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에 ‘원정출산’ 떠나는 산모들…“분만전담병원 지정 어려워”

코로나에 ‘원정출산’ 떠나는 산모들…“분만전담병원 지정 어려워”

분만취약지 산부인과, 감염병 대응역량‧인력 등 부족

기사승인 2021-03-18 04:42:02
코로나19 확진 산모 이동 모습. 제공=제주대병원

[쿠키뉴스] 유수인 기자 = 코로나19 의심증상이 있거나 확진 판정을 받은 분만취약지 산모들이 원정출산을 떠나고 있다. 일각에서는 지역별 분만전담병원을 지정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인력 등 의료 인프라가 부족해 사실상 정부 지원도 한계가 있는 상황이다.

방역 역량이 떨어지는 일선 산부인과들의 경우 출산 예정 산모들에게 코로나19 음성확인서 제출을 요구하고 있다. 출산이 임박해 미처 서류를 준비하지 못했거나 확진 판정을 받은 산모들에 대해서는 입원을 거부하는 경우가 많아 코로나 감염 산모들은 기존에 내원하던 의료기관이 아니라 음압격리병실이 구비돼 있는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으로 전원 되고 있는 실정이다.

신현두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보상지원팀장은 “일반 산부인과의 경우 감염 전문 의사도 없고 확진 산모를 돌볼 여력이 되지 않기 때문에 사실상 분만이 불가능하다. 격리 병실이 있고 준중증환자 치료가 가능한 거점 병원 등에 전원시키면 그곳에서 분만이 이루어지는 식”이라고 설명했다. 

송양수 중수본 환자병상관리팀장도 “산모가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으면 각 시도에 있는 환자병상관리반에서 (임산부가) 치료받을 수 있는 병원을 배정해 안내하고 있다”며 “주로 감염병 전담병원, 상급종합병원인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문제는 분만취약지의 경우 의료 인프라도 열악해 타 권역 의료기관으로 넘어가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자신을 ‘강원도 삼척에 거주 중인 평범한 예비 아빠’라고 밝힌 한 청원자는 지난 10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의료소외지역의 산모들을 살려주십시오.(코로나19 관련)’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강원도에 거주 중인 임산부가 코로나19에 확진 될 경우 경기도 일산까지 가야 한다”고 토로했다. 

청원자는 “아내가 임신을 해서 곧 출산을 앞두고 있는데, 근처 도시인 동해시에 최근까지 코로나19 집단감염이 일어났었고, 이틀 전에도 추가로 4명이 발생했다”며 “동해시와 같은 생활권인 삼척에는 출산을 할 수 있는 병원이 삼척의료원이 유일하다시피한데, 최근 여기서도 코로나가 터졌다. 우리도 산부인과를 가는 도중에 삼척의료원 본관을 지나야 하기 때문에 검사를 받았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국민을 보호해줘야 하는 국가에서 강원도 코로나19 확진자 및 의심 증상 임산부 지정 전담병원을 단 한 곳도 지정하지 않았다. 출산 직전에 코로나19 검사를 받아야 하는데, 여기서 임산부가 코로나 증상이나 의심 증상이 발견 되면 수술실 입실이 불가능하다. 수술실 입실이 거부되면 이에 대한 대안이 있어야 하는데, 이에 대한 어떠한 지침도 마련돼 있지 않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런 응급 상황에서 강원도 삼척에서 일산까지 가게 되면 산모와 태아의 목숨이 위험할 수 있다”며 “의료소외지역에서 응급상황 발생 시 적어도 임산부들을 위한 병원을 권역별로 하나씩 마련해주길 부탁드린다”라고 호소했다. 

실제로 강원 영동지역에서 코로나 확진 산모가 분만을 할 수 있는 의료기관은 전무한 상황이다. 만약 확진 판정을 받았다면 국가지정 음압병실이 있는 춘천 소재 강원대병원으로 가야 한다. 

하지만 코로나 확진 산모를 위한 분만전담병원을 지정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송 팀장은 “시도에서 (확진 산모 분만에 대한) 커버가 안 될 경우 다른 시도에 있는 병원 중 (입원이) 가능한 곳에 연락해 전원을 하고 있다”면서도 “아직까지 권역별로 분만병원을 지정하고 있진 않다. 코로나 환자는 특수 환자이기 때문에 (확진 산모 분만) 의료기관도 감염 환자를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산부인과가 대응할 수 있는 사항은 아니기 때문에 콕 집어서 지정하기에는 의료체계상 상당히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대신 산부인과가 포함된 감염병 전담병원으로 이송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노정훈 보건복지부 공공의료과장도 “코로나 상황과 관련해 분만취약지에 별도로 지원하는 사업은 없다”면서 “코로나 분만전담병원 지정은 결국 인력문제”라고 지적했다. 노 과장은 “감염된 산모와 태아의 안전을 위해 분만 시에는 산부인과를 포함한 많은 인력이 투입되는데, 지역에는 그 정도의 인력이 없다. 감염내과 전문의만 해도 전체 200명 정도에 불과한 상황이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분만취약지가 발생한 것도 저출산 등 외적인 것을 제외하면 지역 종사 의료인력 부족이 원인이다. 감염 산모의 분만을 담당할 수 있는 인력이 있다면 상당 부분 감염병 전담병원으로 지정됐을 것”이라며 “장비야 사면되지만 인력은 그렇지 않다. 지원자가 없는 상황에서 강제로 할 수 있는 게 없기 때문에 인력지원은 다른 문제”라고 전했다. 

suin92710@kukinews.com
유수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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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수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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