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으로 못돌아간다는 北… 속내는?

3년 전으로 못돌아간다는 北… 속내는?

김여정, 美 외교·국방장관 방한 하루 앞두고 ‘경고’… “위기의 3월”
전문가들 “대북정책 전환 유도하려는 시도인 듯”

기사승인 2021-03-16 19:51:08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 사진=연합뉴스

[쿠키뉴스] 조현지 기자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우리 정부에 경고장을 보냈다. 미국 외교·국방장관의 방한을 하루 앞둔 시점이다. 

김 부부장은 16일 조선중앙방송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에 담화를 내고 전반기 한미 연합훈련에 대해 강하게 반발했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사태를 감안해 한미 연합훈련 규모가 축소됐지만, 훈련 추진 자체를 비난하고 나섰다. 

김 부부장은 “감히 더더욱 도발적으로 나온다면 북남군사 분야 합의서도 시원스럽게 파기해버리는 특단의 대책까지 예견하고 있다”며 “이번 엄중한 도전으로 임기 말에 들어선 남조선 당국의 앞길이 무척 고통스럽고 편안치 못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남북군사 분야 합의서 파기, 대남기구 해체 등 구체적인 조치에 들어갈 것을 시사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김 부부장의 발언이 한미 양국의 대북정책 결정과정에 압박을 행사하려는 차원이라고 분석했다. 미국 장관급 대표단이 오는 17일 방한해 정의용 외교부 장관과 서욱 국방부 장관과 함께 한·미 2+2(외교·국방장관) 회의를 가질 예정인 상황에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2018년 5월 26일 남북정상회담을 위해 북한을 찾은 문재인 대통령이 김여정 부부장과 인사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3년 전의 따뜻한 봄날은 다시 돌아오기가 쉽지 않을 것”

위협의 강도도 강했다. 김 부부장은 담화를 통해 “조선 당국이 8일부터 우리 공화국을 겨냥한 침략적인 전쟁연습을 강행하는 길에 들어섰다는 소식을 들었다. 감히 엄중한 도전장을 간도 크게 내민 것”이라고 맹비난을 퍼부었다. 

지난 1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제8차 노동당 대회에서 ‘남한 당국의 태도에 따라 3년 전 봄날이 돌아올 수 있다’는 발언도 거론하며 “북남관계의 마지막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의미심장한 경고였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부부장은 한미연합훈련 추진 자체를 문제로 삼았다. 그는 “우리는 지금까지 동족을 겨냥한 합동 군사연습 자체를 반대했지 연습의 규모나 형식에 대해 논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며 “50명이 참가하든 100명이 참가하든 그 형식이 이렇게 저렇게 변이되든 동족을 겨냥한 침략 전쟁연습이라는 본질과 성격은 달라지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북한이 향후 강경 대응에 나설 것을 암시하기도 했다. 김 부부장은 “우리는 앞으로 남조선당국의 태도와 행동을 주시할 것이며 감히 더더욱 도발적으로 나온다면 북남군사 분야 합의서도 씨원(시원)스럽게 파기해버리는 특단의 대책까지 예견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대남대화 기구인 조국 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를 정리하는 문제를 일정에 올려놓지 않을 수 없게 됐다”며 “우리를 적으로 대하는 남조선당국과는 앞으로 그 어떤 협력이나 교류도 필요 없으므로 금강산 국제관광국을 비롯한 관련 기구들도 없애버리는 문제를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의 조 바이든 새 행정부를 향해서도 짧은 경고를 보냈다. 바이든 행정부에 대한 침묵을 이어갔던 김 부부장이 사실상 첫 공식 입장을 밝힌 셈이다.

그는 “대양 건너에서 우리 땅에 화약내를 풍기고 싶어 몸살을 앓고 있는 미국의 새 행정부에도 한 마디 충고한다”며 “앞으로 4년간 발편잠(발 뻗고 편하게 자는 잠)을 자고 싶은 것이 소원이라면 시작부터 멋없이 잠 설칠 일거리를 만들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압박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 사진=연합뉴스

“美 방한 앞둔 메시지… 한미 압박 의도”

전문가들은 김 부부장의 담화를 “한미 대화에 영향을 미치고자 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한미 외교·안보 수장은 다음날(17일)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첫 대면 회담을 하고 대북정책 등을 최종 조율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북한이 현 기류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내세우고 정책 전환을 유도하고자 했다는 것.

민경태 통일부 통일교육원 교수는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의 방한을 하루 앞두고 담화가 나왔다. 한미연합훈련을 빌미로 한미 대화에 영향을 미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3년 전의 봄날은 다시 돌아오기 어려울 것’이라는 담화 제목은 “전향적인 시도가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강하게 전달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민 교수는 “역설적으로 현 상태를 유지해선 안된다는 의미를 담았다”며 “‘앞으로 남조선 당국의 태도와 행동을 주시할 것’이라는 대목에서 관계 개선에 대한 가능성은 열어두고 있으며 북미 관계 개선을 위한 남한의 역할을 압박하는 의도도 포함된 것으로 판단된다”고 부연했다.

대남 관련 기구들의 폐지를 언급한 부분에 대해선 “남한의 태도변화 필요성을 다시 한번 강하게 촉구하는 것이다. 동시에 앞으로 북한이 실행할 수 있는 조치들에 대한 사전 예고를 함으로써 명분을 쌓으려는 목적”이라고 말했다.

윤지원 상명대 국가안보학과 교수도 “북미 대화에서 남한의 역할을 강조한 것”이라고 짚었다. 윤 교수는 “침묵을 유지하던 북한이 미국 국무·국방장관의 방한 전 담화를 냈다”며 “북미 협상에서 우위를 선점하고자 하는 간접적인 의지를 내비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북한은 트럼프 행정부 당시 회담 등을 했지만 자신들이 얻은 것이 없다고 판단했다. 강력한 메시지를 통해 본인들이 나아가려는 방향을 암시했다”며 “남한이 제대로 역할을 하라는 한 방을 날렸다”고 평가했다.

경고성 담화가 김정은 위원장의 동생인 김여정 부부장을 통해 나온 것도 주목해야 한다고 짚었다. 윤 교수는 “김 위원장이 이야기할 경우 모든 것을 파기하는 것처럼 읽힌다”며 “김 부부장의 입을 통해 메시지를 전달함에 따라 여지를 남겨둔 것”이라고 했다.

hyeonzi@kukinews.com
조현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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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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