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오준엽 기자 =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의 발걸음이 분주하다. 차기 대통령을 노리며 문재인 정부 초대 총리에서 민주당 대표를 거쳐 지금에 이르렀다. 하지만 상황이 녹록치 않아 보인다. 대권주자 지위마저 흔들리는 분위기다. 그에게 다시 기회가 올까.
정치 평론가들은 9일 당 대표직에서 물러나고 선대위원장직을 맡은 이 위원장 선택을 ‘계륵’을 집어든 꼴이라는 식으로 표현했다. 어쩔 수 없는, 그나마 할 수 있는 선택이었단 판단에서다. 근거로는 3가지를 제시했다.
첫째 이유로는 개인의 지지율 하락이다. 각종 여론조사결과 문재인 정부 초대, 최장기간 총리라는 후광이 사라지며 최근 차기대선주자 지지율조사에서는 초기 40%를 넘나들었던 지지율이 반토막 이하로 줄었다.
더구나 당내 기반마련과 인지도 유지, 민주당 지지층 결집을 통한 대권주자 지위를 공고히 하고자 맡았던 당 대표직도 원하는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대표직에 물러날 쯤엔 집값논란에 이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투기사건이 터져 성과는커녕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결국 대선의 바로미터(기준점)인 재·보궐선거, 특히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선대위원장으로 승리를 따내 대선후보로써의 생명과 같은 당 안팎의 지지를 끌어내기 위한 ‘도박’에 가까운 수를 둘 수밖에 없었다는 풀이다.
같은 차원에서 문재인 정부와 운명공동체로 엮인 만큼 대통령의 40%대 지지율을 사수해야하는 역할도 맡아야 했다고 봤다. 정부의 성과와 본인의 성과가 얽혀있고, 대선주자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민주당, 그 중에서도 친문 지지층의 결집을 유도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마지막은 본인의 정치적·정책적 선명성과 문 대통령의 정책계승자라는 연관성을 모두 보일 수 있는 기회를 얻어야 했다는 배경이다. 한 마디로 무대가 필요했다는 평가다. 내년에 있을 대통령 선거의 경우 어느 때보다 유권자들의 평가가 미래지향적이라고 전망되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강점’으로 꼽히는 위기대응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점, 호남대망론을 이어갈 수 있다는 점, 지역을 비롯한 밑바닥 지지층과의 접촉을 통한 지지기반을 다질 수 있다는 점 등도 연이은 악재 속에서 대권주자로 살아남기 위한 선택이었다고 분석했다.
정치평론가로도 활동하는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소장은 “이낙연 위원장의 반등기회가 분명히 있다고 본다. 그 전제조건의 첫 번째가 재·보궐 선거결과이고, 두 번째가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 세 번째가 본인의 대권비전이다. 승리해야하고, 대통령의 지지율 40%를 유지시켜야 한다. 마지막으로 대통령의 미 실현 공약을 잇는 이낙연표 정책을 내놔야한다”고 했다.
덧붙여 “현재 이 위원장은 ‘제로 베이스(zero base)’다. 기존의 성과는 문 정부와 민주당의 성과로 볼 수도 있어 온전히 자신만의 것으로 볼 수 없다. 윤석열까지 등장해 자체발광 지지율을 위한 보다 선명하고 굉장히 정교한, 그러면서도 조심스러운 행보가 필요하다. (박근혜) 사면론과 같은 것이 나오면 이제는 좌초된다고 봐야한다”고 첨언했다.
그리고 실제 이 위원장은 15일 화상의원총회에서 앞선 전문가들의 조언을 따르는 듯한 행보를 보였다. 그는 “선거과정에서 LH사태라든가 많은 공격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잘못한 건 잘못했다고 사과하고, 전화위복의 계기로 반드시 만들겠다고 결연한 의지를 보여줬으면 한다. 비리의 소지가 있는 곳은 미리미리 들춰내어 조사하고 잘라내는 노력을 선제적으로 하면 어떨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특히 스스로 비공개 내용이라고 언급한 후 공개발언 중임을 인지하고도 “그러면 말하지 말까”라면서 “의외로 관행적, 생활적폐가 쌓여있다는게 이번에 그대로 드러났다. 과감히 손을 대서 내살을 도려내는 것이 훗날의 역사를 위해 좋겠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후 지방 소재 공기업과 언론이나 교직 등 민간영역으로까지 관행과 적폐를 청산하자는 말로 주위를 놀라게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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