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 자식 같아”…신화 쓰고 떠난 ‘라면쟁이’ 농심 신춘호 회장

“라면, 자식 같아”…신화 쓰고 떠난 ‘라면쟁이’ 농심 신춘호 회장

“라면, 충분한 대용식 될 수 있어”…라면 시장 안목, 재평가 되기도

기사승인 2021-03-27 12:06:52
▲사진=故 신춘호 농심 회장/농심 제공

[쿠키뉴스] 신민경 기자 =농심 창업주 율촌 신춘호 회장이 27일 오전 3시38분 별세했다. 향년 92세.

신 회장은 1930년 경남 울산에서 태어났다. 故 신격호 명예회장의 동생인 신 회장은 일본 롯데에서 일하다 1965년 한국에서 롯데공업을 창업해 롯데라면을 출시했다. 신 명예회장이 라면 출시를 강력히 반대하자 사명을 롯데공업에서 농심으로 바꿨다.

라면 시장 성장 가능성을 제대로 내다본 신 회장의 안목은 지금도 재평가된다.

“한국에서의 라면은 간편식인 일본과는 다른 주식이어야 한다. 값이 싸면서 우리 입맛에 맞고 영양도 충분한 대용식이어야 한다. 우리의 먹는 문제 해결에 큰 몫을 할 수 있을 것이며, 범국가적인 혼분식 장려운동도 있으니 사업전망도 밝다.”

신 회장의 전략은 해외 시장에서도 먹혔다. 농심이 라면을 처음 수출한 것은 창업 6년만인 1971년부터다. 지금은 세계 100여개국에 농심이 만든 라면을 공급하고 있다. 농심은 지난해 사상 최대인 9억 9천만불의 해외매출을 기록했다. 신 회장의 성을 딴 신(辛)라면은 전 세계 100여개국에 수출되면서 한국 식품의 외교관으로 불릴 정도다.

“농심 브랜드를 그대로 해외에 가져간다. 얼큰한 맛을 순화시키지도 말고 포장디자인도 바꾸지 말자. 최고의 품질인 만큼 프리미엄의 이미지를 확보하자. 한국의 맛을 온전히 세계에 전하는 것이다.”

신 회장에게 농심 제품은 제 손으로 빚은 자식과도 다름없었다. 

“돌이켜보면 시작부터 참 어렵게 꾸려왔다. 밀가루 반죽과 씨름하고 한여름 가마솥 옆에서 비지땀을 흘렸다. 내 손으로 만들고 이름까지 지었으니 농심의 라면과 스낵은 다 내 자식 같다.  배가 고파 고통받던 시절, 내가 하는 라면 사업이 국가적인 과제 해결에 미력이나마 보탰다는 자부심을 가져본다.”

라면에 애정을 보였던 신춘호 회장은 별세 이틀 전인 이달 25일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로 재선임되지 않았다. 경영에서 공식적으로 물러난 것이다.

농심 차기 회장에는 신 회장 장남 신동원 부회장이 오를 것으로 보인다. 신 부회장은 1997년 농심 대표이사 사장에 올랐다. 이어 2000년에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신 부회장은 농심 지주사인 농심홀딩스 지분의 43%를 보유한 최대 주주다.

smk5031@kukinews.com
신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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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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