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최은희 인턴기자 =“한국 포스터는 신체 라인 강조에, 허리 둘레와 얼굴 크기까지 줄였네요.”
원작과 달리 여성의 몸매를 왜곡한 한국의 영화 포스터 보정이 논란이다. 여전히 한국 내 ‘외모 강박’이 만연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4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영화 포스터 몸매 보정 비교’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작성자는 국가별로 영화 포스터 속 여자 주인공의 신체 보정을 비교한 사진을 게재했다. 미국 원작 포스터와 달리 한국 포스터에는 여자 주인공 신체에 보정이 들어갔다. 허리부터 엉덩이까지 굴곡이 강조됐다. 얼굴 크기도 줄어들었다.
또 다른 영화 포스터도 마찬가지다. 여자 주인공의 팔근육이 지워졌다. 팔에 있는 주근깨도 말끔히 보정됐다. 여성은 근육 없이 날씬해야 하고 피부가 깨끗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해당 사례들은 ‘규격화된 미’에 대한 집착을 보여준다. 지난해 7월 한국 여성정책연구원이 조사한 보고서 내용에 따르면, ‘우리 사회에는 바람직한 외모에 대한 일정한 기준이 있다’라는 문항에 남성 64.4%, 여성 80.7%가 동의했다. ‘내 외모가 남들에게 어떻게 보이는지 신경을 쓰는 편이다’는 문항에는 남성 55.7%, 여성 75.7%가 동의했다.
성별에 따른 외모 고정관념도 나타났다. 같은 보고서 설문조사 내용에 따르면, 남녀 모두 어깨가 넓거나 근육이 있고, 사각 턱 얼굴, 짧은 목, 피부가 거친 여성은 ‘여성답지 않다’고 인식했다. 남성의 경우 근육이 없는 마른 체형이거나 키가 작으면 ‘남자답지 않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미디어가 사회에 만연한 외모 지상주의를 부추긴다는 점이다. 대학생 A씨(25·여)가 그런 경우다. 고등학생 때부터 식이장애를 겪어왔다. 마른 몸매를 위해 지나친 다이어트를 하면서다. 그러다 폭식을 하게 되면 자책하며 굶기를 반복했다. A씨는 “아이돌 외모를 보면 나에 대한 자괴감이 든다. 아이돌처럼 날씬해지는 게 소원”이라며 “중요한 자리가 있을 때마다 살을 빼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린다”고 토로했다.
오래전부터 외모 지상주의는 한국 사회의 문제였다. 외모 지상주의란 외모가 개인 간 우열이나 사회생활의 성패를 가르는 기준이라고 믿는 것을 의미한다. 외모가 연애, 결혼과 취업, 승진 등 인생 전반을 좌우한다고 보는 것이다.
지난 2019년 취업포털 사이트 ‘잡코리아’가 직장인 2361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직장인 89%가 ‘외모도 경쟁력’이라고 응답했다. ‘외모로 인해 혜택을 받거나 피해를 경험한 적이 있는가’에는 55.8%의 직장인이 ‘있다’라고 답했다.
전문가는 외모에 대한 획일화된 기준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동식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는 사회적 분위기, 일상화된 외모 품평이 외모 지상주의를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연구위원은 “특히 미디어에 노출된 신체 이미지가 외모에 대한 ‘프레임’을 만드는 데 일조하고 있다”며 “게임, 영화 등 미디어에서 신체를 지나치게 성적 대상화하는 것을 지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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