는 것은 말도 안 된다. 왜 그렇게 봐주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NH투자증권과 예탁결제원, 하나은행 모두 공동책임을 지고 피해자들에게 배상하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옵티머스 피해자들이 감사원과 금감원의 결정만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ysyu1015@kukinews.com
지영의 기자
ysyu1015@kukinews.com
지영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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