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조현지 기자 =한국토지주택공사(LH) 투기사태에 대한 분노가 문재인 정부 전반으로 퍼졌다. 25번째 대책에도 잡히지 못한 부동산에 더해 투기사태가 벌어지면서 정부에 대한 비판이 날로 거세지고 있다. 이에 더해 여권의 대선주자도 현 사태와 맞물리게 되면서 크게 흔들리고 있다.
지난 2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민생경제위원회와 참여연대는 LH 직원들이 지난 24일 발표된 광명·시흥 신도시 지구 내 약 7000평의 토지를 사전에 매입한 의혹을 폭로했다. 이에 정부는 합동조사단을 구성해 국토교통부와 LH 임직원 등 총 1만4000여 명을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벌였고 총 20명의 투기 의심 사례를 밝혔다.
이에 국민의 분노는 들끓었다. 기존 자체조사에서 밝혀진 13명 외에 추가로 밝혀진 투기 의심 직원은 단 7명뿐이었다. 이를 놓고 국민의힘 김은혜 대변인은 “이러려고 생방송 끊고 압수수색 쇼를 했는지. 고작 투기꾼 7명 더 잡아내자고 패가망신 거론하며 법석을 떨었나”라고 비판했다. 의혹을 최초제기한 민변은 “아주 기본적인 사실관계를 정리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이 가운데 여권 인사들의 투기 정황도 발견됐다. 더불어민주당 양이원영 의원의 모친이 광명 신도시 인근 토지를 매입한 데 이어 김경만 의원의 배우자가 경기 시흥 땅 일대를 ‘지분 쪼개기’ 방식으로 매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양향자 의원은 화성 그린벨트 임야를 보유해 논란이 일었고 서영석·김주영 의원도 3기 신도시 인근 땅을 소유한 것으로 드러나 투기 의혹이 제기됐다.
연이은 ‘투기 폭탄’에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도 흔들렸다. 한국갤럽이 3월 9일부터 11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3명에 문 대통령의 직무수행에 대해 물어본 결과, ‘잘하고 있다’는 긍정평가는 전주보다 2%p 내린 38%를 기록했다. ‘잘못하고 있다’는 부정평가는 전주 대비 3%p 오른 54%로 긍·부정 평가 간 격차가 16%p로 벌어졌다.
부정평가 이유로는 ‘부동산 정책’이 1위를 차지했다. ‘부동산 정책’을 꼽은 비율은 전주보다 12%p 늘어난 31%로 나타났다. LH 직원들의 땅 투기 의혹도 문 대통령의 직무수행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LH 땅 투기(3%)’도 부정평가 이유로 새롭게 등장했다. 보다 자세한 여론조사 결과는 한국갤럽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반문(문재인)에 대한 여론이 강한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문 대통령은 집권 초기 ‘부동산은 자신있다’고 밝혔다. 그런데 집값은 폭등했다. 여기에 더해 투기 사태까지 벌어졌다. 남북평화·한미관계·일자리 등 제대로된 성과가 없다. 시간이 갈수록 여론은 더욱 악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레임덕(임기 말 권력 누수 현상)’ 징후를 보인다는 해석도 나온다. 직전 LH 사장을 역임한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의 거취가 결정적인 역할을 할 가능성도 크다. 변 장관의 경질로 ‘변창흠 표’ 부동산 정책인 2·4 공급대책이 흔들릴 경우 대통령의 ‘레임덕’이 본격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변 장관은 12일 전격 사퇴를 표명한 상황이다.
부동산 투기 여파는 여권의 대선 구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문 정부의 초대 국무총리이자 최장수 총리인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의 경우 초기 정책 설계를 이끈 만큼 부동산 정책의 평가에서 벗어날 수 없다. 더구나 문 대통령과 지지율 궤를 같이하고 있는 상황에서 임기 말 지지율 하락 현상은 이 전 대표에게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LH 사태 수사를 진두지휘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발표된 1차 전수조사 결과가 기대를 크게 밑돌면서 민심이 악화됐다. 여권에서도 1차 전수조사 결과에 대해 “만족할 만한 수사 결과로 보기 어렵다” 등 직격탄이 쏟아졌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비교적 논란에서 자유로운 편이나 또 다른 구설수에 휩싸였다. ‘LH 투기사태’를 최초폭로한 민변 측이 이 지사 측근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재명 배후설’이 불거진 것이다. 서성민 변호사는 이 지사 측 가짜뉴스 대책단장을 맡고 있고 김남근 변호사는 ‘이재명 지키기 범국민대책위원회’ 소속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이 지사는 페이스북을 통해 “지상 최대의 이간 작전이 시작됐다”며 “갑자기 민주당 내 갈등을 부추기는 근거 없는 낭설과 가짜뉴스가 넘쳐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를 놓고 지난 11일 이 전 대표와 당무회의 좌석을 놓고 갈등을 빚었다는 것과 함께 LH 배후설을 아울러 반박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차기 대통령선거까지 1년을 앞둔 가운데 연이어 터진 악재로 여권 잠룡까지 흔들리는 모습을 보인다. 이에 야권의 ‘인물난’이 여권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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