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요 제약사들이 올해 상반기 연구·개발(R&D) 비용으로 많은 자금을 투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만큼 신약 개발 성과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2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대웅제약을 제외한 국내 5대 제약사들의 R&D 비용이 크게 늘어났다. 이들의 R&D 투자금은 약 4859억원에 달했다.
국내 매출 상위 제약사 중 가장 많은 자금을 투입한 제약사는 유한양행이었다. 상반기 매출의 10% 수준인 1073억원을 투자했다. 전년 동기 대비 2.4% 증가한 수치다. 제2의 비소세포폐암 신약 ‘렉라자’ 발굴을 목표로 연구개발 비용 확대 기조를 이어나가고 있는 모양새다. 김열홍 유한양행 연구개발 사장은 지난해 8월 기자간담회에서 “렉라자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 경험을 밑바탕으로 다음 주요 신약 후보물질을 개발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현재 차기 렉라자 후보로 알레르기 치료제 ‘레시게르셉트(YH35324)’, 면역항암제 ‘YH32364’, ‘YH32367’, 고셔병 치료제 ‘YH35995’ 등이 꼽힌다.
한미약품은 전년보다 7.4% 늘린 1062억원을 연구개발비로 썼다. 이는 매출의 14.1% 수준이다. 한미약품은 비만치료제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비만치료제 에페글레나타이드는 올해 말 허가신청 후 내년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또한 근육량은 늘려주면서 지방만 선택적으로 줄이는 비만치료제 ‘HM17321’ 임상진입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이는 노보노디스크의 위고비 등 GLP-1(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을 비롯한 인크레틴 수용체를 타깃하는 기존 비만치료제와는 다른 기전으로, 근육 손실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종근당은 831억원을 연구개발 비용으로 활용했다. 이는 전년 동기보다 23.3%나 증가한 수치이며, 상반기 매출의 9.95%를 차지한다. 항체·약물 접합체(ADC) 기반 항암 신약 ‘CKD-703’이 미국 임상시험에 진입하면서 위탁연구기관(CRO) 비용을 늘리고 있다. 지난 7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1·2a상 임상시험계획을 승인받은 바 있다. 이장한 종근당 회장이 올해 신년사를 통해 “세계를 선도하는 혁신 신약 개발이 절실한 때”라고 강조한 만큼 연구개발 비용 증가 기조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GC녹십자의 연구개발 비용은 82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3% 증가했다. 이는 매출의 9.4% 수준이다. 녹십자는 지난해 노벨파마와 공동개발 중인 산필리포증후군 A형 혁신 신약 ‘GC1130A’에 대해 한국, 미국, 일본에서 임상 1상 IND 승인을 받고 다국적 임상을 진행 중이다. 미국 관계자 큐레보를 통해 대상포진백신 ‘아메조스바테인’의 임상 2상 연구도 진행되고 있다. 수두 생백신 ‘배리셀라’에 대해 베트남 의약품청(DAV)으로부터 최근 품목허가를 획득하는 등 성과도 나오고 있다.
연구개발 비용을 줄인 곳은 대웅제약이 유일했다. 전년 동기보다 10.2% 감소한 1066억원을 연구개발에 투자했다. 대웅제약은 현재 난치성, 고난도 질환을 중심으로 다수의 신약 파이프라인을 구축하고 있다. 특발성 폐섬유증(IPF) 치료제 DWN12088(베르시포로신)은 현재 글로벌 임상 2상이 진행 중이다. 중장기 성장 전략으로 바이오시밀러 사업을 낙점하면서 개발 파이프라인도 확대할 방침이다. 최근에는 대웅제약이 자체 개발한 마이크로니들 비만치료제가 주사제 대비 80%의 효과를 보였다는 연구 결과를 확보하면서 성과를 내고 있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연구개발 비용이 줄어든 이유에 대해 “일부 제품이 개발 완료 되어 연구개발 비용이 줄어든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