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오준엽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을 29일 전격 경질했다.
전세보증금 인상폭을 5%로 제한하는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 시행 2일 전, 아파트 전세금을 14.1%나 인상해 논란에 휩싸였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후임으로는 이호승 경제수석이 임명됐다. 유영민 청와대 비서실장은 이날 긴급 브리핑을 통해 “문대통령은 오늘 정책실장에 이호승 수석을 임명했다”고 밝혔다. 다만 구체적인 교체사유 등은 밝히지 않았다.
그저 이호승 신임 정책실장을 두고 유영민 비서실장은 “현 정부 대통령 비서실 일자리 기획 비서관, 기재부 1차관으로 근무했고, 재난지원금, 한국판 뉴딜 등 경제정책 전반 깊은 이해를 갖고 있다”면서 “치밀한 기획력과 꼼꼼한 일처리로 정책 전반에 대한 탁월한 전문성과 균형감각을 보유하고 있다”고 인선 배경을 설명했을 뿐이다.
그렇지만 김 실장은 이날 이임 인사에서 “부동산 투기 근절을 위해 노력해야 할 엄중한 시점에 국민들게 큰 실망을 드려 죄송하다”며 “정책에 차질이 없도록 빨리 물러나는 것이 마지막 역할”이라고 사과해, 본인이 사의를 표명했고 문 대통령이 이를 수용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앞서 김 실장은 지난해 6월 장하성 전 실장의 뒤를 이어 임명된뒤 2년 가까이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비롯한 정부 정책 전반을 총괄하는 사령탑 역할을 해왔으며, 지난해 말 노영민 전 비서실장과 함께 사의를 표명했지만 4차 재난지원금 마무리 등을 이유로 반려된바 있다.
한편 김 실장은 지난해 7월 29일 부부 공동소유의 서울 강남구 청담동 한신 오페라하우스 2차 아파트 전세계약을 맺은 세입자와 기존 8억5000만원에서 1억2000만원을 인상한 9억7000만원에 전세계약을 갱신하며 국민적 비난에 직면했다.
국민여론은 정부여당이 주도해 ▲계약갱신청구권제 ▲전월세신고제 ▲전월세상한제 등을 핵심으로 한 이른바 ‘임대차3법’을 통과시키고 이를 시행하기 이틀 전에 청와대의 정책총괄인 김 실장이 이를 무시한 계약을 맺었다며 ‘문정부의 내로남불’이라고 화살을 돌리기도 했다.
이를 두고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어쩔 수 없는 인상이었다며 김 실장을 감싸는 모습도 연출했다.
김 실장이 현재 살고 있는 서울 성동구 금호동 아파트 전세가가 집주인 요구에 따라 지난해에만 2차례에 걸쳐 2억2000만원을 올려주며 보유 중인 청담동 아파트의 보증금을 인상할 수밖에 없었다는 이유에서다.
더구나 전세금을 올려받은 청담동 아파트의 전세가가 같은 면적의 다른 집들의 전세가인 12억5000만원보다 2억8000만원 낮은 수준인 점도 이유로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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